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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픈AI·MS 소송 기록에 담긴 ‘웹 둠 루프’ 경고

    오픈AI·MS 소송 기록에 담긴 ‘웹 둠 루프’ 경고

    3줄 요약

    • 뉴욕타임스가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92쪽 분량의 문서가 봉인 해제되면서 양사 임직원의 내부 발언이 공개됐다.
    •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문서는 자사 AI 콘텐츠 전략이 모델 성능과 웹 전체를 함께 해치는 ‘둠 루프’를 시작했다고 적었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핵심 발언자의 언급을 “직원 한 명의 개인적 관점”이라며 선을 그었고, 공정이용 여부는 여전히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최종 제품이 핵심 공급자의 경제적 기반을 위협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지만, 그것이 우리가 LLM 사업의 ‘콘텐츠 공급망’과 관련해 만들어 낸 상황이다.” AI 업계를 비판하는 외부 논평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문서에 적힌 문장이다. 더버지 보도에 따르면 이 문장은 뉴욕타임스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봉인이 풀린 법원 기록을 통해 알려졌다.

    기록에는 이런 정황이 여럿 담겼다. 자사 챗봇이 언론사와 웹 생태계를 잠식한다는 사실을 두 회사가 내부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직원 개인의 발언을 곧 회사의 공식 입장으로 볼 수는 없다. 그 발언이 법정에서 어떤 무게를 가질지도 별개로 따져 봐야 한다.

    92쪽 소송 기록에서 드러난 ‘둠 루프’의 구조

    봉인이 풀린 자료는 뉴욕타임스가 법원에 제출한 92쪽 분량의 문서다. 인용된 인물들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그리고 여러 오픈AI 직원들.

    ‘둠 루프’는 한번 빠지면 벗어나기 어려운 악순환을 가리킨다. 아래 경로는 내부 문서의 표현을 바탕으로 구조를 풀어 본 것이다. 챗봇이 웹 콘텐츠로 학습해 답을 직접 내놓는다. 답을 얻은 이용자는 원문 사이트를 덜 찾는다. 방문자를 잃은 언론사와 창작자는 콘텐츠를 만들 경제적 기반이 약해지고, 모델이 학습할 새 데이터도 함께 줄어든다. 문서가 말한 “모델 성능과 웹 전체를 동시에 해치는” 경로는 이렇게 읽힌다. 피해가 언론사에서 끝나지 않고 모델로 되돌아온다는 점에서, 적어도 이 대목은 윤리적 비판보다는 제품의 지속 가능성을 문제 삼는 진단에 가깝다.

    수위가 가장 높은 발언은 상당수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 응용과학 디렉터 브렌트 헥트다. 뉴욕타임스 측은 문서 서문에 헥트와 오픈AI 챗GPT 책임자의 발언을 앞세웠다. 두 회사가 언론사에 “실존적 위협”이 된다는 점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는 취지를 세우려는 구성이다. 원고가 작성한 문서인 만큼, 어떤 발언을 골라 어디에 배치했는지에는 원고 측 의도가 반영돼 있다. 읽을 때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 헥트: 챗GPT와 코파일럿의 데이터 수집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노동 절도”
    • 헥트: 마이크로소프트의 방어 논리는 “공정이용이라는 개념을 완전한 조롱거리로 만든다”
    • 마이크로소프트 문서: “LLM은 자기 공급망을 파괴하는 제품”이며, 많은 경우 LLM이 자신의 학습 데이터를 대체한다
    • 마이크로소프트 문서: 콘텐츠를 만든 사람 거의 누구도 이런 방식의 사용을 의도하지 않았고, 그 대가도 받지 못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곧바로 거리를 뒀다. 알렉스 하우렉 대변인은 “이 발언들은 직원 한 명의 개인적 관점을 반영한 것으로, 법률적 분석이 아니며 회사의 견해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같은 방어는 법원 서류에서도 이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 AI에서 데이터 전략·운영을 총괄하는 조던 어스던은 별도로 제출한 서류에서, 헥트는 비대칭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학술적 관점을 제시하려고 고용된 인물이며 회사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명은 헥트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는 것은 ‘둠 루프’ 문서다. 이 문서를 누가, 언제 작성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문서까지 ‘개인 견해’로 볼 수 있을지는 지금 공개된 정보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나델라·클라크·브록먼, 연구 조직 밖에서 나온 발언들

    ‘직원 한 명의 관점’이라는 해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비슷한 인식이 회사의 다른 곳에서는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 기록을 보면 그렇지 않다. 경영진, 제품 책임자, 정책 담당자의 발언이 문서 곳곳에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발언 주체 소속·직책 발언 요지
    브렌트 헥트 마이크로소프트 응용과학 디렉터 데이터 수집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노동 절도”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챗봇이 사실상 검색을 대체해 출처로 직접 갈 필요를 없앴다고 인정 / “유료화된 것은 모두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닉 털리(추정) 오픈AI 챗GPT 책임자 챗봇에서 답을 얻으면 출처 링크를 “클릭할 좋은 이유가 없다”
    잭 클라크 오픈AI 정책 디렉터 사회의 ‘문화’를 규정하는 사람들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그렉 브록먼 오픈AI 공동창업자 상업용 AI가 가져다줄 “천문학적(gazillions)” 수익 언급
    오픈AI 내부 문서 챗GPT를 “현대판 신문 가판대”로 묘사

    닉 털리 이름 옆의 ‘추정’은 문서 서문에 인용된 ‘챗GPT 책임자’가 누구인지 원 기사도 확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델라 칸에 들어간 두 발언도 성격이 서로 다르다. 앞의 것은 이용자 행동이 바뀌었다는 관찰이고, 뒤의 것은 유료 콘텐츠 라이선스에 관한 원칙이다. 이 구분은 뒤에서 다룰 마이크로소프트의 방어 논리와 그대로 맞물린다.

    기록에는 발언 말고 기술적 쟁점도 남아 있다. 오픈AI 내부에서는 챗GPT가 저작물을 “그대로(verbatim)” 재현하는 경향을 파악하고 있었고, 저작권 침해를 최소화하려면 “암기 방지”가 중요하다고 인정했다. 같은 회사 직원들이 GPT-4를 두고 한 평가는 이랬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암기했고, 그래서 그대로 토해내는 데 굉장히 능할 것.” 암기를 막아야 한다는 인식과 모델이 이미 대량으로 암기했다는 평가가 한 기록 안에 나란히 놓여 있다.

    소장에는 챗GPT가 질의에 답하면서 뉴욕타임스, 머큐리뉴스, 덴버포스트, 라이프해커, 유로게이머 기사의 긴 문장을 그대로 출력한 사례가 여럿 실렸다. 원고 측은 내부에서 우려하던 재현이 실제 출력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하며, 이 사례들을 내부 발언 기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유료 콘텐츠를 둘러싼 모순도 드러났다. 나델라는 유료화된 콘텐츠는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인용됐다. 반면 오픈AI 측 관계자는 학습 데이터에서 유료 콘텐츠를 탐지하거나 제거하려는 노력을 “알지 못한다”고 인정했다. 원칙을 말한 사람은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이고, 그런 노력을 알지 못한다고 답한 쪽은 오픈AI 관계자다. 회사가 다르니 한 회사의 이중 잣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두 회사는 같은 소송의 공동 피고이고, 원고로서는 활용하기 좋은 대비다.

    트래픽 수치도 나왔다. 오픈AI 자체 미디어·경제 전문가들은 뉴욕타임스 같은 사이트의 유입 감소 원인으로 AI 요약 기능을 직접 지목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구글 AI 오버뷰를 들었다. 검색 유입이 최대 60% 줄었을 가능성까지 추정했다. 원 기사는 이를 두고 검색이 외부 사이트로 보내는 방문자가 0에 수렴하는 ‘구글 제로’가 현실이 됐다고 평가했다. 오픈AI 내부 분석이 경쟁사 기능을 원인으로 들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다만 60%라는 수치의 산출 방식과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추정치로만 받아들여야 한다.

    이 기록들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 저작권법의 공정이용 판단에 있다. 결과물이 원저작물의 시장을 대체하는지가 주요 고려 요소 가운데 하나다. 피고 회사의 내부 문서가 ‘대체’와 ‘공급망 파괴’를 먼저 언급했다는 점에서, 원고 측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정황으로 보인다.

    미국 재판이지만 국내 이용자·언론사에도 영향이 미치는 지점

    이번 소송은 미국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판결이 나와도 국내에 직접적인 법적 효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챗GPT와 코파일럿은 국내에서도 쓰이는 서비스다. 문서가 드러낸 제품 설계 방향은 국내 이용자 경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 AI 답변을 그대로 옮겨 쓰는 습관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오픈AI 직원 스스로 GPT-4의 대량 암기와 재현 경향을 인정했다. 챗봇 답변에 기사 원문 문장이 섞여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 출처 확인은 결국 이용자의 몫이다. 챗GPT 책임자가 “클릭할 좋은 이유가 없다”고 말한 구조에서는 원문을 열어 보는 수고를 이용자가 따로 들여야 한다.
    • 검색·포털 유입에 기대는 국내 언론사와 블로거도 같은 구조적 압력을 받고 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다만 최대 60% 감소는 미국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오픈AI 내부 추정치다. 국내 수치는 원문에 없다.
    • 국내 언론계의 AI 학습 데이터 대가 논의에서 이번 기록이 참고 자료로 거론될 가능성은 있다. 이는 추측이며, 구체적인 움직임은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확인된 것과 아직 불확실한 것

    확인된 것

    • 뉴욕타임스의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소송에서 92쪽 분량 문서가 봉인 해제됐다.
    •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문서에 ‘둠 루프’와 “LLM은 자기 공급망을 파괴하는 제품”이라는 표현이 있다.
    • 오픈AI 직원들이 GPT-4의 대량 암기와 원문 재현 경향을 내부적으로 인정한 기록이 있다.
    • 소장에는 챗GPT가 뉴욕타임스·머큐리뉴스 등 여러 매체 기사 문장을 그대로 출력한 사례가 포함됐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헥트의 발언이 개인 견해이며 회사 입장이 아니라고 공식 해명했다.

    아직 불확실한 것

    • 문서 서문에 인용된 ‘챗GPT 책임자’가 닉 털리인지는 원 기사도 추정으로만 적었다.
    • 검색 유입 최대 60% 감소는 오픈AI 내부 전문가들의 추정이며, 산출 방식과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다.
    • ‘둠 루프’ 문서의 작성자와 작성 시점, 이 경고가 내부 의사결정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 이 기록이 공정이용 판단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판결이 언제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 국내 언론·창작자의 트래픽 변화는 원문에서 다루지 않았다.

    ‘산업 변화 관찰’과 ‘저작권 결론’ 사이에 그은 방어선

    마이크로소프트는 나델라 발언이 불러올 파장도 막으려 했다. 하우렉 대변인은 “사티아의 증언과 이번 사건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은 완벽히 일관된다”고 밝혔다. 나델라는 사람들이 정보를 찾고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과 큰 원칙을 말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법원이 다루는 저작권 문제의 결론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회사의 주장이다.

    법리만 놓고 보면 이 방어 논리에는 일정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검색 행태가 챗봇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산업 관찰과 학습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챗봇이 원문 방문을 대체한다는 인식은 경영진과 실무진의 기록에 거듭 남아 있고, 해명만으로 이 사실이 지워지지는 않는다. 공정이용 판단에서 시장 대체 여부가 고려 요소라는 점을 생각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관찰’과 ‘결론’을 떼어 놓으려는 이유도 짐작이 간다.

    원 기사의 평가는 더 날카롭다. 두 회사가 출판 산업과 그 산업에 종사하는 “수백만 명”, 나아가 자사 제품까지 해칠 것을 알면서도 수익을 좇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이는 기사의 해석이고, 법적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다. 다음으로 지켜볼 지점은 재판부가 공정이용을 판단할 때 이 내부 기록들에 얼마나 비중을 두느냐다.

    출처: The Ver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