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가 만드는 퇴비, 버미콤포스트 집에서 직접 해봤다

버미콤포스트가 뭔지부터 집에서 지렁이 퇴비통 만드는 법, 붉은지렁이 고르는 법, 일반 퇴비와 다른 점까지 직접 써보고 정리한 실전 가이드.

캘리포니아의 한 낙농가. 나무 조각을 깔아둔 두엄 더미를 갈퀴로 뒤집자 붉은 지렁이 수십 마리가 꿈틀거리며 올라온다. 냄새나는 골칫거리였던 가축 분뇨가 지렁이 손을 거치면 밭에 바로 뿌릴 수 있는 검고 부슬부슬한 흙으로 바뀐다. 텃밭 좀 가꿔본 사람이라면 ‘지렁이 퇴비’라는 말,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정확히 뭔지, 집에서 직접 만들 수 있는 건지 정리해봤다.

버미콤포스트, 정체가 뭐냐면

버미콤포스트(vermicompost)는 지렁이와 그 안에 사는 미생물이 함께 유기물을 분해해서 만드는 퇴비다. 일반 퇴비는 미생물의 발효열로 분해되는 방식이고, 버미콤포스트는 좀 다르다. 지렁이가 음식물 찌꺼기나 가축 분뇨를 먹고 배설한 분변토, 그게 핵심이다. 이 분변토 안에는 질소, 인, 칼륨 같은 식물 영양분이 물에 잘 녹는 형태로 농축돼 있어서 흙에 섞으면 흡수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인적으로 써보니 화학비료보다 냄새도 덜하고, 식물이 확실히 더 튼튼하게 자라는 느낌이었다.

가축 분뇨 처리에 왜 지렁이인가

축산 농가에서 나오는 분뇨, 처리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냥 쌓아두면 질소와 인이 빗물에 씻겨 하천으로 흘러가 녹조를 일으키고, 분해 과정에서 메탄 같은 온실가스도 나온다. 지렁이와 미생물을 쓰면 이 분해 속도가 크게 빨라지고, 동시에 병원성 세균 수도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다. 폐기물을 없애는 데서 끝나지 않고 팔 수 있는 자재로 바꾼다는 점. 농가 입장에서는 처리 비용과 매출을 동시에 잡는 셈이다.

  • 분뇨 냄새와 파리 발생 감소
  • 질소·인 유출로 인한 수질 오염 완화
  • 비료로 되팔아 부가 수익 창출

집에서 지렁이 퇴비통 만들기

아파트 베란다나 작은 마당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순서는 이렇다.

  • 통 준비: 뚜껑에 통기구멍을 뚫은 플라스틱 박스나 시판 버미콤포스트 통을 마련한다.
  • 바닥재(베딩) 깔기: 신문지나 골판지를 잘게 찢어 물에 적신 뒤 깔아준다. 지렁이가 숨고 이동하는 공간이다.
  • 지렁이 투입: 바닥재 위에 지렁이를 풀어놓고 하루 정도 어둡게 적응시킨다.
  • 먹이 주기: 채소 껍질, 커피 찌꺼기, 계란 껍데기 같은 음식물 쓰레기를 잘게 잘라 조금씩 묻어준다. 육류나 유제품, 기름진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 습도·온도 관리: 물기를 짜면 살짝 배어 나오는 정도, 온도는 15~25도 사이를 유지한다.
  • 분변토 수확: 2~3개월 지나면 바닥에 검은 흙 같은 분변토가 쌓인다. 이걸 걸러 화분이나 텃밭에 쓰면 된다.

지렁이는 아무거나 쓰면 안 된다

마당에서 삽으로 파낸 일반 장지렁이, 그대로 넣으면 십중팔구 실패한다. 버미콤포스트에는 붉은지렁이(Eisenia fetida, 레드위글러)가 표준으로 쓰인다. 유기물이 많은 표층에서 사는 습성 덕분에 좁은 통 안에서도 번식하고 먹이를 잘 처리한다. 반대로 땅속 깊이 파고드는 종류는 갇힌 환경에 적응 못 하고 금방 죽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낚시용품점에서 붉은지렁이를 구할 수 있으니, 종부터 확인하고 사는 게 첫 단추다.

관리하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

먹이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넣는 것. 이게 가장 흔한 실패 원인이다. 지렁이가 처리하는 속도보다 음식물이 많으면 썩으면서 악취가 나고 초파리가 꼬인다. 통이 너무 건조하거나 반대로 물이 고이는 것도 문제다. 두 경우 다 지렁이 폐사로 이어진다. 겨울철 실외에 두면 저온으로 활동이 멎으니 실내나 단열되는 공간으로 옮겨야 한다. 산성이 강한 감귤류나 매운 음식물도 소량만 넣는 게 안전하다.

일반 퇴비랑 뭐가 다르길래

일반 퇴비는 큰 통이나 마당에서 시간을 두고 발효시키는 방식이라 부피가 크고 냄새가 강한 편이다. 지렁이 퇴비는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에서도 가능하고, 완성된 분변토는 냄새가 거의 없다. 영양분 흡수 속도는 지렁이 퇴비 쪽이 빠르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다만 대량으로 만들려면 지렁이 개체 수와 관리 시간이 더 든다는 단점도 있다. 가정용 화분이나 텃밭 정도 소규모라면 지렁이 퇴비, 논밭처럼 넓은 면적이라면 일반 퇴비나 두 방식을 섞는 쪽이 현실적이다.

이런 것도 물어보더라

Q. 지렁이가 통 밖으로 도망가지 않나요?
A. 먹이와 습도가 적절하면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통이 너무 건조하거나 먹이가 부족할 때 탈출 시도가 늘어난다.

Q. 분변토는 얼마나 자주 수확하나요?
A. 통 크기와 지렁이 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3개월 주기로 바닥층을 걷어내고 쓰면 된다.

Q. 냄새 걱정 없이 실내에서 키울 수 있나요?
A. 관리만 제대로 되면 흙냄새 정도만 나서 베란다나 다용도실에 둬도 무리 없다.

결국 핵심은 유기물 쓰레기를 그냥 버리지 않고 순환시키는 발상이다. 낙농가의 두엄 더미든 아파트 베란다의 작은 플라스틱 통이든 원리는 똑같다. 작게라도 한번 해보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될 거다.

출처: MIT Tech Review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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