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제일 가까운 행성이 수성이다. 그런데 인류가 탐사선을 보낸 건 지금까지 딱 세 번뿐. 화성은 로버가 여러 대 굴러다니고, 목성이랑 토성도 무인선이 다녀온 지 오래다. 옆집이나 다름없는 수성만 유독 조용했다. 이유를 알고 나면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한데, 동시에 우주공학자들 머리를 제일 아프게 만드는 문제이기도 하다.
거리는 가까운데 왜 더 어려울까
직선거리로만 보면 수성은 화성보다 가깝다. 근데 실제 비행 거리와 걸리는 시간을 따져보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태양 중력이 탐사선을 세게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출발한 탐사선이 그대로 수성 쪽으로 날아가면 속도가 계속 붙어서 그냥 스쳐 지나가버리거나, 최악의 경우 태양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래서 수성 궤도에 안착하려면 오히려 속도를 깎아내는 게 관건이다. 화성이나 목성처럼 바깥쪽 행성으로 갈 때는 속도를 붙여야 하는데, 정반대인 셈이다.
스윙바이를 몇 번씩 반복하는 이유
속도를 줄이려고 탐사선들은 ‘중력 도움 비행’, 흔히 말하는 스윙바이를 여러 차례 쓴다. 지구, 금성, 심지어 수성 자체를 스치듯 지나가면서 궤도와 속도를 야금야금 조정하는 방식이다. 유럽우주국(ESA)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같이 만든 베피콜롬보 탐사선은 지구 1회, 금성 2회, 수성만 6회에 걸쳐 근접 비행을 했다. 발사부터 실제 궤도 진입까지 7~8년이나 걸린 것도 이 복잡한 경로 때문이다. 로켓 연료만으로 단번에 속도를 죽이려면 탐사선 무게 대부분을 연료로 채워야 한다. 사실상 답이 안 나오는 방법이다.
낮과 밤의 온도차, 이것도 만만치 않다
수성 표면은 낮엔 섭씨 430도까지 오르고, 밤엔 영하 180도 밑으로 떨어진다. 대기가 거의 없다 보니 태양 반대쪽은 순식간에 식어버린다. 탐사선 입장에선 태양열도 버텨야 하고, 동시에 극저온에서도 전자장비가 멀쩡히 돌아가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는 셈이다. 태양광 패널이 타지 않도록 특수 차폐막을 씌우고, 관측 장비 냉각용 시스템까지 따로 갖춰야 한다. 설계 난이도 자체가 다른 행성 탐사선과는 급이 다르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다녀간 탐사선, 딱 세 대
수성을 스치거나 궤도에 들어간 미션은 손에 꼽는다.
- 마리너 10호(1974~1975) — 최초로 수성을 근접 비행하며 사진을 찍은 미국 탐사선
- 메신저(2011~2015) — 최초로 수성 궤도에 안착해 4년간 표면을 정밀 관측
- 베피콜롬보 — 유럽과 일본이 함께 만든 미션. 궤도선 두 대를 태워 보내 자기장과 표면을 동시에 분석하는 구조다
세 미션 사이 간격이 수십 년씩 벌어진다.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은 영역이라는 뜻이다.
결국 이걸로 알아내려는 건 뭘까
수성은 밀도가 유독 높고, 핵이 행성 전체 부피의 절반 넘게 차지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졌다. 왜 이런 모양이 됐는지, 태양계 초기에 무슨 충돌이나 열적 과정을 거쳤는지는 아직 명확한 답이 없다. 표면 극지방 크레이터 안쪽 그늘진 곳에서 얼음 흔적이 나왔다는 관측도 있다. 태양에 제일 가까운 행성에 왜 얼음이 있는지, 이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수성 연구는 이 행성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태양계 전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금 모습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거꾸로 추적하는 단서에 가깝다. 지구형 암석 행성이 태양 옆 극한 환경에서 어떻게 버티는지 보여주는 참고 사례이기도 하고.
다음 수성 미션이 기다려지는 이유
궤도 진입 자체가 워낙 까다롭다 보니, 한 번 보낸 탐사선에서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뽑아내는 게 관건이 된다. 자기장 측정, 표면 성분 분석, 얼음 흔적 확인 같은 과제가 겹겹이 쌓여 있어서 궤도선 하나로는 다 감당하기 벅차다. 그래서 궤도선 두 대를 동시에 쓰는 이번 협업 미션이 더 의미가 있다. 앞으로 나올 후속 탐사 계획도 이런 다중 궤도선 구조를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 Ars Technica 보도를 보면 베피콜롬보는 발사 8년 만에 드디어 수성 최종 접근 단계에 들어섰다고 한다. 가장 가까운 행성이면서 가장 늦게 정복된 행성이라는 아이러니, 당분간은 계속될 듯하다.
출처: Ars Technic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