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딱 1년 뒤 나온 힙합 문제작, Mr.리프 EP가 다시 소환됐다

9·11 딱 1년 뒤 나온 Mr.리프의 문제작 'Emergency Rations', 더버지가 리뷰로 다시 꺼내들었다. Def Jux표 실험 힙합과 정치적 랩이 왜 지금 다시 회자되는지 짚어봤다.

2002년 나온 6트랙짜리 EP 한 장이 20여 년 만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미국 매체 더버지가 최근 리뷰로 다시 꺼내든 Mr. 리프의 <Emergency Rations> 얘기다. 9·11 테러 직후 미국 힙합 신에서 나온 것 중 가장 대담한 정치적 발언, 이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Def Jux, 그 시절 힙합 실험실

Def Jux(옛 이름 Definitive Jux)는 프로듀서 겸 래퍼 엘피(El-P)가 세운 인디 레이블이다. 2000년대 초반 실험적이고 정치색 강한 힙합의 산실이었달까. 캐니벌 오빅스, 에이솝 락 같은 개성파들이 이 레이블을 거쳐 갔는데, 그중에서도 Mr. 리프는 가장 전통적인 의미의 ‘컨셔스 래퍼’로 분류된다.

보스턴 출신. 사회 비판과 정치 풍자를 랩 가사 중심에 두는 스타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이미 입지를 다진 상태였다. 그런 그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민감한 사건, 9·11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당시로선 상당한 모험이었다.

테러 1년 뒤, 위험한 트랙들이 나왔다

<Emergency Rations>가 나온 2002년은 테러 발생 불과 1년 뒤다. 미국 사회 전체가 애국주의 정서로 들끓던 시기. 정부 정책과 언론 보도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가사를 담은 앨범을 낸다는 건, 상업적으로도 꽤 위험한 선택이었다.

  • 테러 이후 확산된 애국주의 프레임에 대한 직접적 비판
  • 정부의 대테러 대응과 언론 보도 방식을 겨눈 풍자
  • 당시 주류 힙합과는 결이 다른 실험적 프로덕션

더버지 리뷰는 이 EP를 두고 “post-9/11 hip hop at its most daring”이라고 썼다. 소재가 자극적이어서가 아니다. 그 시기 랩 신을 통틀어도 이만큼 직설적으로 정부를 겨냥한 작품이 드물었다는 취지다.

더버지는 왜 지금 이 앨범을 다시 꺼냈나

수십 년 전 앨범이 새삼 리뷰 대상이 된 배경엔 스트리밍 시대의 재발견 흐름이 있다. 밴드캠프, 스포티파이 같은 플랫폼 덕분에 한때 물리 음반으로만 접하던 인디 힙합 카탈로그가 다시 검색되고 회자되는 일이 잦아졌다.

여기에 최근 미국 사회에서 정치적 랩, 저항적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다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겹친다. Def Jux 시절 실험적 힙합이 조명받는 흐름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켄드릭 라마 이후 정치색 짙은 랩도 주류에서 통한다는 걸 확인한 청자들이,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Mr. 리프를 재발견하는 식이랄까.

국가적 트라우마를 건드린다는 것

랩에서 정치적 메시지는 흔하다. 하지만 국가적 트라우마를 직접 소재로 삼는 건 차원이 다르다. 잘못 다루면 대중의 반감을 사기 쉽고, 레이블 입장에서도 판매량에 직격탄을 맞기 쉬운 도박이다.

그런데도 Def Jux는 이 실험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물이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평가가 올라가는 역설을 만들어냈다. 당시엔 상업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 시대상을 가장 정직하게 기록한 문화적 자료로 남은 셈이다.

한국 힙합 팬이라면 눈여겨볼 지점

한국 힙합 신에서도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곡은 꾸준히 나왔다. 다만 미국처럼 국가적 재난이나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랩은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Mr. 리프의 사례는 정치적 메시지와 음악성이 양립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참고 자료가 될 만하다.

또 하나, 유통 방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내에서도 바이닐 전문 레코드숍이나 스포티파이 코리아를 통해 Def Jux 시절 카탈로그에 접근하는 팬층이 늘고 있다. 해외 힙합 마니아 사이에서 이런 ‘재발굴 리뷰’는 종종 국내 커뮤니티 번역 글로 퍼지면서 소규모 리스닝 붐을 만들기도 한다. 정치적 랩의 역사를 되짚는 이번 재조명, 국내 리스너들에게도 20여 년 전 힙합이 사회와 어떻게 대화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될 만하다.

출처: The Verge

글로벌뉴스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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