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현지시간), EA가 정말로 상장폐지 도장을 찍었다. 일렉트로닉 아츠 얘기다.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와 실버레이크, 어피니티 파트너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550억 달러(약 76조원)에 EA를 통째로 사겠다고 발표한 지 딱 11개월 만이다. FIFA 시절부터 국내 PC방과 콘솔 유저들한테 익숙한 회사라 그런지, 소식이 뜨자마자 국내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순식간에 퍼졌다.
역사상 최대 바이아웃, 결국 마무리됐다
이번 인수, 사상 최대 규모 차입매수(LBO)로 남게 됐다. 2007년 미국 텍사스 전력회사 TXU에너지를 450억 달러에 인수했던 거래가 그동안 1위였는데, EA 딜이 이걸 가볍게 넘어섰다. 인수 자금 상당 부분을 빚으로 조달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EA가 앞으로 이자만 갚는 데도 꽤나 시달릴 거란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 인수 발표: 2025년 9월
- 거래 종결: 2026년 8월 4일(현지시간 화요일)
- 거래 규모: 550억 달러(약 76조원)
- 주도 투자자: 사우디 PIF, 실버레이크, 어피니티 파트너스
PIF 지분 93.4%, 사실상 새 주인
디 버지(The Verge) 등 외신을 종합해보면 PIF는 이번 거래로 EA 지분 93.4%를 갖게 될 전망이다. 나머지는 실버레이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세운 어피니티 파트너스가 나눠 갖는 구조. 나스닥에서 거래되던 EA 주식은 이날부로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고, 30년 가까이 지켜온 상장사 자리를 내놨다.
사우디는 왜 게임산업에 이렇게 진심일까
PIF가 게임에 돈을 쏟아붓는 게 EA가 처음은 아니다. 자회사 새비게임즈그룹을 통해 닌텐도, 액티비전 블리자드,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지분을 사들였고, e스포츠 대회 운영사 ESL과 페이스잇도 인수해서 합쳐버렸다. 국내 게이머한테도 낯설지 않은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에도 각각 지분을 쥐고 있다. 한국 게임업계에서 PIF 존재감, 이미 만만치 않다.
물론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PIF의 대규모 투자를 사우디 정부의 인권 문제를 가리려는 ‘스포츠워싱’ 전략의 연장선으로 봐왔다. EA 인수 발표 당시에도 일부 개발자와 이용자 단체가 우려를 표했었다.
비상장 전환 후, EA 게임은 뭐가 달라지나
상장폐지로 EA는 이제 분기마다 실적 발표하고 주주 눈치 보는 일에서 벗어났다. 겉으로 보면 배틀필드6, 에이펙스 레전드, EA 스포츠 FC 같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 길게 투자할 여력이 생긴 셈. 근데 반대로 읽으면 다르다. 인수 부채를 갚으려면 비용 절감 압박이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 EA는 2023년과 2024년에도 수천 명 규모로 인력을 감축한 전례가 있다. 이번 전환이 또 다른 구조조정으로 이어질지, 업계가 지켜보고 있다.
국내 게이머와 게임업계, 눈여겨봐야 할 이유
EA 스포츠 FC는 국내 PC방 인기 순위 상위권을 꾸준히 지켜온 타이틀이다. 배틀필드나 심즈 시리즈 팬층도 두껍다. 새 주인이 된 PIF가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 지분까지 이미 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한국은 하나의 국부펀드 자본이 국내외 주요 게임사 여러 곳에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구조 안에 놓인 셈이다.
- PIF는 EA 외에도 넥슨·넷마블·크래프톤 지분 보유
- EA 스포츠 FC는 국내 PC방 인기 순위 상위권 단골
- 비용 절감 기조가 국내 서비스·현지화 인력에 번질 가능성
당장 국내 서비스에 뭔가 바뀌진 않을 거다. 다만 특정 국부펀드 자본이 글로벌 게임산업 곳곳에 쌓이는 흐름 자체는 국내 업계도 한 번쯤 눈여겨볼 대목이다. 크래프톤이나 넷마블 같은 국내 대형 퍼블리셔의 지배구조 논의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계속 언급될 걸로 보인다.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