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4에 100페이지짜리 문서를 통째로 넣어봤다면 느꼈을 거다. 처리 속도가 뚝 떨어지고, API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온다. 서버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원인은 더 깊은 곳에 있다. LLM의 핵심 구조인 어텐션 메커니즘(Attention Mechanism)에 수학적 병목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업계가 10년 가까이 싸워온 바로 그 병목이다.
어텐션 메커니즘이 뭔가
2017년 논문 “Attention is All You Need”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어텐션 메커니즘은 모델이 텍스트를 처리할 때 각 단어가 다른 단어들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쥐를 잡았다. 그것은 작았다”는 문장에서 ‘그것’이 ‘쥐’를 가리킨다는 걸 모델이 이해하려면, 문장 내 모든 단어 쌍의 관계를 계산해야 한다. 이 계산이 어텐션이다. 문제는 이 계산이 토큰 수의 제곱(n²)에 비례한다는 점이다. 입력이 1,000 토큰이면 100만 번, 10,000 토큰이면 1억 번의 계산이 필요하다. 토큰 두 배 → 계산량 네 배. 이것을 이차(Quadratic) 복잡도라 부른다.
왜 이게 현실적인 문제가 되나
AI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에서 이 공식은 악몽 같은 비용 구조를 만든다.
- 컨텍스트 윈도우 제한: 모델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텍스트 길이가 이 병목 때문에 제한된다. 128K 토큰을 지원해도, 긴 입력일수록 메모리 사용량과 처리 시간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 추론 비용 폭등: 긴 문서를 분석시키면 비용이 선형이 아닌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 응답 지연: 첫 토큰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TTFT, Time to First Token)이 입력 길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서버를 더 사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수학 구조의 문제다.
지금까지 나온 임시방편들
업계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풀지 않고 우회하는 방법들을 개발해왔다.
FlashAttention은 GPU 메모리 접근 방식을 바꿔, 이차 복잡도는 유지하되 실제 속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연산량 자체는 줄지 않지만 메모리 I/O를 최적화해 빠른 추론을 가능하게 했다. 현재 거의 모든 주요 LLM이 FlashAttention2 또는 FlashAttention3를 쓴다.
희소 어텐션(Sparse Attention)은 모든 토큰 쌍을 계산하지 않고 연관성이 높을 것 같은 일부만 계산한다. Longformer, BigBird 같은 모델이 이 방식을 썼다. 단점은 어떤 토큰을 건너뛸지 결정하기가 까다롭고, 일부 정보가 유실될 여지가 있다.
슬라이딩 윈도우 어텐션은 최근 토큰들에만 집중하고 먼 과거 토큰은 일부만 참고하는 방식이다. Mistral AI가 이 방법으로 꽤 효율적인 모델을 만들었다. 세 방식 모두 복잡도를 줄인 게 아니라, 계산을 덜 하거나 더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접근이다.
아예 다른 구조로 판 바꾸기 시도
트랜스포머 자체를 대체하려는 시도도 끊임없이 나왔다.
Mamba(맘바)는 2023년 말 등장해 가장 눈길을 끈 대안이다. 상태 공간 모델(SSM, State Space Model) 기반으로 선형(O(n)) 복잡도를 달성했다. 이론적으로는 매우 매력적이지만, 긴 문맥에서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이 어텐션만큼 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트랜스포머와 SSM을 섞은 하이브리드 모델들(Jamba, Zamba 등)이 잇따라 등장했다.
RWKV는 RNN 구조를 선형 복잡도로 확장한 시도다. 트랜스포머처럼 병렬 학습이 가능하면서 추론은 RNN처럼 처리한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발전 중이다.
선형 어텐션(Linear Attention)은 어텐션 수식 자체를 수학적으로 변형해 복잡도를 낮추는 접근이다. Performer, Linformer 등이 이 방향이다. 이론적 복잡도는 낮췄지만 실제 벤치마크에서 표준 어텐션의 품질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서브쿼드래틱이 진짜로 가능한가
서브쿼드래틱(Sub-quadratic)은 이차 복잡도보다 낮으면서도 완전한 어텐션의 성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둘을 동시에 달성하는 게 핵심 과제다.
수학적으로는 커널 함수 근사, 저랭크 분해(Low-rank decomposition), 랜덤 피처(Random features) 등 여러 접근이 시도됐다. 이론적 복잡도를 낮추는 데 성공한 논문들은 꽤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구조적인 딜레마가 있다. 이차 복잡도가 나오는 이유가 단순히 구현 방식 때문이 아니라, “모든 토큰이 다른 모든 토큰을 참조한다”는 어텐션의 본질적 특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특성을 유지하면서 복잡도를 낮추는 건 수학적으로 상당히 까다롭다.
이게 해결되면 실제로 뭐가 달라지나
어텐션 병목이 진짜로 해결된다면 파급 효과는 작지 않다.
- 컨텍스트 윈도우의 실질적 무제한화: 책 한 권, 코드베이스 전체, 수백 개 대화 이력을 한 번에 넣어도 비용이 선형적으로만 늘어난다.
- 추론 비용 급감: 긴 입력을 다루는 작업의 비용 구조가 완전히 바뀐다. API 가격도 내려갈 여지가 생긴다.
- 엣지 디바이스 가능성: 스마트폰이나 PC에서 긴 컨텍스트를 다루는 LLM 실행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 멀티모달 확장: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를 토큰으로 변환하면 토큰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병목이 해소되면 멀티모달 모델의 제약이 대폭 완화된다.
엔비디아 GPU 수요 구조에도 변수가 생긴다. 현재는 이차 복잡도 탓에 메모리 대역폭과 VRAM 용량이 최우선 스펙이 되는데, 선형 복잡도 모델이 대세가 되면 하드웨어 설계 우선순위도 달라진다.
주장이 아니라 코드와 숫자로 판단해야
스타트업이 “어텐션 병목을 풀었다”고 선언할 때 냉정하게 봐야 할 체크리스트가 있다.
- 실제 벤치마크(MMLU, MATH, HumanEval 등)에서 기존 트랜스포머 대비 성능이 얼마나 되나
- 100K 토큰 이상의 긴 컨텍스트에서도 품질이 유지되나
- 기존 학습 인프라(CUDA, 파이토치 생태계)와 호환되나, 아니면 새 하드웨어가 필요한가
- 사전학습 시간과 비용은 어떤가
학계에서도 수년간 “어텐션을 대체했다”는 논문이 꾸준히 나왔지만, 실용화 단계에서 가로막힌 경우가 많았다. 수학적 복잡도를 낮춰도 실제 하드웨어에서의 메모리 접근 패턴, 병렬화 가능성 등 다른 변수들이 성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MIT 테크 리뷰가 전한 바에 따르면, Subquadratic 같은 스타트업들이 실제 검증 자료를 공개하기 시작하는 단계가 바로 이 국면이다. 진짜 도약은 논문이 아니라 오픈소스 코드와 검증된 벤치마크가 함께 나올 때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