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일부터 유럽에서 판이 좀 바뀌었다. 챗봇과 대화를 나누거나 딥페이크 영상·이미지를 마주칠 때, 그게 사람이 아니라 AI가 만든 거라는 사실을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는 규정이 실제로 돌아가기 시작한 거다. 어기면 최대 1500만 유로, 혹은 전 세계 매출의 3% 중 더 큰 쪽을 과징금으로 물어야 한다. 액수만 봐도 장난이 아니다.
AI법, 이번엔 투명성 차례다
EU AI법은 처음부터 한꺼번에 시행된 게 아니다. 단계를 밟아왔다. 2025년 2월엔 사회적 점수화 같은 금지 행위부터 막았고, 같은 해 8월엔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범용 AI 모델을 만드는 회사들에 의무를 지웠다. 그리고 2026년 8월 2일, 이번엔 일반 이용자와 직접 맞닿은 조항, 그러니까 50조 투명성 규정이 본격 적용에 들어갔다.
겨냥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사람들이 매일 마주치는 화면. 상담 챗봇, AI가 그려낸 이미지, 표정이나 감정을 읽어내는 인식 시스템까지 전부 포함된다.
챗봇, 이제 정체를 숨기면 안 된다
사람과 대화하도록 설계된 AI라면 자기가 AI라는 걸 먼저 밝혀야 한다. 은행 상담 챗봇이든 쇼핑몰 문의창이든 예외 없다.
- 대화가 시작되는 시점에 AI임을 알려야 한다
- 맥락상 누가 봐도 AI인 게 뻔한 경우는 예외다 (단순 자동응답 정도)
- 감정을 읽거나 생체 정보를 분류하는 시스템도 따로 고지해야 한다
업무용 소프트웨어에 딸려 있는 AI 비서나 콜센터 자동응답도 마찬가지.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딥페이크엔 무조건 워터마크
이미지든 음성이든 영상이든, AI로 만들었거나 손을 댔다면 그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 공익적인 사안을 다루는 AI 생성 텍스트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편집 책임을 지고 있을 때만 예외가 인정된다.
구글은 이미 자사 이미지 생성 도구에 신스ID(SynthID) 워터마크를 심어뒀다. 오픈AI도 C2PA 메타데이터 표준을 붙이는 중이다. 준비된 회사들은 이미 한발 앞서 있었던 셈. 다만 예술이나 풍자, 창작 목적 콘텐츠는 고지 의무가 있어도 표현 자체를 막지 않는 선에서 기준이 좀 느슨하다.
어기면 얼마나 물어야 하나
과징금은 위반 유형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사회적 점수화 같은 금지 행위는 최대 3500만 유로 또는 매출의 7%. 이번 투명성 의무를 포함한 일반 의무 위반은 최대 1500만 유로 또는 매출의 3%. 허위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최대 750만 유로 또는 매출의 1%다. 매출 기준이 정액보다 크면 그쪽이 적용되는 구조라서, 빅테크 입장에선 정액 상한보다 매출 비율 쪽이 진짜 부담이다.
기업마다 반응이 다른 이유
메타는 2024년부터 AI 생성 이미지에 라벨을 붙여왔다. 구글과 오픈AI도 워터마크 인프라를 벌써 갖췄고. 반면 xAI의 그록(Grok)은 딥페이크 이미지 생성 기능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라, 이번 규정으로 기능 자체를 손봐야 하거나 라벨링을 강제로 붙여야 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준비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 격차가 이번 시행으로 드러난 거다. 규제 대응 비용을 미리 치른 곳과, 이제야 부랴부랴 시스템을 고쳐야 하는 곳의 차이. 이게 은근히 크다.
국내 기업도 남 얘기가 아니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카카오의 AI 서비스, 삼성 갤럭시 AI. EU 이용자 대상으로 서비스를 넓히는 순간 이 규정을 똑같이 적용받는다. 한국도 2026년 1월 시행된 AI기본법에 딥페이크 표시 의무 조항이 담겨 있어서, EU 규정과 어떻게 맞춰야 할지가 국내 기업 법무팀의 새 숙제로 떠올랐다.
웹툰이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처럼 AI 생성 이미지로 콘텐츠를 만들어 해외 플랫폼에 유통하는 국내 창작사들도 워터마크 표준을 챙겨야 할 때다. 국내 규제와 EU 규제의 표시 방식이 다르면, 이중으로 라벨을 붙여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떠안을 수 있다. 이건 좀 골치 아픈 부분.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