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뮤직과 워너채플뮤직이 앤스로픽을 저작권 침해로 걸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수만 건에 달하는 곡, 곡당 최대 15만 달러라는 숫자가 소장에 박혀 있다.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저작권으로 보호받는 가사와 악보를 허락도 없이 가져다 썼다는 이유다. 뉴스만 보면 어리둥절할 수도 있다. 이런 소송, 대체 몇 번째인가 싶고. 왜 이렇게 자주 터지는지, 걸리면 얼마를 물어줘야 하는지 한번 정리해봤다.
AI 저작권 소송, 결국 다 ‘학습 데이터’ 문제
생성형 AI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 출발점은 거의 똑같다. AI 모델은 인터넷에 떠도는 방대한 텍스트, 이미지, 음원을 긁어모아 학습한다. 문제는 이 데이터 상당수가 남의 저작물이라는 것. 뉴욕타임스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고소한 사건, 게티이미지가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낸 소송, 이번 소니뮤직·워너채플 사건까지 —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다. 허락 없이 가져다 학습시킨 게 침해냐, 아니면 정당한 이용이냐.
여기서 AI 기업과 저작권자, 입장이 완전히 갈린다.
- 저작권자 측: 창작물을 대가 없이 가져다 쓰고, 그 결과물로 원작자와 경쟁하는 서비스까지 만든다는 주장
- AI 기업 측: 학습 과정은 결과물을 그대로 복제하는 게 아니라 패턴을 익히는 것이라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는 주장
음악·언론·출판사가 유독 잘 걸고넘어지는 이유
음악 업계와 언론사, 출판사가 AI 기업 상대로 소송을 자주 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저작권 관리 체계가 이미 촘촘히 잡혀 있어서다. 어떤 작품이 언제 누구 소유인지, 얼마나 자주 쓰였는지 추적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개인 창작자나 소규모 저작권자는 자기 작품이 AI 학습에 쓰였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것과 대조적이다.
하나 더 있다. 음원과 가사는 스트리밍이라는 이미 확립된 라이선스 시장이 있다. 그래서 “AI 학습도 라이선스 맺고 정당한 대가를 내라”는 논리가 힘을 받는다. 실제로 유니버설뮤직그룹은 몇몇 AI 스타트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소송 대신 협상을 택했다. 소송과 협상, 둘이 동시에 굴러가는 셈.
배상금은 대체 어떻게 정해지나 — 법정 손해배상의 구조
미국 저작권법에는 ‘법정 손해배상(statutory damages)’이라는 제도가 있다. 저작권자가 실제 손해액을 입증하기 어려울 때, 법원이 침해 건당 일정 금액을 정해서 물리는 방식이다.
- 일반적인 침해: 건당 최대 3만 달러
- 고의적 침해로 인정될 경우: 건당 최대 15만 달러
- 저작권 관리 정보(CMI)를 고의로 삭제·훼손한 경우: 건당 최대 2만 5천 달러 별도 청구 가능
이번 소니뮤직·워너채플 소송에서 곡당 최대 15만 달러, 저작권 정보 삭제 건마다 추가로 2만 5천 달러를 요구한 것도 이 규정 때문이다. 대상 저작물이 수만 건 단위라니, 이론상 최종 배상액은 수십억 달러까지 불어날 여지가 있다. 이건 좀 과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실제 판결에서 법원이 이 상한선을 그대로 때리는 경우는 드물다. 침해 규모와 고의성을 따져 조정하는 게 보통이다.
AI 기업의 방패, ‘공정 이용’이란
공정 이용(Fair Use)은 저작권 보호 저작물을 허락 없이 써도 예외적으로 침해가 아니라고 인정하는 미국 저작권법 원리다. 법원은 보통 이 4가지를 본다.
- 이용의 목적과 성격 (상업적인가, 변형적인가)
- 저작물의 성격 (사실 기반인가, 창작성이 강한가)
- 이용된 분량과 비중
- 원작 시장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AI 기업들은 학습 과정이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이라고 주장해왔다. 2024년 이후 몇몇 판결에서는 AI 학습 자체는 공정 이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저작권 정보를 고의로 지우거나 불법 다운로드 경로로 데이터를 확보한 정황이 있다면 그건 별개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앤스로픽이 예전에 저자들과 벌인 소송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다. 학습 자체와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했느냐, 법원은 이 둘을 따로 떼서 보는 편이다.
창작자라면 지금 체크해야 할 것들
작곡가, 작가, 사진가처럼 저작물을 만드는 입장이라면 소송 뉴스를 구경만 할 게 아니라 실제로 챙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 로봇 배제 표준(robots.txt) 설정: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운영한다면 AI 크롤러 접근을 막는 설정을 걸어둘 수 있다
- 플랫폼별 옵트아웃 신청: 일부 이미지·음원 플랫폼은 AI 학습 이용을 거부하는 옵션을 준다
- 저작권 등록: 미국 저작권청 등록은 나중에 법정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유리한 근거가 된다
- 업계 단체 동향 확인: 음악출판협회, 작가조합 같은 단체가 집단으로 진행하는 소송이나 라이선스 협상에 낄 수 있는지 확인
국내 개발자·기업이 놓치면 안 되는 부분
한국에서 AI 서비스를 만들거나 생성형 AI API를 가져다 쓰는 입장이라면, 이 소송들 남 얘기만은 아니다. 미국 소송 결과에 따라 특정 모델의 학습 데이터 구성이나 라이선스 정책이 바뀌면, 그 모델을 API로 쓰는 서비스도 약관이나 요금 구조가 같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국내 저작권법도 AI 학습과 관련한 ‘텍스트·데이터마이닝(TDM)’ 면책 조항 도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서, 미국 판례의 방향이 국내 입법 논의에도 참고 자료로 쓰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AI 모델을 도입하기 전에, 그 회사가 저작권 소송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라이선스 계약은 얼마나 확보해 뒀는지 확인해두는 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 소송 결과에 따라 서비스 자체가 멈추거나 데이터셋이 통째로 재구성된 사례도 있었으니까.
이것도 궁금하죠?
Q. AI가 만든 결과물도 저작권 침해가 될까?
학습 데이터 문제와는 별개로, 생성된 결과물이 원작과 지나치게 비슷하면 따로 침해 판단을 받을 여지가 있다. 가사나 멜로디를 거의 그대로 베낀 수준으로 나온다면 이 경우도 마찬가지.
Q. 소송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수만 건 단위 저작물을 하나하나 대조해야 하고, 공정 이용 여부를 가리는 데도 방대한 증거 조사가 필요해서 보통 몇 년 단위로 흘러간다.
Q.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나?
실제로 라이선스 계약 형태로 합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송 대신 사용료를 내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기업도 있고.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