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딱 한 번이었다. 미국이 핵 반응로를 우주로 보낸 게. ‘SNAP-10A’라는 이름의 위성에 달려 궤도를 돈 게 전부였고, 그 이후 60년 가까이 우주 핵 기술은 사실상 봉인 상태였다. 그런데 NASA가 그 봉인을 다시 뜯으려 한다. 달 궤도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Gateway)에 핵추진 시스템을 붙여서 화성까지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솔직히 처음 들었을 때 ‘SF 영화 얘기인가?’ 싶었다. 그런데 Ars Technica 보도를 보면 NASA가 실제로 이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달 탐사 전초 기지로 만들었던 게이트웨이를, 화성행 핵추진 우주선으로 활용하겠다는 거다.
화학 연료로는 한계가 있다
게이트웨이는 원래 아르테미스 계획의 핵심 인프라다. 달 궤도에 떠 있으면서 달 착륙을 지원하고, 나중엔 화성 탐사의 발판이 될 계획이었다. 문제는 추진 방식이다. 현재 구상된 게이트웨이는 화학 연료나 저출력 전기 추진을 쓰는데, 이걸로 화성까지 가려면 비용도 어마어마하고 이동 시간도 길어진다. 승무원 입장에서는 우주 방사선에 더 오래 노출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냥 느린 게 문제가 아닌 것이다.
NASA가 주목하는 건 ‘핵전기 추진(NEP: Nuclear Electric Propulsion)’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핵 반응로에서 열을 뽑아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강력한 전기 추력기를 돌린다. 화학 연료처럼 한 번에 확 터뜨리는 방식이 아니라, 오랫동안 꾸준히 힘을 내는 방식이다.
- 이동 시간 단축: 기존 화학 추진 대비 화성까지 비행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방사선 노출 기간이 줄고 승무원 피로도도 낮아진다. 유인 탐사에서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 화물 운반 능력 증대: 연료를 덜 쓰면 그만큼 화물을 더 실을 수 있다. 화성 기지 건설에 필요한 장비나 생필품을 대량으로 수송하는 게 현실적이 된다.
- 미션 유연성 확보: 출력이 높아지면 궤도 변경이나 긴급 기동도 가능해진다. 임무 중간에 계획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이다.
60년 전 트라우마, 지금은 다를까
1965년 SNAP-10A 이후 우주 핵 기술이 주류에서 밀려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안전 문제, 그리고 정치적 논란. 핵 반응로가 오작동해서 궤도를 이탈하거나 대기권에 재진입하면 어떻게 될까—이 질문이 수십 년간 발목을 잡았다.
지금도 그 장벽은 여전하다. 우주 공간에서 핵 반응로를 안전하게 가동하려면 극도의 정밀한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고장 시나리오 하나하나를 상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복잡도가 웬만한 위성 수십 기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높다. 승무원과 장비를 방사선에서 지키는 차폐 기술도 별도의 거대한 과제다. 차폐재 무게만 늘어도 추진 효율이 떨어지는 딜레마가 있다.
개발 비용도 걸림돌이다. 핵 기술은 규제 자체가 다르다. 일반 우주선 개발보다 훨씬 길고 복잡한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거기다 ‘우주선에 핵이 실려 있다’는 대중의 불안감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이건 기술 문제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문제다. 이 부분이 오히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게이트웨이가 화성행 우주선이 된다면
핵추진 게이트웨이 계획이 현실이 된다면, 구도 자체가 바뀐다. 달 궤도에 고정된 우주 정거장이 아니라, 달과 화성을 오가는 재활용 가능한 이동 기지가 되는 것이다. 한 번 만들어두면 계속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화성 탐사의 성격도 달라진다. 일회성 탐사 임무가 아니라, 인원과 물자를 정기적으로 실어 나르는 운송 체계가 구축된다. 화성 표면에 영구 거주지를 짓거나 현지 자원을 개발하는 장기 시나리오가 현실적으로 논의 가능한 수준이 된다. 말 그대로 영화에서 보던 그림이다. 이게 10년 안에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방향 자체는 분명히 거기를 향하고 있다.
한국 우주 산업이 읽어야 할 신호
국내 우주 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누리호 반복 발사 성공, 달 궤도선 다누리 운용 중—숫자로 보면 분명한 성과다. 그런데 유인 탐사나 심우주 탐사로 가면 아직 초보 단계다. NASA가 핵추진 기술을 실제 우주정거장에 적용하는 수준의 논의를 하고 있을 때, 우리는 지금 어느 단계에 있나.
첫째, 차세대 추진 기술 R&D의 우선순위를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핵전기 추진까지 당장 개발하자는 얘기가 아니더라도, 고효율 전기 추진 기술 연구를 지금부터 본격화하지 않으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둘째, 대중 인식의 전환이다. NASA의 이번 구상은 ‘우주 탐사 = 국가 위신 쌓기’가 아니라 ‘인류의 실질적 이동 수단 개발’이라는 프레임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우주 개발 투자를 끌어내려면 이런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언젠가 한국이 자체 유인 달 탐사, 나아가 화성 탐사를 추진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를 위한 기반을 지금 깔아두느냐 마느냐가 결국 갈린다.
출처: Ars Technic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