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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L 스튜디오 CEO는 왜 레딧에 상주할까

    FL 스튜디오 CEO는 왜 레딧에 상주할까

    한때 “프루티 루프스(Fruity Loops)”라는 이름의 불법 복제판으로 더 유명했다. 지금은? FL 스튜디오라는 정식 이름으로 전 세계 프로듀서 책상 위에 깔려 있는 필수 도구다. 이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을 20년 넘게 끌고 온 회사가 이미지 라인(Image Line)이고, 수장은 콘스탄틴 쾨엥케(Constantin Koehncke)다. 더버지(The Verge)와 나눈 인터뷰에서 그는 CEO 자신이 레딧에 죽치고 앉아 이용자들과 직접 떠드는 이유를 털어놨다.

    불법 복제로 시작해서 표준이 된, 좀 웃긴 얘기

    FL 스튜디오는 1990년대 후반 벨기에의 작은 회사에서 ‘프루티 루프스’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뗐다. 정품보다 크랙 버전으로 먼저 만난 유저가 훨씬 많다는 건 업계에서 딱히 숨길 것도 없는 얘기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흘러들어온 십대·이십대 유저들이 나중에 돈을 내고 정품으로 갈아타면서 지금의 힙합·EDM 프로듀서 생태계를 떠받쳤다. 트래비스 스캇, 메트로 부민 같은 이름값 있는 프로듀서들이 작업 화면을 그대로 공개하고 다니면서 브랜드 인지도는 오히려 더 올라갔다. 크랙으로 시작해서 이 정도 위치까지 온 소프트웨어, 흔치 않다.

    CEO가 레딧에 직접 뛰어든 이유

    쾨엥케는 대형 소프트웨어 회사 대표치고는 특이하게, r/FL_Studio 같은 커뮤니티에 직접 댓글을 달고 유저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주워 담는 쪽을 택했다. 마케팅팀 거치지 않고 대표가 직접 답을 다는 방식, 유저 입장에서는 체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 기능 요청이나 버그 리포트가 개발 로드맵에 곧바로 반영되는 구조
    • 경쟁 DAW인 에이블톤 라이브, 로직 프로와 비교했을 때 “가볍게 말 붙일 수 있는 창구”라는 이미지
    • 평생 라이선스(free lifetime updates) 정책을 유지하면서 다진 커뮤니티 충성도

    구독제가 대세인데 ‘평생 무료 업데이트’를 고집한다

    어도비, 아비드 같은 경쟁사 대부분이 구독형 과금으로 넘어간 사이, 이미지 라인은 한 번 사면 평생 무료 업데이트를 주는 정책을 여전히 붙잡고 있다. 쾨엥케는 이 정책이 신규 유저를 끌어들이고 장기 충성 고객을 붙잡아두는 데 핵심이라고 짚었다.

    다만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대형 업데이트 주기가 느리다는 불만도 꾸준히 나온다. 이건 좀 아쉬운 대목이긴 하다. 레딧에서의 소통은 이런 불만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직접 해명하는 창구 역할도 겸하는 셈이다.

    1인 개발사 감성이 대기업 SaaS를 이기는 순간

    구독 피로가 쌓일 대로 쌓인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한 번 사면 끝”이라는 정책과 CEO의 직접 소통은 오히려 차별화 포인트로 작동하고 있다. 대형 플랫폼일수록 고객 접점이 콜센터나 챗봇으로 좁아지는 흐름과는 정반대 행보다.

    국내 비트메이커들한테는 어떤 의미일까

    국내에서도 힙합·K팝 비트메이킹에 입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FL 스튜디오는 로직 프로, 큐베이스와 함께 3대 선택지로 꼽힌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강좌 상당수가 FL 스튜디오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개발사가 유저 목소리를 얼마나 빠르게 반영하느냐는 초보 프로듀서들의 학습 곡선과도 맞닿아 있다.

    구독형 소프트웨어에 지친 국내 1인 크리에이터나 유튜버 입장에서는 ‘평생 라이선스’ 모델 자체가 꽤 매력적인 대안으로 다가올 여지가 있다. 국내 음악 플랫폼이나 툴 개발사들도 이런, 창업자가 직접 나서서 소통하는 방식을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하다.

    출처: The Ver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