터보택스가 FTC를 이겼다. 인튜이트(Intuit)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벌인 긴 소송이 끝났고, 결과는 기업 승. ‘무료’ 광고를 다시 쓸 수 있게 됐다. 미국 세금 신고 서비스 얘기라 한국이랑 무관해 보일 수 있는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무료인데 왜 돈을 내야 하나’ — 싸움의 발단
터보택스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세금 신고 소프트웨어다. 인튜이트는 수년간 이 서비스를 ‘무료(Free)’로 광고해왔다. FTC가 문제 삼은 건 딱 하나. 실제로 무료인 사용자가 전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세금 상황이 복잡해지면 — 프리랜서 수입이 있거나, 투자 소득이 생기거나, 부업을 하거나 — 유료 플랜으로 자동 전환되는 구조였다. ‘무료’로 유인한 다음 결국 돈을 받는 구조. FTC 입장에선 전형적인 미끼 광고였다.
2022년, 인튜이트는 FTC와 합의했다. 조건은 앞으로 ‘무료’라고 광고하려면 어떤 조건에서 무료인지 명확히 표기해야 한다는 것. 서명은 했지만 바로 항소했고, 결국 이번 판결로 그 제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판결 뒤의 맥락 — 규제 기조가 달라졌다
이 판결을 이해하려면 행정부 교체라는 배경을 봐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FTC는 소비자 보호에 적극적이었다. 빅테크 견제, 기만적 광고 규제, 개인정보 강화가 핵심 기조였다. 트럼프 행정부로 바뀌면서 방향이 달라졌다. 기업 자율성 존중 쪽으로.
법원은 인튜이트의 ‘무료’ 광고가 연방 무역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조건부 무료라도 거짓말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이게 선례가 되면, 앞으로 비슷한 분쟁에서 기업 쪽이 유리해진다. 규제 당국이 ‘무료’라는 단어에 개입할 수 있는 범위가 실질적으로 좁아지는 셈이다.
한국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무료 앱’. ‘무료 게임’. ’30일 무료 체험’. 국내 앱스토어를 열면 이런 문구가 넘쳐난다. 솔직히, 저걸 보고 진짜 공짜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들 어느 정도는 안다 — 뭔가 있다는 걸.
실제로 ‘무료’ 딱지 뒤에 숨은 수익 구조는 대체로 세 가지다. 핵심 기능을 잠가두고 유료 구독으로 유도하는 프리미엄 모델, 인앱 결제를 반복 유도하는 무료 게임, 직접 결제는 없지만 이용자 데이터를 광고에 팔아 돈 버는 구조. 어느 쪽이든 결국 누군가는 돈을 낸다. 방식이 다를 뿐이다.
한국엔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있고, 기만적 광고를 감시하는 체계도 있다. 그런데 ‘무료’라는 단어 하나를 어떻게 규정할지는 생각보다 어렵다. 어디까지가 적법한 마케팅이고, 어디서부터 소비자를 오도하는 건지. 터보택스 사건이 미국에서 끝난 일이지만, 이 질문은 한국에서도 똑같이 유효하다.
‘공짜’를 읽는 눈을 갖는 수밖에
약관을 꼼꼼히 읽으라는 말은 현실성이 없다. 수십 페이지를 다 읽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더 현실적인 접근은 하나다. ‘이게 진짜 무료라면, 이 회사는 어디서 수익을 내는 거지?’라는 질문 하나를 습관으로 갖는 것.
이번 판결로 인튜이트는 2022년 FTC 합의에서 부과된 광고 제한을 완전히 벗어났다. Ars Technica 보도를 보면, 앞으로 인튜이트는 이전과 같이 자유롭게 ‘무료’ 마케팅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원문 기사) 비슷한 마케팅이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기업의 마케팅 자율성과 소비자 보호 사이에서 규제 당국이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지, 그 선을 다시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규제가 다 막아줄 거라는 기대보다, 소비자 스스로 ‘공짜’의 뒷면을 읽는 눈이 지금 더 필요하다.
—
출처: Ars Technica (https://arstechnica.com/tech-policy/2026/03/intuit-beats-ftc-in-court-ending-restrictions-on-free-turbotax-ads/)
출처: Ars Technic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