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텍사스의 한 작은 개발사가 게임 하나를 내놓았다. 그리고 그 게임이 FPS라는 장르 자체를 만들어버렸다. id 소프트웨어의 ‘둠’ 얘기다.
30년 넘게 이어진 시리즈라 신작을 접하고 나서 과거작까지 손대려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 스토리가 죽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리부트도 여러 차례 거쳤으니까. id 소프트웨어는 이후 베데스다에 인수됐고, 베데스다는 다시 마이크로소프트 산하로 들어갔다. 지금은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 소속으로 신작을 만들고 있다. 요즘 대형 게임사들 인수합병이며 구조조정이며 뒤숭숭한데, 둠이라는 IP 인기는 꿈쩍도 안 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정리해봤다.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헷갈리지 않게, 어떤 순서로 플레이하면 좋을지.
오리지널 둠(1993), 건너뛰면 후회한다
그래픽만 보면 요즘 게임에 익숙한 눈에는 낯설다. 솔직히 좀 투박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2.5D 렌더링으로 빠른 이동과 총격전을 구현한 최초의 게임이라는 타이틀은 무시하기 어렵다. 화성 기지에서 지옥의 문이 열리고, 주인공 혼자 악마 무리를 상대한다. 설정은 단순한데 이 구조 하나가 이후 모든 FPS의 뼈대가 됐다. 요즘은 스팀이나 콘솔 스토어에서 리마스터판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고, 조작감도 현대적으로 손봐서 진입 장벽이 낮은 편. 시리즈 뿌리를 알고 싶다면 여기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둠 3(2004), 분위기를 확 바꾼 이색작
초기작이 스피드와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게임이었다면, 둠 3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서바이벌 호러에 가까운 긴장감을 노렸다. 손전등과 무기를 동시에 들 수 없어서 조명 없이 어둠 속을 헤매야 하는 구간이 꽤 많다. 이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액션보다 분위기와 몰입감을 중시한다면 재평가할 만한 작품. 다만 후속작과 세계관 연결고리는 약한 편이라, 시간 없으면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둠(2016), 침체된 시리즈를 되살린 리부트
10년 넘게 신작 소식이 뜸했던 시리즈를 부활시킨 게임이다. 글로리 킬 시스템으로 근접 처형을 도입했고, 체력과 탄약을 적을 처치하면서 회수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하게 만드는 전투 루프가 완성됐다. 헤비메탈 사운드트랙에 강렬한 액션까지 맞물려서 재출시 이후 FPS 팬들 사이에서 다시 화제가 됐다. 시리즈 입문작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둠 이터널, 난이도와 완성도의 정점
2016년작 시스템을 계승하면서 난이도와 전투 밀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자원 관리, 무기 교체, 이동 동선까지 거의 퍼즐에 가까운 전투 설계라서 초반엔 진입 장벽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이건 좀 어렵다 싶을 수도 있다. 그만큼 익숙해지고 나면 손맛은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 DLC ‘고대 신들’까지 포함하면 볼륨도 상당해서, 시리즈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꼭 거쳐야 할 작품이다.
둠: 다크 에이지, 최신작에서 달라진 점
가장 최근작은 방패를 활용한 근접 대응과 중세 판타지 색채가 섞인 세계관으로 방향을 틀었다. 빠르게 회피하며 싸우던 이전작과 달리 정면에서 막고 반격하는 묵직한 전투 리듬을 새로 들여왔다. 시리즈 팬 입장에서는 호불호 갈릴 수 있는 변화다. 그래도 매번 같은 공식을 반복하지 않고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개발진 고민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결국 뭐부터 하면 되나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아래 순서를 참고하면 된다.
- 입문용: 둠(2016) → 둠 이터널 → 둠: 다크 에이지
- 제대로 정주행: 오리지널 둠 → 둠 3 → 둠(2016) → 둠 이터널 → 둠: 다크 에이지
- 액션성만 즐기고 싶다면: 둠(2016)과 둠 이터널만 플레이해도 충분
스토리로 쭉 이어지는 시리즈가 아니라서 순서를 어기고 플레이해도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 다만 전투 시스템이 점점 복잡해지는 구조라서, 최신작부터 거꾸로 가면 이전작이 밋밋하게 느껴질 여지는 있다.
이것도 궁금하죠?
Q. 둠 이터널이 너무 어려운데 쉬운 난이도로 해도 될까?
가능하다. 스토리 위주로 즐기고 싶다면 쉬운 난이도로도 충분히 완주 가능하고, 전투 시스템 재미를 느낀 뒤 나중에 높은 난이도로 재도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Q. 신작부터 하고 구작으로 넘어가도 이해가 될까?
세계관이 느슨하게 연결돼 있어 크게 문제없다. 다만 조작감 차이가 커서 구작으로 갈수록 불편함을 느낄 여지는 있다.
Q. PC와 콘솔 중 어디서 하는 게 나을까?
프레임과 마우스 조작감을 중시한다면 PC, 편하게 소파에서 즐기고 싶다면 콘솔 쪽이 낫다. 최신작들은 양쪽 다 최적화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