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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 좀 줘, 엄마는 죽었어’… 슬픔을 웃음으로 눌러쓴 회고록

    ‘빵 좀 줘, 엄마는 죽었어’… 슬픔을 웃음으로 눌러쓴 회고록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Good Grief, Pass the Bread, Mom Is Dead(굿 그리프, 빵 좀 줘, 엄마는 죽었어)”. 미국 코미디 작가 안젤라 니셀이 새로 낸 회고록 제목인데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엄마를 간병하고, 결국 떠나보내기까지의 시간을 담았다. 그런데 톤이 좀 이상하다. 슬픔보다 웃음이 먼저 튀어나온다. IT·문화 매체 더버지가 최근 니셀과 나눈 인터뷰를 공개하면서 이 책이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시트콤 작가가 이번엔 자기 얘기를 썼다

    니셀이라는 이름, 미국 출판가에서 낯설지 않다. 2001년 에세이 ‘브로크 다이어리(The Broke Diaries)’로 먼저 이름을 알렸고, 이후 미국 인기 의학 시트콤 ‘스크럽스’ 작가진에 합류하며 코미디 감각을 인정받은 인물이거든요. 그런 그가 이번엔 처음으로 자기 가족, 그것도 엄마의 임종 과정을 정면으로 다뤘다.

    투병이나 임종을 다루는 회고록, 보통 눈물샘부터 자극하지 않나. 니셀은 반대로 갔다. 장례식장에서나 어울릴 법한 무거운 단어 대신, “빵 좀 줘”라는 생활 밀착형 농담을 제목에 박아 넣었다. 말하자면 정통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원래 온라인 일기에서 시작한 글쓰기

    ‘브로크 다이어리’는 니셀이 대학원 시절 생활고를 기록한 온라인 글에서 출발해 종이책으로 나온 초기 사례로 꼽힌다. 블로그 글이 책으로 이어지는 흐름, 요즘엔 흔하지만 2000년대 초반엔 꽤 드문 케이스였다. 이번 신작도 그 생활 밀착형 화법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슬픔을 웃음으로 버티는 ‘교수대 유머’

    더버지 기자는 이 책을 두고, 깊은 감정을 다루면서도 힘든 시기를 버틸 때 쓰는 것과 같은 종류의 교수대 유머(gallows humor)로 풀어낸다고 평했다. 죽음, 병원, 간병처럼 무거운 소재를 어두운 농담으로 감싸는 화법이다.

    • 시한부 부모를 돌보는 현실적인 고충
    • 병원과 장례 절차에서 마주하는 웃픈 순간들
    • 슬픔 속에서도 놓지 않은 유머 감각

    너만 힘든 게 아니라는 위로.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감정, 결국 그거다.

    미국 출판가에 조용히 번지는 ‘웃긴 회고록’

    최근 미국 출판 시장, 투병·간병·상실을 다루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회고록이 늘고 있다. 무겁게만 다루던 그리프 메모아(grief memoir) 장르에 스탠드업 코미디 화법을 접목한 작가들, 서점가에서 꾸준히 팔린다.

    배경엔 미국 특유의 돌봄 부담이 있다. 자녀를 키우면서 동시에 나이 든 부모를 간병하는 이른바 샌드위치 세대가 늘면서, 이들의 고단함을 공감형 유머로 풀어내는 콘텐츠 수요가 커진 탓이다.

    제목부터 파격, 마케팅도 통했다

    출판사 입장에서 이런 제목, 서점 매대에서 눈에 띄는 효과가 확실하다. 죽음을 소재로 하면서도 가볍게 읽힐 듯한 인상을 주는 제목은 무거운 주제를 피하고 싶은 독자까지 끌어들이는 진입장벽 낮추기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이 책, 출간 전부터 서평 매체와 팟캐스트에서 언급되며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한국 4050세대에도 남 얘기가 아니다

    한국도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빠르다. 부모 간병과 임종을 동시에 겪는 4050세대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국내 출판 시장에서 이 주제는 여전히 엄숙하고 무거운 톤으로만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죽음학’ 강연이나 존엄사 논의처럼 진지한 접근은 넘쳐나도, 웃음으로 애도를 풀어내는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니셀의 책처럼 유머로 슬픔을 다루는 접근, 국내 독자에겐 낯설면서도 신선한 위로로 다가올 여지가 있다. 번역 출간이 이뤄진다면 간병 우울, 상실감을 다루는 국내 에세이 시장에 새로운 참고 모델이 될지도 모른다. 죽음을 무겁게만 다루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 자체가, 돌봄에 지친 이들에겐 작은 위안이거든요. 국내 출판사가 이 회고록의 판권을 눈여겨볼 만한 이유이기도 하다.

    출처: The Ver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