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집들이에 갔더니 마당에서 지글지글 소리가 났다. 불판인가 싶어 다가갔는데, 웬걸. 격자무늬 석쇠가 아니라 넓적한 철판 위에서 고기랑 채소가 같이 구워지고 있었다. ‘이거 그릴 아니고 그리들이야.’ 친구 말에 그제야 알았다. 그릴이랑 그리들이 다른 물건이라는 걸. 나만 몰랐나 싶었는데 물어보니 의외로 이 둘 구분 못 하는 사람이 많더라. 야외 조리 장비를 처음 장만하는 거라면 이 차이부터 정확히 알아두는 게 돈 아끼는 지름길이다.
그릴이랑 그리들, 구조부터 다르다
그릴은 석쇠나 격자 모양 팬에 재료를 얹어 굽는 방식이다. 열이 아래에서 직접 올라오다 보니 특유의 그릴 마크와 훈연 향이 배어든다. 그리들은 다르다. 매끈한 철판 하나가 전부라서 재료가 불에 직접 닿지 않는다. 팬케이크, 계란 요리, 볶음밥처럼 국물이나 기름이 흘러나오면 곤란한 요리엔 이쪽이 유리하다.
열전달 방식 하나로 요리 맛이 갈린다
그릴은 국소적으로 열이 확 오르는 구조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스테이크, 삼겹살 같은 메뉴에 잘 맞는다. 다만 불판 틈으로 기름이 떨어지면서 연기와 불꽃이 자주 튄다. 온도 조절에 손이 좀 간다는 뜻이다. 그리들은 철판 전체가 고르게 달궈진다. 온도 편차가 적고, 재료 여러 개를 한꺼번에 올려도 익는 속도가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처음 다뤄보는 사람이라면 그리들 쪽이 실수할 확률이 낮다.
어떤 음식엔 뭐가 맞을까
고기 본연의 육즙과 훈연 향을 살리고 싶으면 답은 그릴이다. 스테이크, 폭립, 통닭구이처럼 두툼한 덩어리 요리는 특히 그릴의 강한 직화가 유리하다.
- 아침 브런치나 팬케이크, 베이컨, 계란 프라이 – 그리들
- 해산물, 새우, 채소볶음처럼 부서지기 쉬운 재료 – 그리들
- 스테이크, 삼겹살, 갈비 같은 두꺼운 고기 – 그릴
- 여러 명이 각자 다른 메뉴를 동시에 – 그리들
홈파티를 자주 여는 편이면 철판 하나로 고기, 볶음밥, 계란까지 순서대로 처리할 수 있는 그리들이 활용도 면에서 낫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청소는 어느 쪽이 더 손이 갈까
그릴은 격자 틈새에 탄 기름때랑 재가 끼기 쉬워서 전용 브러시로 매번 긁어내야 한다. 방치하면 녹슬거나, 다음 조리 때 탄내가 배는 일도 흔하다. 그리들은 표면이 평평하니 스크래퍼로 한 번 밀면 대부분 정리가 끝난다. 시즈닝, 그러니까 기름 코팅 관리만 꾸준히 해주면 오래 써도 상태가 크게 나빠지지 않는다. 청소 부담 줄이고 싶다면 그리들 쪽이 확실히 편하다.
가격표부터 비교해보면
보급형 가스 그릴은 2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훈연 기능을 얹은 스모커형은 백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그리들은 화력 구성에 따라 가격 폭이 넓은데,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2버너 이상 모델은 30만~80만 원대가 주력이다. 여기에 커버, 오일 디스펜서, 스크래퍼 같은 액세서리 비용까지 더해야 실제 지출이 나온다. 여름 성수기나 명절 시즌엔 브랜드사에서 할인 행사를 여는 경우가 잦다. 구매 시점을 조금만 늦춰도 같은 모델을 더 싸게 살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처음이라면 이 순서를 권한다
야외 조리를 처음 시작한다면 소형 그리들 하나로 시작해보길 권한다. 실패 확률이 낮고 관리도 쉬워서 부담이 적다. 고기 굽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고 싶어지면, 그때 그릴을 추가로 들이는 순서가 합리적이다. 반대로 캠핑이나 백패킹처럼 이동이 잦은 용도라면 부피 작고 조립 간단한 미니 그릴이 그리들보다 실용적이다. 결국 본인이 자주 만드는 메뉴랑 사용 장소부터 정하고, 그다음에 장비를 고르는 순서가 맞다.
액세서리 하나로 완성도가 달라진다
그릴이든 그리들이든 온도계, 방수 커버, 전용 오일만 갖춰도 사용 경험이 확 달라진다. 그리들은 시즈닝용 오일과 스크래퍼가 세트처럼 붙어 다니는데, 처음 살 때 번들 구성으로 사면 낱개로 사는 것보다 지출이 줄어든다. 그릴은 훈연칩이나 드립팬을 추가하면 바비큐 전문점 못지않은 향을 낼 수 있다. 장비값 못지않게 소모품 투자도 챙겨볼 만하다.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