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튬은 염수와 경암 두 갈래에서 나오는데, 싼 원료는 공정이 느리고 환경 부담이 크며 흔한 원료는 비용이 높다.
- AI는 기후 분야에서 전력을 많이 쓰는 문제이면서, 동시에 오염 추적과 도시 기후 모델의 빈틈을 메우는 도구로 쓰인다.
- 철강을 포함한 중공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7%를 차지하고, 플라스틱과 냉매처럼 눈에 덜 띄는 배출원도 기술 과제로 올라왔다.
철강을 비롯한 중공업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7%가 나옵니다. 전기차와 태양광 이야기에 밀려 좀처럼 입에 오르지 않는 숫자죠.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추리는 35세 이하 혁신가 명단, 그중 기후·에너지 부문에 이름을 올린 9명이 붙잡고 있는 문제를 나란히 놓고 보면 이 숫자가 왜 중요한지 감이 옵니다. 기후테크의 무게중심이 ‘발전과 자동차’에서 ‘원료와 공정’으로 내려앉고 있거든요.
명단을 소개하려고 쓰는 글은 아닙니다. 그 안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흐름, 그러니까 AI의 양면성과 핵심 광물 추출 경쟁, 그리고 눈에 덜 띄는 배출원이라는 세 갈래를 풀어보려는 쪽에 가깝습니다. 기후테크 소식을 볼 때 어디부터 보는지 기준을 한 번 세워두면, 비슷한 발표가 나올 때마다 처음부터 헤맬 일이 줄어듭니다.
AI는 전력을 먹는 문제이면서 데이터 구멍을 메우는 도구
명단은 바이오테크, 기후·에너지, 컴퓨팅·로보틱스, AI 네 갈래로 나뉩니다. 재미있는 대목은 AI 카테고리 바깥에서도 AI가 작업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는 것. 기후·에너지 부문에서만 세 사람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AI를 다룹니다.
Jae-Won Chung은 AI를 문제 쪽에서 봅니다. AI를 더 전력 효율적으로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는데, 핵심은 오픈소스 모델의 에너지 수요를 실제로 측정하는 데 있습니다. 업계가 영향을 제대로 파악해야 대응도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고요. AI 전력 소비를 둘러싼 논쟁이 대부분 추정치끼리 부딪히는 싸움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측정 도구부터 만들고 시작한다는 순서 자체가 하나의 입장 표명입니다.
나머지 둘은 AI를 도구로 씁니다. Jing Wei는 위성과 기상관측소처럼 출처가 제각각인 데이터 사이의 빈 곳을 머신러닝으로 메워 오염을 더 정확히 추적합니다. Zhonghua Zheng이 개발하는 건 도시 단위를 겨냥한 AI 기후 모델입니다. 전통적인 기후 모델이 유독 약했던 해상도 영역이죠. 두 작업 모두 ‘새 데이터를 더 모으자’가 아니라 ‘이미 있는 데이터의 해상도를 높이자’를 택했습니다. 관측 인프라를 새로 까는 비용보다 계산으로 메우는 비용이 싼 영역이 그만큼 넓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염수냐 경암이냐, 리튬 싸움은 원료가 아니라 공정에서 갈린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차만의 부품이 아닙니다. 전력망에 붙는 대형 에너지 저장장치도 같은 화학을 씁니다. 수요가 두 갈래로 동시에 불어나는 구조라, 이르면 이번 10년 안에 리튬 공급이 빠듯해진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구리도 같은 위험군으로 함께 거론되고요.
뽑아내는 경로는 크게 둘입니다. 염수는 지금 가장 값싼 원료입니다. 대신 금속을 뽑아내는 데 몇 달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주변 환경이 훼손됩니다. 경암 광석은 가장 흔한 원료지만 염수보다 비쌉니다. 싸지만 느린 쪽, 흔하지만 비싼 쪽. 어느 쪽을 골라도 대가가 따라붙는 구도입니다.
명단에 오른 두 창업자가 이 두 갈래를 하나씩 맡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Mohammad Alkhadra는 염수에서 리튬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뽑는 Lithios의 공동창업자이자 CEO, Benjamin Mowbray는 경암 광석에서 리튬을 뽑는 Rock Zero의 공동창업자이자 CTO입니다. 새 원료를 찾아 나서는 게 아니라 각 원료가 안고 있는 고유한 병목(속도와 환경 부담이냐, 비용이냐)을 공정 기술로 푸는 쪽에 돈과 사람이 붙고 있다는 신호로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철강·플라스틱·냉매, 목록에서 빠져 있던 배출원들
전력망과 교통을 화석연료에서 떼어내는 일이 큰 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골치 아픈 건 그 바깥에 덜 알려진 과제가 줄줄이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기후·에너지 부문 9명의 작업을 분야별로 늘어놓으면 그 지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 분야 | 지목된 문제 | 제시된 접근 |
|---|---|---|
| 철강 등 중공업 |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7% 차지 | 제철에 필요한 화학 공정을 단순화한 새로운 방식의 용광로 |
| 리튬(염수) | 가장 싸지만 추출에 몇 달, 지역 환경 훼손 | 염수에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뽑는 추출 기술 |
| 리튬(경암) | 가장 흔하지만 염수보다 비쌈 | 경암 광석 기반 추출 기술 |
| 플라스틱 | 대체로 화석연료로 만들어짐 | 침입성 잡초를 원료로 한 포장재용 바이오플라스틱 |
| 냉매 | 온실효과가 매우 강한 기체 | 누출 우려를 없앤 고체 냉매, 기존 기술 대비 에너지 소비 20% 절감 목표 |
| 양식 사료 | 사료 원료 조달 부담 |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한 양식용 어류 사료 |
냉매 쪽은 설명을 조금 보태는 게 좋겠습니다. 에어컨과 냉장고에 들어가는 냉매는 소량만 새어 나가도 온실효과가 큰 기체입니다. Jinyoung Seo가 개발 중인 고체 냉매는 기체가 아니라 고체 상태 물질을 쓰기 때문에, 누출이라는 문제 범주 자체가 사라집니다. 새는 걸 더 잘 막는 게 아니라 샐 것이 없는 구조. 여기에 기존 기술 대비 에너지 소비를 20% 줄인다는 목표치까지 붙어 있습니다.
플라스틱과 사료 쪽은 원료 발상이 닮았습니다. Joseph Nguthiru는 골칫거리인 침입성 잡초를, Diana Orembe는 음식물 쓰레기를 원료로 씁니다. 처리하는 데 돈이 드는 물질을 원료로 돌려놓으면 조달 단가와 폐기물 처리 부담을 한 번에 건드리게 됩니다. 원료 확보 경쟁에서 애초에 비켜서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기후테크 소식을 거를 때 따져볼 세 가지
발표 자료만 읽으면 모든 기술이 대단해 보입니다. 위 사례들이 공통으로 답하고 있는 질문 세 개를 기준으로 삼으면 판단이 훨씬 빨라집니다.
- 어느 단계의 병목을 건드리나. 원료 확보인지, 중간 공정인지, 최종 제품인지. 리튬 사례처럼 같은 금속을 두고도 병목이 전혀 다른 곳에 있을 때가 많습니다.
- 비교 기준선을 밝혔나. ‘에너지 20% 절감’처럼 무엇 대비 얼마인지 명시된 수치가 있는지 봅니다. 기준선 없는 개선율은 해석이 불가능합니다.
- 원료를 어디서 가져오나. 잡초나 음식물 쓰레기처럼 이미 남아도는 재료를 쓰는지, 아니면 새 공급망을 처음부터 깔아야 하는지에 따라 상용화 속도가 갈립니다.
국내 독자가 챙길 것
이 명단이 다루는 분야는 한국 산업 구조와 겹치는 면이 넓습니다. 배터리 소재, 철강, 냉난방 가전. 모두 국내에 두툼한 산업 기반이 있는 영역입니다. 다만 아래 내용 중 국내 영향에 관한 부분은 원문에 근거가 없는 해석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둡니다.
리튬 추출 공정 경쟁은 원료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배터리 밸류체인에 조달 단가와 리드타임 형태로 영향을 줍니다. 염수 공정의 소요 기간이 몇 달 단위라는 점은 재고 계획과 직결되는 변수라, 추출 속도를 줄이는 기술이 실제로 상용화되면 가격보다 납기 쪽에서 먼저 체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건 원문에 없는 추정입니다.
고체 냉매는 에어컨·냉장고 기술 축과 맞닿아 있습니다. 다만 상용 제품 출시 일정이나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원문에 아무 언급이 없습니다. 국내 출시 여부, 원화 가격, 유통 경로에 대한 공식 발표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관련 제품 구매를 고민 중이라면 지금 나와 있는 기술이 아니라 앞으로 나올 기술이라는 점을 전제로 두는 게 맞습니다.
당장 실무에서 손대볼 만한 건 AI 전력 쪽입니다. 사내에서 모델을 직접 운영한다면, 추론 워크로드의 전력 사용량을 측정 지표로 남기는 일부터 시작해보길 권합니다. 오픈소스 모델의 에너지 수요를 측정해 업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은 사례가 이미 나와 있으니, 사내 지표도 같은 방향으로 쌓아두면 나중에 비교할 기준선이 생깁니다.
확인된 것과 아직 불확실한 것
원문에서 확인되는 사실
- 명단은 바이오테크, 기후·에너지, 컴퓨팅·로보틱스, AI 네 갈래로 나뉘며 기후·에너지 부문에 9명이 포함됐다.
- 염수는 현재 가장 값싼 리튬 원료지만, 추출에 몇 달이 걸리고 지역 환경에 피해를 준다.
- 경암 광석은 가장 흔한 리튬 원료이지만 염수보다 비싸다.
- 철강을 포함한 중공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7%를 차지한다.
- 고체 냉매를 쓰는 장치는 기존 기술 대비 에너지 소비를 20%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 리튬 공급 부족 가능성이 거론되며, 구리도 함께 주시 대상으로 언급됐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
- 각 기술의 상용화 시점, 양산 규모, 실제 단가.
- 에너지 20% 절감이 실험실 조건 기준인지 완제품 기준인지.
- 리튬 공급 부족이 나타나는 정확한 시기와 폭.
- 국내 도입 일정, 원화 가격, 국내 기업과의 협력 여부.
기술 이름보다 병목을 먼저 보면 흐름이 읽힌다
이런 명단을 볼 때 이름과 회사를 외우는 건 6개월만 지나도 쓸모가 줄어듭니다. 오래 남는 건 구조입니다. 값싼 원료에는 시간과 환경이라는 대가가 붙고, 흔한 원료에는 비용이 붙는다는 것. 새 데이터를 모으는 것보다 있는 데이터의 해상도를 높이는 쪽이 싸게 먹히는 영역이 있다는 것. 남아도는 폐기물이 그대로 조달 단가를 낮추는 원료가 된다는 것. 이 세 가지는 개별 기술이 사라진 뒤에도 남습니다.
다음에 기후테크 발표 자료를 마주쳤을 때 ‘무엇을 만들었나’보다 ‘어떤 병목을, 어떤 기준선 대비, 얼마나 줄였나’를 먼저 찾아보세요. 홍보 문구와 실제 진전을 갈라내는 데 이만한 질문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