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자율주행은 접었지만, AI칩엔 흔적이 남았다

10년간 100억 달러 넘게 쓴 애플 자율주행차 '타이탄'은 접혔지만, 그 기술이 M시리즈 칩의 AI 성능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애플이 10년 넘게 붙잡고 있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타이탄’, 결국 빛을 못 보고 2024년 초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런데 최근 블룸버그 마크 거먼 기자가 전한 이야기를 보면 얘기가 좀 다르다. 실패로 끝난 이 프로젝트가 지금 애플 실리콘을 AI 성능 괴물로 만든 숨은 배경이었다는 거다.

자율주행이 요구한 무자비한 연산량

자율주행차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한다. 사람이 브레이크를 밟는 그 찰나까지 온디바이스에서 판단을 끝내야 하니, 클라우드로 데이터 보내고 답 받아오는 방식은 애초에 통할 수가 없는 구조였다.

애플 엔지니어들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결론을 내렸다. 기존 모바일 칩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그래서 차량 전용 프로세서를 따로 설계하기 시작했는데, 이 칩 자체는 끝내 완성되지 못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쌓인 기술 자산은 고스란히 남았다.

M시리즈로 흘러들어간 기술

거먼 보도에 따르면, 타이탄을 위해 개발하던 고성능 AI 처리 기술이 이후 맥용 M시리즈 칩과 아이폰용 A시리즈 칩의 뉴럴 엔진 설계에 그대로 반영됐다. 애플이 매년 신제품 발표 때마다 “역대 최고 성능”이라고 외치는 그 뉴럴 엔진 강화, 사실은 자율주행차 만들다 남은 부산물이었던 셈이다. 좀 아이러니하지 않나.

  • 초기 타이탄 팀이 온디바이스 AI 추론 성능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
  • 전용 프로세서 개발은 무산됐지만 아키텍처 노하우는 그대로 축적
  • 이후 M시리즈·A시리즈 뉴럴 엔진 고도화에 기술 이전

10년, 100억 달러 넘게 쓰고 접은 이유

타이탄은 2014년 시작됐다. 완전 자율주행차로 갔다가, 반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갔다가, 방향을 여러 번 바꿨다. 외신들이 추산한 누적 투자액은 100억 달러를 훌쩍 넘는다. 팀 쿡 체제에서도 사업성을 끝내 확신하지 못했고, 2024년 2월 공식 종료를 선언했다.

그렇다고 이 돈이 전부 허공으로 날아간 건 아니다. 실리콘 설계, 센서 데이터 처리, 저전력 고성능 연산 노하우. 이게 애플의 다른 제품군에 그대로 스며들었다. 지금 애플이 AI 경쟁에서 하드웨어 우위를 자신하는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이거다.

서버용 AI칩까지 넘보는 애플 실리콘

업계에서는 애플이 자체 AI 서버용 칩, 그러니까 차세대 고성능 모델까지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이 지난해 공개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도 자체 실리콘 기반으로 대규모 언어모델 연산을 처리하는 구조인데, 이 역시 타이탄에서 쌓은 저전력 고성능 칩 설계 역량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자율주행이라는 하드웨어 사업에서는 손을 뗐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반도체 설계 능력으로 온디바이스 AI 시장 주도권을 노리는 모양새. 결과적으로 보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던 셈이다.

삼성·SK하이닉스, 현대차가 눈여겨볼 지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신호가 두 가지다. 하나는 애플이 뉴럴 엔진 성능을 계속 끌어올리면서 모바일 AP 시장에서 엑시노스나 퀄컴 스냅드래곤과의 격차를 더 벌릴 가능성. 다른 하나는 애플의 저전력 고성능 AI칩 노하우가 온디바이스 AI용 메모리, 그러니까 LPDDR이나 HBM 저전력 버전 수요를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기아 쪽에서도 참고할 대목이 있다. 애플조차 100억 달러를 쓰고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에 실패했다는 사실, 이게 레벨3 이상 자율주행 기술이 얼마나 넘기 힘든 벽인지 다시 보여준다. 대신 그 과정에서 나온 반도체·AI 기술이 전혀 다른 제품에서 꽃피웠다는 점. 국내 자동차·부품사들의 자율주행 R&D 투자도 당장 성과가 안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다른 사업의 자산이 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출처: The Ve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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