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박스 하드웨어 매출이 33% 빠졌다. 전년 대비 급락이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MS) 전체 매출은 829억 달러. 두 숫자를 나란히 놓고 보면 솔직히 좀 이상하다. 한 사업부가 이렇게 무너지는데 전체는 멀쩡하다는 게.
엑스박스, 얼마나 심각한가
The Verge 기사를 보면 이번 분기 엑스박스 하드웨어 매출은 전년 대비 33% 급감했다. 하드웨어만이 아니다. 게임 콘텐츠와 서비스 매출도 소폭 하락했다. 이건 좀 과한 수준이다.
배경을 보면 납득은 간다. 코로나 시절 콘솔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었고, 이제 그 반동이 오는 것이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도 비슷한 상황이고. 콘솔 시장 자체가 쪼그라드는 건지, 아니면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클라우드 스트리밍이나 모바일로 분산되는 건지.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콘솔 하드웨어에는 부담이다.
MS의 진짜 엔진은 따로 있다
엑스박스가 흔들려도 MS 전체가 안 흔들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매출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실적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클라우드 사업부 애저(Azure)였다. 두 자릿수 성장을 이번에도 유지했다. 기업들이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옮기는 흐름이 꺾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생산성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부문도 받쳐줬다. 오피스 365, 링크드인, 다이내믹스 365. 이 셋이 기업 고객 기반을 꽉 잡고 있다.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가 정착되면서 기업용 SaaS 매출은 오히려 구조적으로 안정됐다. 콘솔처럼 경기나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게 결정적이다.
그래도 게임을 놓지 않는 이유
MS가 엑스박스를 버리지 않는 건 콘솔 판매 때문이 아니다. 게임 패스(Game Pass)를 중심으로 한 구독 생태계, 그리고 엑스클라우드(xCloud)로 연결되는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전략 때문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도 같은 맥락이었다.
MS가 그리는 그림은 이렇다. 엑스박스 콘솔은 입구일 뿐, 핵심은 어떤 디바이스에서든 MS 게임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하드웨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구독자 수를 늘리는 게 장기적으로 낫다는 판단이다. 넷플릭스가 DVD를 버리고 스트리밍으로 간 것과 비슷한 논리다. 단기 손실을 감수하고 플랫폼을 확장하는 전략.
국내 기업들이 참고할 대목
MS 실적이 던지는 메시지는 IT 기업 전반에 해당한다. 하드웨어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시장 변동에 취약하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 클라우드, AI, SaaS 같은 B2B 구독 매출은 경기 사이클에 덜 흔들린다.
- 국내에서도 네이버 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건 같은 이유다.
게임 업계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나 타이틀 단건 판매에서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하는 흐름은 막기 어렵다. 게임 패스 모델이 그 방향을 먼저 보여주고 있고, 국내 게임사들도 플랫폼 종속을 줄이고 멀티 채널 수익 구조를 고민할 시점이다.
829억 달러짜리 실적. 엑스박스 없이도 이 숫자가 나왔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안정적인 B2B 캐시카우를 쥔 기업이 얼마나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MS가 지금 보여주고 있다.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