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사이버스토킹 스캔들, 결국 770억원 물어준다

이베이 전직 임원들이 비판적 뉴스레터를 운영하던 부부를 스토킹한 사건, 5,570만 달러(약 770억원) 합의로 매듭지어졌다. 거미 소포부터 FBI 수사까지, 사건 전말과 국내 시사점을 짚어봤다.

이베이가 결국 지갑을 열었다. 전직 임원 3명과 함께, 2019년 매사추세츠의 한 부부를 상대로 벌인 스토킹 사건을 두고 총 5,570만 달러(약 770억원)를 물어주기로 합의했다. CNBC가 먼저 보도했고, 더버지가 이를 다시 전했다. 몇 년을 끌어온 소송이 이제야 끝을 보는 셈이다.

거미, 바퀴벌레, 그리고 피 묻은 돼지 가면

피해자는 이커머스 전문 뉴스레터 ‘EcommerceBytes’를 운영하던 데이비드·이나 스타이너 부부다. 이들 집에 살아있는 거미와 바퀴벌레가 담긴 소포가 배달됐다. 피가 묻은 돼지 가면도 왔다. 배우자의 죽음을 극복하는 법을 다룬 책, 심지어 장례식용 화환까지 도착했다고 한다. 좀 섬뜩한 리스트다.

  • 살아있는 곤충 소포 반복 배송
  • 피 묻은 돼지 가면과 장례 화환 발송
  • 자택 인근 미행, 차량에 위치추적기 부착 시도
  • 가짜 계정으로 트위터를 통한 협박 메시지 전송

부부는 몇 달간 누가,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조차 몰랐다. 그냥 공포 속에서 버텼다고 진술했다.

이유는 어이없게도 ‘비판적인 뉴스레터’ 하나였다

스타이너 부부의 뉴스레터가 이베이의 판매 수수료 정책과 경영 방침을 종종 꼬집었다. 그게 문제였다. 당시 CEO였던 데빈 웨닉을 비롯한 경영진이 이 보도를 상당히 불편해했다는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회사의 보안·커뮤니케이션 조직이 정식 절차를 밟는 대신, 사적인 보복 캠페인을 기획했다는 대목에서 이 사건은 더 씁쓸해진다.

기업이 비판적 매체를 상대할 때 어디까지 참고, 어디서부터 선을 넘으면 안 되는지 – 이 사건은 극단적인 반면교사로 두고두고 언급될 것 같다.

FBI가 파헤치자 임원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연방수사국(FBI) 수사 결과 이베이의 안전보안 담당 임원 제임스 보를 비롯한 여러 직원이 형사 기소됐다. 이 중 다수는 유죄를 인정했다. 웨닉 CEO는 형사 기소는 면했지만, 사건이 불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9년 9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실리콘밸리 대기업의 보안팀이 조직적으로 개인을 표적 삼아 스토킹을 벌였다는 사실 하나로도 업계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이후 이베이는 내부 통제 체계를 뜯어고쳐야 했다.

770억원, 누가 얼마씩 내나

이번 합의는 스타이너 부부가 이베이와 전직 임원 3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을 종결짓는 절차다. 총 배상액 5,570만 달러 중 대부분은 이베이 본사가 낸다. 나머지는 사건에 직접 관여한 전직 임원들이 개인 자격으로 나눠 낸다고 알려졌다.

회사가 거액을 물어냈다고 해서 브랜드 신뢰도까지 돈으로 메워지진 않는다. 재무제표 밖에서 남을 상처가 더 오래갈 것 같다.

거창한 해킹 없이도 이렇게 무너진다

이 사건이 무서운 지점은 따로 있다. 대단한 해킹이나 시스템 침해가 아니라, 정식 결재라인을 거치지 않은 보안 조직의 폭주에서 시작됐다는 것. 내부 감사나 이사회 감독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애초에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는 지적이 미국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온다.

결국 이번 합의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보안·법무 조직을 견제할 장치가 얼마나 허술할 수 있는지, 숫자로 증명한 사례로 남았다.

국내 e커머스 업계도 남 얘기만은 아니다

한국은 2021년부터 스토킹처벌법을 시행하며 온·오프라인 괴롭힘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왔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협박 조항도 함께 적용된다. 쿠팡, 네이버, 카카오처럼 자체 보안·법무 조직을 크게 운영하는 국내 플랫폼 기업이라면 이번 사건을 그냥 흘려듣기 어렵다.

비판적인 보도나 소비자 불만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적 조직이 임의로 움직일 여지를 얼마나 차단해뒀는지, 이사회 차원의 내부통제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점검할 계기로 삼을 만하다. 국내 상장사 감사위원회와 준법지원인 제도가 이런 극단적 보복 행위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을지, 이번 사건을 참고 삼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출처: The Verge

글로벌뉴스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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