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앞바다, 수심 35미터 해저. 그 안에 서버 864개가 돌아가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8년에 이 실험을 시작했을 때 업계 반응은 대체로 “말이 안 된다”였다. 2년 후 인양 결과가 나왔을 때 분위기가 바뀌었다. 고장률이 육상 데이터센터의 8분의 1. 이게 그냥 묻힌 이야기가 아닌 이유가 여기 있다.
AI 수요가 폭발하면서 데이터센터 부지, 전력, 냉각이라는 세 문제가 동시에 터지고 있다. 셋 다 돈이 어마어마하게 든다. 해저 데이터센터는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건드리는 방식이다.
왜 하필 바다인가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전력의 1~2%를 먹는다. AI 학습·추론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 비율은 계속 올라가는 중이다. 문제의 핵심은 냉각이다. 서버가 내뿜는 열을 식히는 비용이 전체 운영비의 30~40%를 차지한다. 냉각을 잘 해결하면 운영비 구조 자체가 달라진다.
바다는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풀어준다. 수온이 연중 안정적이고, 해수의 열용량은 공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냉각수를 따로 끌어다 쓸 필요 없이 바닷물을 그대로 쓰면 된다. 해안 근처라면 전력 연결도 그리 어렵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 프로젝트 나틱이 증명한 것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젝트 나틱(Project Natick)’은 2018년 스코틀랜드 오크니 제도 앞바다에서 시작됐다. 지름 2.4미터, 길이 12미터짜리 원통형 압력 용기 안에 서버 864개를 넣어 가라앉혔다. 2년 운영 후 인양해서 분석한 결과가 이렇다.
- 고장률이 육상 데이터센터의 8분의 1 수준
- 내부를 질소 환경(무산소)으로 채워 부식·습도 문제 원천 차단
- 해수를 냉각에 직접 활용해 에너지 비용 절감
- 진동·먼지·온습도 변화가 없어 부품 수명이 육상 대비 훨씬 길어짐
인간의 손이 안 닿는 게 오히려 장점이었다. 유지보수 인력이 드나들면서 생기는 진동, 정전기, 이물질 유입. 이게 다 사라지니까 서버 환경이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얘기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데, 막상 수치로 나오니 임팩트가 크다.
해저 케이블 인프라와 맞닿는 지점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95% 이상이 해저 케이블로 흐른다. 구글, 메타, 아마존은 이미 자체 해저 케이블을 직접 깔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이 케이블 경로 근처 해저에 박아두면 지연(레이턴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해안 도시 근처 수심에 설치하면 도심 한복판에 비싼 부동산 없이도, 도시 사용자에게 빠른 응답 속도를 주는 엣지 컴퓨팅 거점이 생긴다. 서울, 도쿄, 뉴욕 같은 고밀도 해안 대도시권에서 이 구조가 경제적으로 말이 되는 이유다.
현실적인 한계 3가지
장점만 있는 기술은 없다. 해저 데이터센터가 넘어야 할 장벽도 뚜렷하다.
- 유지보수 불가: 고장 나도 즉각 수리 못 한다. 인양 자체가 대형 작업이라 시간도, 돈도 상당히 든다.
- 초기 구축 비용: 압력에 견디는 밀폐 용기, 수중 전력 케이블, 설치 선박 운용. 육상 데이터센터 대비 초기 투자가 훨씬 크다.
- 해양 환경 영향: 서버 열이 주변 해수 온도를 높인다. 대규모로 배치하면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지, 장기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
플렉서블·모듈형 데이터센터와 함께 가는 흐름
해저 데이터센터와 함께 업계가 눈여겨보는 게 ‘플렉서블 데이터센터’다. 컨테이너 크기 서버 유닛을 필요한 곳에 꽂고, 수요에 따라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 군사 기지, 오지, 재난 현장, 해양 플랫폼처럼 기존 대형 데이터센터로는 커버 못 하는 환경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
AI 추론 작업은 학습과 달리 훨씬 작은 컴퓨팅 파워로 돌아간다. 작고 분산된 엣지 유닛을 사용자 가까이 두면 응답 속도도, 비용도 유리해진다. 결국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센터”에서 “분산된 작은 유닛들”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중국은 이미 상용화 단계다
중국 기업 하이랜더(Highlander, 海兰信)는 이미 상용 해저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다. 하이난 앞바다에 컨테이너형 수중 데이터센터를 설치했고, 추가 유닛 배치 계획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실험이었지만, 하이랜더는 실제 상업 서비스다. 이 속도를 보면 해저 데이터센터가 SF가 아니라 현실 인프라로 넘어오는 게 생각보다 빠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도 이 흐름을 주요 인프라 트렌드로 짚고 있다.
육상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보완재로서
해저 데이터센터가 기존 육상 시설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냉각 효율이 높고, 땅값이 없고, 레이턴시를 줄일 수 있는 특정 조건에서만 경제성이 생긴다. 보완재다.
AI 인프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얘기가 달라진다. 엔비디아 GPU 클러스터를 식히는 비용이 계속 올라가는 상황에서, 전력·냉각·부지 세 가지 병목을 동시에 건드리는 수단으로서 수중 배치의 경제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바다가 꽤 현실적인 답 중 하나가 되고 있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