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를 거꾸로 돌린다는 ‘세포 리프로그래밍’, 어디까지 왔나

베조스와 알트먼이 거액을 투자한 세포 리프로그래밍, 늙은 세포를 되돌리는 원리와 야마나카 인자, 암 발생 위험, 투자 기업 현황까지 한 번에 정리했다.

베조스가 노화를 멈추는 데 돈을 걸었다. 알트먼도 마찬가지다.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 분야, 공통분모를 따라가 보면 결국 하나의 기술로 모인다. 세포 리프로그래밍(cellular reprogramming)이다. 늙은 세포를 어렸을 때 상태로 되돌려서 노화 자체를 거꾸로 돌린다는 이야기, 한때는 SF 영화 소재였다. 지금은 실험실 단계까지 와 있다. 원리가 뭔지, 실제로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차근차근 정리해본다.

세포 리프로그래밍, 정확히 뭘 하는 기술인가

DNA 서열을 건드리는 게 아니다. 유전자는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쌓인 화학적 표지(에피지넘)만 초기화하는 작업이다. 비유하자면 하드디스크 파일은 안 건드리고 설정값만 공장 초기화하는 셈. 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어떤 유전자는 켜지고 어떤 유전자는 꺼지는 패턴이 쌓인다. 이 패턴을 다시 어린 세포 상태로 맞춰주면 세포의 ‘생물학적 나이’가 젊어진다는 게 핵심 가설이다.

야마나카 인자, 노화를 되돌리는 단백질 4개

출발점은 2006년, 일본 과학자 신야 야마나카의 연구다. 4가지 단백질 — Oct4, Sox2, Klf4, c-Myc — 을 피부세포에 주입했더니, 그 세포가 배아줄기세포처럼 뭐든 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갔다. 이 4가지를 묶어서 야마나카 인자라 부른다. 이 발견으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도 받았다. 원래는 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한 기술이었는데, 최근 연구는 방향이 좀 다르다. 인자들을 아주 짧게만 적용해서 세포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나이만 되돌리는 쪽으로 옮겨갔다.

부분 리프로그래밍 vs 완전 리프로그래밍

여기서 길이 둘로 갈린다.

  • 완전 리프로그래밍: 세포를 끝까지 초기화해서 줄기세포로 만든다. 피부세포가 정체성을 잃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세포로 바뀐다. iPS세포를 만들 때 쓰는 방식인데, 몸속에서 직접 했다간 종양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 부분 리프로그래밍: 야마나카 인자를 짧게, 또는 약하게만 노출시킨다. 세포 정체성은 그대로 두고 노화 시계만 되돌리는 식이다. 피부세포는 여전히 피부세포다. 다만 더 어릴 때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갖게 된다.

요즘 투자가 몰리는 쪽은 거의 다 부분 리프로그래밍이다. 안전성 관리가 그나마 수월해서다.

동물실험, 어디까지 와 있나

동물실험 데이터는 생각보다 인상적이다.

  • 하버드 데이비드 싱클레어 연구팀은 2020년, 시신경이 손상된 늙은 쥐에게 부분 리프로그래밍을 적용해 시력을 일부 되살렸다.
  • 근육과 신장 조직에서 노화 관련 손상이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나왔다.
  • 일부 연구에서는 쥐의 평균 수명 자체가 늘어나기도 했다.

전부 쥐 얘기다. 사람 몸에서도 똑같이 작동할지는 아직 아무도 증명 못 했다.

발목 잡는 건 결국 암

걸림돌은 c-Myc이다. 이 단백질, 대표적인 암 유발 유전자(종양유전자)로 꼽힌다. 야마나카 인자를 너무 오래, 너무 세게 쓰면 세포가 통제 안 되고 증식하면서 기형종 같은 종양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일부 쥐 실험에서 리프로그래밍을 과하게 적용한 그룹에서 종양이 나온 사례도 보고됐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c-Myc을 빼거나 노출 시간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쪽으로 안전성을 확보하려 매달리는 중이다. 이 기술이 임상까지 가려면 ‘얼마나 효과적인가’보다 ‘얼마나 안전하게 끌 수 있는가’가 더 큰 숙제인 셈이다.

돈은 이미 몰렸다, 누가 들어와 있나

속도가 가파르다.

  • 알토스랩(Altos Labs): 제프 베조스 등이 초기에 30억 달러 규모로 투자해 출범시킨 회사. 부분 리프로그래밍 기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한다.
  •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Retro Biosciences): 샘 알트먼이 투자한 곳. 세포 리프로그래밍과 자가포식(autophagy) 연구를 같이 진행한다.
  • 뉴림(NewLimit),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Life Biosciences) 등도 비슷한 방향으로 연구비를 끌어모으는 중이다.

대부분 아직 동물실험이나 초기 세포 단계다. 사람 대상 정식 임상시험에 들어간 곳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내 몸에 적용되려면 뭐가 더 필요한가

전문가들 시각은 대체로 비슷하다. 사람 대상 정식 치료제가 나오려면 최소 10년은 더 걸릴 거라는 쪽. 넘어야 할 장벽도 명확하다. 암 위험을 통제할 정밀한 투여 방식, 특정 조직에만 정확히 전달하는 기술, 장기간 안전성을 입증할 대규모 임상 데이터. 이 세 가지가 다 갖춰져야 한다. 그 사이에 ‘세포 리프로그래밍’이나 ‘에피지넘 역전’을 내세운 고가 건강관리 서비스나 보충제가 마케팅 용어로 먼저 등장할 가능성, 솔직히 꽤 높다. 사람 몸에서 검증된 효과가 아직 없는 만큼, 이런 상품을 만나면 학술 논문에 실린 임상 데이터가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합리적이다.

출처: MIT Tech Review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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