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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걸》 흥행 참패, DCU는 왜 이렇게 서두른 걸까

    《슈퍼맨》이 흥행에 성공한 지 얼마 됐다고. 이미 위기론이다. 제임스 건의 DC 신 유니버스(DCU) 첫 타작이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으며 청신호를 켰는데, 후속작 《슈퍼걸: 내일의 여인》이 박스오피스에서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The Verge 보도를 보면, WBD(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이번 선택은 처음부터 무리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솔직히, 조짐은 있었다.

    슈퍼맨이 세운 기대치, 그리고 남긴 짐

    건 감독이 DC CCO(최고 콘텐츠 책임자)로 취임한 뒤 야심차게 내놓은 첫 작품 《슈퍼맨》은 잘 됐다. 낡은 DCEU의 혼란을 정리하고 새로운 클락 켄트를 신선하게 그려냈다는 평이 이어졌다. 영화 말미에 깜짝 등장한 카라 조-엘, 즉 슈퍼걸 장면은 팬들 사이에서 꽤 화제가 됐다. 단독 영화에 대한 기대감? 당연히 생겼다.

    문제는 속도였다. WBD가 흥행 열기에 취해서였는지, 슈퍼걸 단독 영화를 너무 빠르게 밀어붙였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왜 이렇게 서둘렀나, 그리고 그 대가

    The Verge 기사를 보면, 슈퍼맨 직후 또 다른 크립토니안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결정 자체가 처음부터 석연치 않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새로운 영화 우주의 기틀이 잡히기도 전에 스핀오프가 먼저 나온 셈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피로감이 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슈퍼걸》은 박스오피스에서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캐릭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타이밍과 편성 순서의 문제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관객이 아직 새 DC 세계에 정착하기도 전에 확장이 먼저 이뤄진 셈이다. 이건 좀 과했다.

    MCU가 겪은 그 실수, 이번엔 DCU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2021~2023년 사이에 ‘콘텐츠 과잉 피로’로 된통 당한 게 기억난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와 극장 영화를 무리하게 쏟아내다가 관객 피로도가 치솟았고, 마블은 결국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 MCU 페이즈 4(2021~2022): 극장 영화 7편 + 드라마 시리즈 6편 동시 투입 → 관객 피로 급증
    • 《닥터 스트레인지 2》, 《토르: 러브 앤 썬더》 등 연속 흥행 부진
    • DCU 챕터 원(2025~): 빠른 신작 투입으로 유사한 우려 재등장

    DCU가 이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은 더 이상 팬덤의 과민 반응이 아니다. 수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제임스 건의 선택지

    건 감독은 구(舊) DCEU의 실패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강력한 캐릭터 기반과 일관된 세계관”을 DCU의 핵심 원칙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스튜디오의 상업적 압박은 이 원칙과 쉽게 충돌한다.

    WBD는 HBO 분사, 스트리밍 부진 등으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검증된 IP를 최대한 빠르게 활용하려는 유혹은 당연히 강할 수밖에 없다. 결국 건이 잡아야 할 것은 ‘빠른 확장’과 ‘단단한 기반’ 사이의 균형이다. 《슈퍼걸》의 부진이 그 균형이 아직 안 잡혔다는 신호라면, 다음 작품들이 DCU의 사활을 좌우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건 감독의 역량을 믿는다. 다만 스튜디오가 그 역량을 발휘할 공간을 줄지, 그게 더 큰 변수다.

    국내 시장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

    한국은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영화의 핵심 소비 시장이다. 마블·DC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국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관련 굿즈·팝업 시장도 작지 않다. DCU의 흥행 부진은 이 생태계 전반에 연쇄 반응으로 이어진다.

    웨이브·시즌 등 국내 OTT들은 DC 콘텐츠를 주요 라인업으로 활용해왔다. WBD 콘텐츠의 흥행력이 흔들리면 라이선스 가치도 함께 조정될 여지가 있고, 이는 국내 스트리밍 편성에도 타격을 준다. 국내 DC 팬 커뮤니티에서도 이미 “슈퍼맨은 좋았는데 왜 슈퍼걸을 이렇게 서둘렀냐”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제임스 건이 이 비판을 흡수해 다음 작품에 어떻게 반영할지, 국내 팬들로서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출처: The Ver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