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mm 필름카메라 한 대에 34.99달러. 우리 돈으로 치면 4만원이 채 안 된다. 더버지 보도에 의하면 레트로 프로젝트(Reto Project)가 코닥 브랜드를 달고 신제품 ‘EC35’를 내놨다. 앞서 나온 99달러짜리 ‘스나픽 A1’이 잘 팔리자, 아예 반값 이하로 가격을 확 낮춘 라인업이다.
스펙부터 보면 답이 나온다
EC35의 렌즈는 25mm 아크릴 렌즈. 조리개는 f/10 고정, 셔터스피드도 1/100초로 못 박혀 있다. 초점도 못 맞추고 조리개 조절도 안 된다. 사실상 편의점이나 드럭스토어에서 팔던 일회용 카메라랑 성능 차이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 25mm 고정 초점 아크릴 렌즈
- 조리개 f/10 고정 (조절 불가)
- 셔터스피드 1/100초 고정
- 가격 34.99달러(약 4만8000원, 배송비 별도)
다만 일회용 카메라와 다른 점이 딱 하나 있다. 필름을 갈아 끼워서 계속 쓸 수 있다는 것. 찍고 나면 버려야 하는 물건이 아니라, ‘재사용 가능한 저가 필름카메라’라는 자리를 노린 셈이다.
스나픽 A1이 잘 팔린 이유
레트로 프로젝트는 원래 필름카메라 전문 브랜드가 아니었다. 코닥이라는 이름값에 레트로 감성을 얹은 99달러짜리 스나픽 A1이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고, 그 흐름을 그대로 이어받아 진입장벽을 한 번 더 낮춘 게 이번 EC35다.
가격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면서 필름카메라 입문 허들 자체를 없애버리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개인적으로는 이 가격 정책이 스나픽 A1보다 더 영리한 선택 같다. 처음 필름카메라를 사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10만원 넘는 니콘이나 캐논 중고보다 5만원 안팎에 ‘한번 써보고 아니면 말고’ 할 수 있는 물건이 훨씬 끌리기 때문이다.
코닥이 직접 만든 카메라는 아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 하나 있다. 코닥은 이미 오래전에 카메라 사업에서 손을 뗐다. 지금은 필름 생산과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에 집중하는 회사다. EC35에 박힌 ‘코닥’ 로고는 레트로 프로젝트가 브랜드 사용권을 얻어 붙인 것뿐이다. 코닥이 직접 설계하고 만든 카메라는 아니라는 뜻이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웬만한 컴팩트 카메라를 압도하는 시대에 굳이 이런 저가 필름카메라가 나오는 배경은 단순하다. 코닥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지갑을 열게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필름카메라 붐, 잠깐 스쳐가는 유행 아니다
후지필름 인스탁스 시리즈가 몇 년째 꾸준히 팔린다. 코닥 필름 판매량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필름 특유의 색감과 노이즈를 ‘로우파이 감성’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완벽한 화질보다 오히려 부족한 화질을 일부러 찾는 소비층이 생겼다.
EC35 같은 저가형 카메라는 이 흐름을 정확히 겨냥한다.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필름 한 롤을 다 찍는 경험’ 자체를 파는 상품이다. 스펙만 따지면 손해 보는 장사 같아도, 시장에서는 먹힐 여지가 크다.
국내에서도 이 가격이 통할까
다이소에서 파는 일회용 필름카메라가 1만원 안팎, 후지필름 인스탁스 미니 계열 필름카메라가 10만원대인 걸 감안하면 EC35의 배송비 포함 5만원 안팎 가격대는 딱 그 중간을 파고드는 위치다. 당근마켓이나 중고 거래 플랫폼에 필름카메라 매물이 꾸준히 올라오는 걸 보면, 이 가격대 수요는 국내에도 분명 있다.
다만 아직 국내 정식 유통 소식은 없다. 해외 직구로만 구할 수 있는데, 관부가세와 배송비를 더하면 체감 가격이 올라가는 게 변수다. 을지로나 홍대 필름카메라 전문점에서 취급을 시작한다면 진입 장벽이 확 낮아질 텐데, 코닥이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국내 수입사 쪽에서 눈독 들일 가능성도 낮지 않아 보인다.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