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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콜벳 하이브리드가 증명한 진짜 승부처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콜벳 하이브리드가 증명한 진짜 승부처

    GM이 내놓은 콜벳 그랜드 스포츠 X, 최고출력 721마력짜리 하이브리드 슈퍼카다. 시승한 외신 기자들 반응이 재밌다. 엔진 배기량도, 서스펜션 세팅도 아니고 다들 뒤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 얘기부터 꺼냈다. 배터리와 모터, 엔진, 이 세 가지 동력원을 밀리초 단위로 조율하는 건 결국 코드다. 자동차가 하드웨어 싸움에서 소프트웨어 싸움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 슈퍼카 한 대에서도 이렇게 뚜렷하게 드러난다. 요즘 업계 어디서나 튀어나오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Software-Defined Vehicle)’라는 용어, 후배 개발자한테 설명한다 생각하고 풀어봤다.

    SDV, 정확히 뭘 말하는 걸까

    예전 자동차는 ECU(전자제어장치)가 수십 개, 많으면 수백 개씩 흩어져 있었다. 각자 정해진 기능 하나만 맡는 구조였다. 창문 제어용 칩 따로, 에어백용 칩 따로, 엔진 분사용 칩 따로 놀았다는 얘기다. SDV는 이걸 몇 개의 고성능 중앙 컴퓨터로 묶고, 웬만한 기능은 소프트웨어로 처리하는 차를 가리킨다. 출고 후에도 업데이트로 성능이나 기능이 바뀐다는 게 핵심이다. 스마트폰에 바퀴 달아놓은 구조, 라고 하면 감이 빠르게 온다.

    스펙표 숫자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들

    예전엔 마력, 배기량, 토크만 비교하면 성능 순위가 얼추 나왔다. 지금은 다르다. 같은 하드웨어라도 소프트웨어 튜닝에 따라 체감 성능이 크게 갈린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는 배터리·모터·엔진 사이 출력 배분을 알고리즘이 결정한다. 그래서 스펙표 숫자와 실제 주행 감각이 따로 노는 경우가 흔하다. 같은 배터리 용량을 쓰고도 소프트웨어 최적화 수준에 따라 실주행거리와 가속 응답성이 눈에 띄게 갈리는 이유, 여기 있다.

    OTA 업데이트가 판을 바꿔놓은 이유

    무선 업데이트, OTA(Over-The-Air). SDV 얘기하면서 빠지는 법이 없는 키워드다. 예전엔 성능 개선이든 결함 수정이든 공장이나 정비소로 차를 끌고 가야 했다. SDV는 다르다. 스마트폰 앱처럼 밤사이 업데이트를 받고, 다음 날 아침엔 어제와 다른 차로 달릴 가능성이 있다.

    • 리콜 대신 원격 패치로 해결하는 결함이 늘어난다
    • 가속 모드, 서스펜션 세팅 같은 기능을 구독 상품으로 파는 사례가 등장했다
    • 출시 이후에도 자율주행 보조 기능이 계속 확장된다

    이 방식을 처음 대중화한 건 테슬라다. 지금은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가 비슷한 구조를 뒤쫓는 중이고.

    동력원이 늘어날수록 코드 비중이 커지는 이유

    엔진 하나만 굴리던 시절엔 제어 로직도 비교적 단순했다. 하이브리드는 얘기가 다르다. 엔진, 모터, 여기에 배터리 관리 시스템까지 세 가지를 동시에 조율해야 한다. 언제 엔진을 끄고 모터로만 달릴지, 회생제동으로 모은 에너지를 언제 방출할지, 이런 판단을 밀리초 단위로 처리하는 게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이 판단 로직이 허술하면 연비도 응답성도 반쪽짜리다. 고성능 하이브리드일수록 엔지니어 인력 중 소프트웨어 개발자 비중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승부수, 제각각이다

    접근 방식은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 테슬라는 차량 아키텍처 자체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새로 설계하는 쪽을 택했다
    •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하드웨어 구조 위에 통합 컴퓨팅 플랫폼을 얹는 방식으로 전환 중이다
    • 일부 브랜드는 자체 개발 대신 구글, 엔비디아 같은 외부 플랫폼과 손잡고 인포테인먼트·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조달한다

    방식은 갈려도 목표는 하나다. 하드웨어를 자주 바꾸지 않고도 소프트웨어만으로 신차급 경험을 계속 내놓는 것.

    차 고를 때 소프트웨어 기준으로 뭘 봐야 하나

    다음에 차를 알아볼 계획이라면 엔진 스펙 말고 이런 것도 같이 체크해볼 만하다.

    • OTA 업데이트를 지원하는지, 지원 범위가 인포테인먼트에 국한되는지 아니면 주행 성능까지 포함하는지
    • 업데이트 주기가 분기 단위인지 연 단위인지
    • 인포테인먼트 화면 반응 속도와 내비게이션·음성인식 완성도
    • 자율주행 보조 기능이 향후 업데이트로 확장 가능한 구조인지
    • 보안 패치 정책이 명시돼 있는지. 커넥티드카는 해킹 표적이 되기 쉽다

    다음 수순은 뭘까

    AI 기반 개인화 주행 세팅, 구독형 기능 판매,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용 별도 요금제. 자동차 업계 실험은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콜벳 같은 스포츠카조차 코드 품질을 성능의 핵심 변수로 내세우는 시대다. 일반 소비자용 차량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기본값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 차를 고를 때 카탈로그 속 마력 숫자만큼, 그 차가 어떤 소프트웨어 위에서 돌아가는지도 따져볼 이유, 여기 있다.

    출처: Ars Technica

  • 로보택시가 뭐길래, 테슬라와 웨이모는 이렇게 다른 길을 가나

    로보택시가 뭐길래, 테슬라와 웨이모는 이렇게 다른 길을 가나

    운전석에 아무도 없는 택시가 도로를 달린다. 미국 몇몇 도시에서는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테슬라와 웨이모가 이 시장을 놓고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로보택시’라는 단어가 검색창에 부쩍 자주 뜬다. 두 회사 방식이 워낙 다르다 보니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개념부터 실제 이용법까지, 아는 만큼 정리해봤다.

    로보택시, 정확히 뭘 말하는 걸까

    운전자 개입 없이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차량, 그게 로보택시다.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기준으로 자율주행은 레벨0부터 레벨5까지 나뉘는데, 사람이 운전대를 아예 잡을 필요 없는 수준이 레벨4~5다. 흔히 알려진 ‘자율주행 보조’ 기능은 레벨2 정도라 운전자가 계속 전방을 주시해야 한다. 진짜 로보택시는 그 단계를 넘어선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테슬라 로보택시는 어떻게 다를까

    테슬라는 카메라만으로 주변을 인식하는 비전 기반 시스템을 고집한다. 라이다나 레이더 같은 별도 거리 센서는 아예 쓰지 않는다. 카메라 영상을 AI가 해석해서 판단하는 방식인데, 자체 개발한 FSD(Full Self-Driving) 소프트웨어가 그 핵심이다. 초기 서비스 지역에서는 조수석에 세이프티 모니터가 동승해서 필요하면 개입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비용을 낮추고 확장 속도를 높이는 데는 유리하다. 다만 카메라만으로 악천후나 복잡한 상황을 얼마나 정확히 인식하는지, 이 부분은 지금도 논쟁거리다.

    웨이모는 다른 길을 간다

    구글의 자율주행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웨이모는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를 함께 쓰는 다중 센서 조합을 택했다. 정밀 지도를 미리 만들어 둔 특정 구역 안에서만 서비스하는 지오펜스 방식이고, 세이프티 드라이버 없이 완전 무인으로 운행한 지도 꽤 오래됐다. 서비스 확장 속도는 테슬라보다 느리다. 대신 검증된 구역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다.

    테슬라 vs 웨이모, 뭐가 다른지 한눈에

    • 센서 방식: 테슬라는 카메라 중심, 웨이모는 라이다·레이더·카메라 조합
    • 운영 지역: 테슬라는 도시 전역 확장을 시도, 웨이모는 정밀 지도가 있는 제한 구역에서만 운행
    • 세이프티 요원: 테슬라는 서비스 초기 동승 형태로 시작, 웨이모는 완전 무인 운행이 기본
    • 사업 모델: 테슬라는 개인 소유 차량이 공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델도 구상 중, 웨이모는 자체 차량대를 직접 운영
    • 가격 정책: 서비스 지역과 시간대에 따라 유동적이라 특정 회사가 항상 저렴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안전성 논란은 왜 계속 나올까

    로보택시 뉴스에는 사고나 급정거, 예상 밖 행동 같은 사례가 꾸준히 따라붙는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같은 규제 기관이 사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조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메라만 쓰는 방식이 라이다 없이도 충분히 안전한지, 아니면 다중 센서가 필수인지는 업계 안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솔직히 여기서 진영이 딱 갈린다. 도시마다 규제 수준과 승인 절차가 다르다 보니 같은 회사라도 지역에 따라 서비스 형태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참고할 부분이다.

    실제로 타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서비스가 운영 중인 도시인지부터 확인하자. 두 회사 모두 전용 앱으로 호출하는 방식을 쓴다. 서비스 초기에는 대기자 명단에 등록하고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요금은 일반 승차 공유 서비스와 비슷하게 거리와 시간, 수요에 따라 책정된다. 처음 이용한다면 차량 안 화면에 나오는 안내나 비상 정지 버튼 위치 정도는 미리 확인해두는 게 좋다.

    이것도 궁금하죠?

    Q. 로보택시는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보다 안전한가요?
    운영 구역 안에서는 사고율이 낮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데이터가 충분히 쌓인 건 아니라서,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Q. 한국에서도 로보택시를 탈 수 있나요?
    국내에서도 서울과 일부 지자체에서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다만 테슬라나 웨이모 같은 완전 무인 상용 서비스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Q. 요금이 일반 택시보다 저렴한가요?
    지역과 시간대, 프로모션 여부에 따라 다르다. 항상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출처: The Verge

  • 전기차 회사, 매출은 느는데 영업이익은 왜 제자리일까

    전기차 회사, 매출은 느는데 영업이익은 왜 제자리일까

    매출은 늘었는데 이익은 제자리. 최근 테슬라 실적표가 딱 이 모양이었다. 인도량 반등, 매출도 반등. 그런데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한 자릿수 초반에 머물렀다. 전기차 업체 실적을 보다 보면 이런 의문이 자주 든다. 매출이랑 영업이익, 대체 뭐가 다르길래 격차가 이렇게 벌어지나. 실적표 읽을 때 헷갈리는 개념들, 하나씩 짚어본다.

    매출이랑 영업이익, 뭐가 다른가

    매출은 차 팔아서 들어온 돈 전체다. 여기서 원가를 빼면 매출총이익이 남는다. 매출총이익에서 인건비, 마케팅비, 연구개발비 같은 판관비를 또 빼면 영업이익이 나온다. 매출 100억 원짜리 회사가 차 만드는 데 원가로 85억 원을 썼다고 치자. 매출총이익은 15억 원. 여기서 R&D랑 마케팅에 10억 원을 더 쓰면? 영업이익은 5억 원만 남는다. 매출이 아무리 커도 원가랑 비용 관리가 안 되면 이익은 얇아진다. 구조가 그렇다.

    전기차만 유독 이익률이 낮은 이유

    • 배터리 원가 비중이 크다: 전기차 원가의 30~40%가 배터리다. 내연기관차랑 비교하면 부품 원가 자체가 훨씬 높다.
    • 가격 인하 경쟁: 모델3, 모델Y 가격이 몇 차례나 조정된 것처럼, 판매량 지키려고 마진 깎는 일이 잦다.
    • 신공장 가동률 문제: 새로 지은 공장은 초기엔 생산량이 적어서 고정비 부담이 크다. 가동률 오를수록 원가는 내려간다.
    •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투자: 당장 매출로 안 잡히는 연구개발비가 꾸준히 나간다.

    실적표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전기차 회사는 아직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회사처럼 마진을 뽑아내는 구조가 아니다. 제조업 특유의 원가 싸움, 그걸 그대로 겪고 있는 셈.

    실적표에서 진짜 봐야 할 숫자 5개

    • 자동차 매출총이익률: 규제 크레딧 뺀 순수 차량 판매 마진. 이게 진짜 실력이다.
    • 영업이익률: 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율. 두 자릿수면 우량하다고 본다.
    • 에너지·서비스 매출 비중: 배터리 저장장치나 충전 인프라 사업이 얼마나 커졌는지.
    • 잉여현금흐름(FCF): 실제로 손에 쥐는 현금. 이익보다 더 냉정한 숫자다.
    • 가이던스: 다음 분기 목표치. 요즘 시장은 과거 실적보다 이 숫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테슬라, BYD, 리비안… 체력이 다 다르다

    BYD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 원가를 낮추는 전략이라 마진 방어에 유리하다. 리비안이랑 루시드는 아직 생산량 자체가 적어서 적자 폭이 크다. 규모의 경제를 못 만든 상태다. 현대차나 기아는 내연기관 사업 이익으로 전기차 부문 적자를 상쇄하는 구조다. 순수 전기차 업체랑은 애초에 체력이 다르다. 결국 배터리 내재화 여부, 그리고 생산 규모. 이 두 가지가 마진 격차를 가른다.

    매출은 늘었는데 주가는 왜 시큰둥할까

    주식시장은 지나간 실적보다 앞으로의 방향에 더 크게 반응한다. 매출이 반등해도 마진이 안 좋아지면 시장은 실망한다. 반대로 매출이 별로여도 마진 추세가 좋아지면 주가가 오르는 경우, 흔하다. 그래서 헤드라인 매출 숫자만 보고 판단하면 실제 방향이랑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이건 좀 억울한 지점이기도 하다.

    실적 발표 볼 때 체크리스트

    • 자동차 매출총이익률이 전 분기 대비 올랐는지 내렸는지
    • 규제 크레딧 매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이게 크면 실속 없는 매출)
    • 재고 일수가 늘었는지 (재고 쌓이면 추가 가격 인하 신호)
    • 에너지 저장 사업 성장률
    • 다음 분기 가이던스가 상향인지 하향인지

    이 다섯 가지만 체크해도 실적 발표 헤드라인에 휘둘리지 않고 숫자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궁금한 것들 몇 가지

    Q. 매출총이익률이랑 영업이익률, 뭐가 더 중요한가?
    A. 둘 다 봐야 하지만, 자동차 매출총이익률이 원가 경쟁력을 보여주는 더 원초적인 지표다. 영업이익률은 여기에 회사 운영 효율까지 얹은 결과값이다.

    Q. 규제 크레딧이 뭔가?
    A. 전기차만 파는 회사가 내연기관차 회사한테 파는 탄소배출권 같은 개념이다. 원가가 거의 안 들어가서 마진이 100%에 가깝다. 다만 지속 가능한 수익은 아니다.

    Q. 흑자여도 위험할 수 있나?
    A. 영업이익이 나더라도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면 실제 곳간은 비어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현금흐름표까지 같이 확인하는 습관, 필요하다.

    출처: The Verge

  • AI 월드모델(World Model), 대체 정체가 뭐길래 다들 뛰어드나

    AI 월드모델(World Model), 대체 정체가 뭐길래 다들 뛰어드나

    구글 딥마인드의 지니(Genie) 3, 엔비디아 코스모스(Cosmos), 페이페이 리가 차린 월드랩스(World Labs). 이름은 다 다른데 회사들이 만드는 건 결국 하나, 월드모델이다. 챗GPT나 클로드 같은 언어모델은 이제 다들 안다. 그럼 월드모델은 뭐고, 빅테크들이 왜 이렇게 몰려드는 걸까.

    월드모델이 뭐길래 다들 얘기할까

    말 그대로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통째로 학습한 AI. 언어모델이 다음 단어를 맞히도록 훈련받는다면, 이쪽은 다음 장면, 다음 물리 상황을 맞히도록 훈련받는다. 공을 굴리면 어디로 튕길지, 문을 밀면 어떻게 열릴지. 이런 걸 데이터로 익힌다. 재료부터 다르다. 텍스트가 아니라 영상, 3D 공간, 물리 법칙.

    LLM과 뭐가 다른가

    언어모델은 텍스트를 산더미처럼 읽고 그럴듯한 문장을 뽑아내는 데는 확실히 강하다. 문제는 실제 세계를 겪어본 적이 없다는 것. 컵을 놓으면 떨어진다, 이런 물리적 감각이 약하다. 얀 르쿤이 메타를 나와 새 회사를 차리면서 든 이유도 딱 이거였다. 언어만 붙잡고 있어서는 진짜 지능에 못 닿는다, 시각과 공간과 물리를 이해하는 별도 모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니 월드모델은 LLM을 밀어내는 쪽이라기보다, LLM이 못 채우는 구멍을 메우는 쪽에 가깝다.

    대표 사례들, 어디까지 왔나

    • 구글 딥마인드 지니 시리즈 — 이미지 딱 한 장 던져주면 그 안에서 실제로 걸어 다닐 수 있는 3D 공간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낸다
    • 엔비디아 코스모스 — 로봇과 자율주행차 훈련용 가상 환경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플랫폼
    • 월드랩스 — 사진 한 장을 탐험 가능한 3D 세계로 바꾸는 데모로 이름을 알렸다

    세 회사 방향은 조금씩 다르다. 그런데 목표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AI가 눈으로 본 걸 진짜 공간처럼 이해하게 만드는 것.

    자율주행이 이걸 왜 필요로 하나

    도로 위에서 벌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 그걸 실제 주행만으로 다 배우기는 어렵다. 사고 직전 상황, 폭우 속 급정거. 이런 장면을 현실에서 무한정 반복 테스트할 순 없는 노릇이다. 월드모델은 이런 희귀 상황을 가상으로 수없이 찍어내 차량 AI에게 미리 겪게 한다. 테슬라나 웨이모가 시뮬레이션 데이터에 공을 들이는 이유, 여기 있다. 실제 도로 데이터만으로는 늘 부족하니까.

    로봇 훈련에서도 필수템이 된 이유

    휴머노이드 로봇을 훈련시키려면 물건 집기, 문 열기, 계단 오르기를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실제 로봇으로 이 과정을 다 거치려면 시간도 돈도 감당이 안 된다. 월드모델은 이런 물리적 상호작용을 가상 공간에서 먼저 시뮬레이션해서, 로봇이 현실에 나오기 전에 어느 정도 손에 익은 상태로 만들어준다. 피지컬 AI라는 말이 요즘 부쩍 자주 들리는 배경에도 이 기술이 깔려 있다.

    게임과 영상 업계가 눈독 들이는 지점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 맵과 배경을 일일이 손으로 그리는 작업, 비용이 만만치 않다. 월드모델을 쓰면 텍스트나 이미지 몇 개로 플레이 가능한 배경을 그 자리에서 뽑아낼 수 있다. 영화나 광고 쪽에서도 가상 세트장을 이 기술로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완성도는 아직 초기 단계다. 솔직히 여기서 갈린다. 하지만 제작 기간을 크게 줄일 여지가 있다 보니 관련 스타트업 투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결국 뭐가 달라지나

    언어모델이 정보를 다루는 방식을 바꿔놨다면, 월드모델은 AI가 공간과 물리를 다루는 방식을 바꾸는 중이다. 아직은 로봇공학이나 자율주행처럼 전문 영역에서 먼저 쓰이지만, 게임이나 영상 제작 도구에도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당장 검색창에 이름을 쳐볼 일은 적어도, 뒤에서 돌아가는 기술이라는 점은 기억해둘 만하다. 이후 어떤 회사의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유독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싶으면, 그 뒤에 괜찮은 월드모델이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MIT 테크리뷰 AI 뉴스레터가 다룬 내용을 참고했다: MIT Tech Review AI

  • 맥북에서 AI 돌릴 거면 칩부터 제대로 골라야 한다

    맥북에서 AI 돌릴 거면 칩부터 제대로 골라야 한다

    애플이 접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몇 년을 쏟아붓고 결국 차는 못 만들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남긴 게 실패한 자동차 한 대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 아이폰과 맥에 들어가는 AI 칩, 그 설계 기반이 여기서 나왔다는 얘기다. 블룸버그 마크 거먼 기자가 전한 바에 따르면, 애플은 자율주행차용 온디바이스 AI 처리 성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뉴럴엔진 설계에 그대로 이식했다. 차는 못 만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칩 기술이 오늘날 애플 실리콘을 AI 작업에 강하게 만든 셈이다.

    이 이야기를 계기로 정리해볼 만한 게 하나 있다. 뉴럴엔진이 정확히 뭘 하는 부품인지, M시리즈 칩마다 AI 성능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로컬에서 AI를 돌리려면 맥북을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 이 세 가지다.

    애플 칩이 AI에 유독 강한 이유

    애플 실리콘은 CPU, GPU, 뉴럴엔진이 메모리를 공유하는 통합 메모리 구조다. 인텔 CPU에 별도 그래픽카드를 얹는 조합과는 다르다. 데이터를 이곳저곳으로 복사할 필요 없이 한 곳에 모아두고 세 가지 연산 장치가 동시에 접근한다. AI 모델을 돌릴 때는 이 구조가 속도와 전력 효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 여기에 더해 애플은 클라우드 서버가 아니라 기기 안에서 연산을 끝내는 방향을 오래전부터 밀어왔다. 사진 속 얼굴 인식, 문장 자동완성, 음성 인식 같은 기능을 기기 안에서 처리하려면 전용 AI 가속기가 필수다. 그게 바로 뉴럴엔진이다.

    뉴럴엔진이 실제로 하는 일

    뉴럴엔진은 CPU나 GPU와는 별도로 마련된 AI 연산 전용 칩 블록이다. 초당 처리 가능한 연산 횟수를 TOPS(Tera Operations Per Second)라는 단위로 표시하는데, 숫자가 클수록 같은 시간에 더 많은 AI 연산을 소화한다는 뜻이다. 아이폰의 얼굴 인식, 사진 앱의 인물·사물 구분, 시리의 음성 처리, 맥의 실시간 자막 번역. 이런 기능 대부분이 이 부품에서 돌아간다.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보내지 않고 기기 안에서 끝내다 보니 반응 속도가 빠르고, 개인정보도 밖으로 새지 않는다. 이 부분은 솔직히 애플이 잘 잡은 방향이라고 본다.

    M1부터 M4까지, 칩별 AI 성능 비교

    세대가 바뀔 때마다 뉴럴엔진 성능도 큰 폭으로 뛰었다.

    • M1: 뉴럴엔진 11 TOPS, 첫 세대치고 준수한 수준
    • M2: 15.8 TOPS, 로컬 이미지 생성 모델도 무난하게 소화
    • M3: 18 TOPS, GPU 레이 트레이싱까지 함께 강화
    • M4: 38 TOPS로 전작 대비 2배 이상 도약, 애플이 처음으로 AI 성능을 정면에 내세운 세대

    숫자만 보면 M4가 압도적이다. 다만 실제 체감 차이는 어떤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이건 좀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용도별로 맥북 고르는 법

    • 문서 작업, 웹서핑, 가벼운 사진 보정: M1이나 M2 에어로 충분하다. 굳이 최신 칩에 돈을 더 쓸 이유가 없다.
    • 로컬 LLM 구동(라마, 미스트랄 등 오픈소스 모델): M3 프로 이상, RAM 32GB를 기준으로 삼는 게 안전하다.
    • 이미지 생성(Stable Diffusion), AI 영상 편집: M4 프로나 맥스, RAM 32~64GB급을 권장한다.
    • 대형 모델 연구·개발용: M4 맥스에 RAM 64GB 이상. 여기까지 필요한 사람은 사실 소수다.

    RAM은 얼마나 필요할까

    애플 실리콘은 CPU, GPU, 뉴럴엔진이 메모리를 나눠 쓰는 구조라서 RAM 용량이 곧 AI 성능의 상한선을 결정한다. 로컬에서 언어 모델을 돌린다면 대략 이런 기준으로 잡으면 된다.

    • 70억 파라미터급 모델: RAM 8~16GB로 실행 가능
    • 130억 파라미터급 모델: RAM 16~24GB 권장
    • 700억 파라미터급 모델: RAM 64GB 이상 필요

    저장 공간은 넉넉해도 RAM이 부족하면 모델 자체가 안 돌아간다. 맥북 살 때 SSD 용량보다 RAM 용량부터 챙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윈도우 노트북과 비교하면 어떨까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를 탑재한 이른바 코파일럿+PC는 NPU 성능 40 TOPS를 마이크로소프트 인증 기준으로 내걸었다. 숫자만 보면 M4의 38 TOPS와 비슷하다. 하지만 실제 AI 앱 생태계와 최적화 수준은 아직 애플 쪽이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반대로 게임이나 범용 소프트웨어 호환성에서는 윈도우 진영이 여전히 유리하다. AI 작업 비중이 크다면 맥, 범용성과 호환성을 우선한다면 윈도우. 이 정도로 나눠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자주 묻는 질문 몇 가지

    Q. 인텔 맥으로는 로컬 AI를 못 쓰나?
    전용 뉴럴엔진이 없어서 클라우드 기반 AI 기능 위주로만 쓸 수 있다. 로컬 LLM 구동은 사실상 권장하지 않는다.

    Q. 아이폰도 맥과 같은 구조인가?
    A시리즈 칩에도 동일한 개념의 뉴럴엔진이 들어간다. 세대별 TOPS 수치는 다르지만 설계 철학은 같다.

    Q. 굳이 맥스 칩까지 필요할까?
    대형 모델을 직접 돌리거나 영상·3D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프로 등급으로 충분하다. 맥스는 오버스펙인 경우가 많다. 괜히 돈만 더 나가는 셈이다.

    출처: The Verge

  • 애플 자율주행은 접었지만, AI칩엔 흔적이 남았다

    애플 자율주행은 접었지만, AI칩엔 흔적이 남았다

    애플이 10년 넘게 붙잡고 있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타이탄’, 결국 빛을 못 보고 2024년 초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런데 최근 블룸버그 마크 거먼 기자가 전한 이야기를 보면 얘기가 좀 다르다. 실패로 끝난 이 프로젝트가 지금 애플 실리콘을 AI 성능 괴물로 만든 숨은 배경이었다는 거다.

    자율주행이 요구한 무자비한 연산량

    자율주행차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한다. 사람이 브레이크를 밟는 그 찰나까지 온디바이스에서 판단을 끝내야 하니, 클라우드로 데이터 보내고 답 받아오는 방식은 애초에 통할 수가 없는 구조였다.

    애플 엔지니어들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결론을 내렸다. 기존 모바일 칩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그래서 차량 전용 프로세서를 따로 설계하기 시작했는데, 이 칩 자체는 끝내 완성되지 못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쌓인 기술 자산은 고스란히 남았다.

    M시리즈로 흘러들어간 기술

    거먼 보도에 따르면, 타이탄을 위해 개발하던 고성능 AI 처리 기술이 이후 맥용 M시리즈 칩과 아이폰용 A시리즈 칩의 뉴럴 엔진 설계에 그대로 반영됐다. 애플이 매년 신제품 발표 때마다 “역대 최고 성능”이라고 외치는 그 뉴럴 엔진 강화, 사실은 자율주행차 만들다 남은 부산물이었던 셈이다. 좀 아이러니하지 않나.

    • 초기 타이탄 팀이 온디바이스 AI 추론 성능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
    • 전용 프로세서 개발은 무산됐지만 아키텍처 노하우는 그대로 축적
    • 이후 M시리즈·A시리즈 뉴럴 엔진 고도화에 기술 이전

    10년, 100억 달러 넘게 쓰고 접은 이유

    타이탄은 2014년 시작됐다. 완전 자율주행차로 갔다가, 반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갔다가, 방향을 여러 번 바꿨다. 외신들이 추산한 누적 투자액은 100억 달러를 훌쩍 넘는다. 팀 쿡 체제에서도 사업성을 끝내 확신하지 못했고, 2024년 2월 공식 종료를 선언했다.

    그렇다고 이 돈이 전부 허공으로 날아간 건 아니다. 실리콘 설계, 센서 데이터 처리, 저전력 고성능 연산 노하우. 이게 애플의 다른 제품군에 그대로 스며들었다. 지금 애플이 AI 경쟁에서 하드웨어 우위를 자신하는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이거다.

    서버용 AI칩까지 넘보는 애플 실리콘

    업계에서는 애플이 자체 AI 서버용 칩, 그러니까 차세대 고성능 모델까지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이 지난해 공개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도 자체 실리콘 기반으로 대규모 언어모델 연산을 처리하는 구조인데, 이 역시 타이탄에서 쌓은 저전력 고성능 칩 설계 역량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자율주행이라는 하드웨어 사업에서는 손을 뗐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반도체 설계 능력으로 온디바이스 AI 시장 주도권을 노리는 모양새. 결과적으로 보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던 셈이다.

    삼성·SK하이닉스, 현대차가 눈여겨볼 지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신호가 두 가지다. 하나는 애플이 뉴럴 엔진 성능을 계속 끌어올리면서 모바일 AP 시장에서 엑시노스나 퀄컴 스냅드래곤과의 격차를 더 벌릴 가능성. 다른 하나는 애플의 저전력 고성능 AI칩 노하우가 온디바이스 AI용 메모리, 그러니까 LPDDR이나 HBM 저전력 버전 수요를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기아 쪽에서도 참고할 대목이 있다. 애플조차 100억 달러를 쓰고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에 실패했다는 사실, 이게 레벨3 이상 자율주행 기술이 얼마나 넘기 힘든 벽인지 다시 보여준다. 대신 그 과정에서 나온 반도체·AI 기술이 전혀 다른 제품에서 꽃피웠다는 점. 국내 자동차·부품사들의 자율주행 R&D 투자도 당장 성과가 안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다른 사업의 자산이 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출처: The Verge

  • 피지컬 AI란 뭘까, 로봇은 대체 어떻게 배우는 걸까

    피지컬 AI란 뭘까, 로봇은 대체 어떻게 배우는 걸까

    로봇 팔 하나가 컵을 집어 올리는 법을 제대로 익히려면 수천 시간의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사람은 몇 번만 보여줘도 곧잘 따라 하는데 말이다. 이 격차를 메우려는 시도가 최근 로봇공학 업계에서 피지컬 AI(Physical AI)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검색해보면 정의가 제각각이라 헷갈리는 사람이 많아, 개념부터 실제 적용 사례까지 순서대로 짚어본다.

    피지컬 AI, 정확히 뭘 말하는 걸까

    피지컬 AI는 카메라, 센서, 로봇 팔처럼 물리적인 몸체를 가진 기계가 주변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도록 만드는 AI 기술을 통칭한다. 챗GPT 같은 언어 모델이 텍스트를 이해하고 만들어내는 데 특화됐다면, 피지컬 AI는 공간, 중력, 물체의 무게와 마찰력 같은 물리 법칙을 학습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둘 다 ‘똑똑한 AI’라 불리지만, 다루는 데이터의 결이 완전히 다른 셈이다.

    로봇 학습이 유독 어려운 진짜 이유

    언어 모델은 인터넷에 널린 텍스트와 이미지를 긁어모으면 학습이 된다. 로봇이 물건을 집고 옮기는 동작 데이터는? 인터넷 어디에도 없다. 로봇 팔을 실제로 움직여가며 데이터를 쌓으려면 제약이 한둘이 아니다.

    • 로봇 하드웨어 구입과 유지 비용부터 만만치 않다
    • 사람이 옆에서 직접 조작하거나 시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
    •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실패 사례를 모으다 보면 장비가 망가지기 십상이다
    • 같은 동작도 조명, 바닥 재질, 물체 형태를 바꿔가며 반복해야 겨우 일반화된다

    결국 로봇용 학습 데이터는 텍스트 데이터보다 수집 단가가 몇 배는 비싸다. 로봇공학이 오랫동안 ‘데이터 병목’을 못 풀었던 배경이다.

    게임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이 대안으로 뜬 배경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가 비디오 게임 플레이 영상이나 시뮬레이션 환경을 끌어다 쓰는 방식이다. 1인칭 슈팅 게임이나 오픈월드 게임 속 캐릭터가 물체를 집고, 문을 열고, 장애물을 피하는 장면에는 물리 엔진 기반 동작 데이터가 이미 방대하게 쌓여 있다. 이걸 그대로 로봇에 이식하기는 무리지만, 물체와 상호작용하는 패턴이나 공간 이동 규칙을 먼저 익히는 사전 학습 재료로는 쓸 만하다는 게 최근 스타트업들의 계산이다. 실제 로봇 데이터가 부족해도, 게임에서 뽑아낸 수백만 시간 분량의 상호작용 영상으로 기초 체력을 먼저 다지고, 모자란 부분만 소량의 실제 데이터로 미세 조정하는 전략이다. 좀 억지스럽게 들릴 수도 있는데, 실제로 성과를 내는 팀들이 나오고 있다.

    파운데이션 모델과 로봇공학이 만나는 지점

    파운데이션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를 미리 학습해 범용 능력을 갖춘 뒤, 특정 작업에 맞춰 추가 학습(파인튜닝)하는 AI 모델을 뜻한다. 구글 딥마인드의 RT-2, 엔비디아의 GR00T가 대표적이다. 이런 모델은 사람이 일일이 ‘이럴 땐 이렇게 움직여라’고 코딩해주지 않아도, 언어 명령을 물리적 동작으로 바로 바꿔낸다. “빨간 컵을 왼쪽 선반에 올려줘” 같은 문장을 알아듣고 그에 맞는 팔 동작을 계산해내는 식이다. 엔비디아가 Isaac Sim 같은 시뮬레이션 플랫폼에 공들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실제 로봇을 돌리지 않고도 가상 환경에서 안전하게 대량의 학습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어디에 쓰이고 있나

    피지컬 AI는 이미 몇몇 영역에서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 물류센터 피킹 로봇 — 크기 제각각인 박스를 인식하고 분류
    • 제조 공장 조립 라인 — 부품 정렬, 용접 위치 자동 보정
    • 가정용 청소 로봇과 서빙 로봇 — 장애물 회피, 경로 재계산
    • 자율주행차의 상황 판단 — 보행자, 신호, 돌발 장애물에 대한 물리적 반응

    자율주행과 산업용 로봇이 결국 같은 기술 뿌리를 공유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도로 위 상황 판단이든 창고 안 물체 회피든, 본질은 ‘물리 세계를 이해하고 안전하게 반응하는’ 같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은 변수들 — sim-to-real 간극

    게임이나 시뮬레이션에서 배운 걸 실제 로봇에 그대로 옮기면 어긋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상 공간의 마찰력과 실제 바닥의 마찰력은 다르고, 카메라 노이즈나 조명 변화 같은 변수도 시뮬레이션에서는 완벽히 재현하기 어렵다. 이걸 ‘시뮬레이션-실제 간극(sim-to-real gap)’이라 부르는데, 이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가 피지컬 AI 스타트업들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안전 인증, 제조 단가, 전력 소모 문제도 실제 배포 단계에서 계속 발목을 잡는다. 로봇공학 쪽 채용 공고나 스타트업 투자 소식을 눈여겨보는 사람이라면, ‘어떤 데이터로 학습시켰는가’와 ‘실제 환경 전이 성능을 어떻게 검증했는가’, 이 두 질문에 대한 답부터 확인해보길. 옥석을 가리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출처: TechCrunch

  • 드론이 택배를 배달한다고? 원리부터 국내 상황까지 정리해봤다

    드론이 택배를 배달한다고? 원리부터 국내 상황까지 정리해봤다

    치킨 주문하고 30분 기다리는 대신, 드론이 아파트 베란다 위에서 상자를 툭 떨어뜨리고 날아간다. 공상과학이 아니다. 아일랜드와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일상이다. 아일랜드 스타트업 만나(Manna)는 최근 미국 오클라호마 털사에 대규모 제조·운영 거점을 세우기로 했다. 향후 고용 규모만 1,000명. 드론 배송이 실험을 지나 진짜 산업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래서 정리했다. 드론 배송이 정확히 뭔지, 어떻게 굴러가는지, 한국엔 언제쯤 들어올지.

    드론 배송, 정확히 뭘 말하는 걸까

    사람 대신 무인 비행체가 물건을 목적지까지 실어 나르는 서비스다. 대부분 편도 15분 이내, 반경 3~10km 안에서 소형 상품을 배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커피, 약, 아이스크림처럼 가볍고 빨리 상하는 물건이 주력이다. 트럭이 골목마다 서는 기존 배송과는 다르다. 드론은 직선 항로로 날아가 지정 지점에 물건을 내려놓고 곧장 돌아온다.

    작동 원리 — 주문부터 착지까지

    구조는 의외로 단순하다.

    • 앱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물류 허브에서 드론에 상품을 싣는다
    • 드론은 GPS와 사전 입력된 항로를 따라 자율 비행한다
    • 목적지 상공에서 고도를 낮추고 케이블이나 낙하 장치로 상자를 내려놓는다
    • 착지 후에는 다시 허브로 돌아와 배터리를 충전하고 다음 배송을 기다린다

    사람이 일일이 조종하지 않는다. 관제 센터 한 곳에서 여러 대를 동시에 지켜보는 방식이라, 드론 한 대당 들어가는 인건비가 확 줄어든다.

    해외에서는 이미 일상 — 대표 사례들

    가장 앞서가는 곳은 아일랜드다. 만나는 더블린 인근에서 이미 수만 건의 배송을 마쳤고, 이번 털사 진출로 미국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아마존 프라임 에어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 산하 윙(Wing)이 텍사스, 애리조나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 중이다. 르완다와 가나에서는 집라인(Zipline)이 혈액과 의약품을 병원까지 실어 나른다. 의료용 드론 배송의 표준을 사실상 만들어가는 셈이다. 공통점 하나. 전부 저밀도 주거지나 넓은 부지를 낀 지역에서 먼저 자리 잡았다는 것.

    한국은 왜 아직 늘까 — 규제와 인프라 문제

    국내에서도 우체국과 일부 지자체가 도서 산간 지역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돌리고 있다. 하지만 도심 상용화는 아직 멀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항공안전법상 비가시권 비행 규제다. 조종자가 드론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비행을 허용하는 원칙이 남아 있어서, 도심 곳곳을 자율 비행하는 서비스는 법적으로 풀어야 할 게 많다. 고층 아파트 밀집한 주거 형태, 좁은 착륙 공간, 소음 민원까지 겹치니 속도가 더딜 수밖에.

    드론 배송의 장점

    • 교통 체증과 무관하게 직선 경로로 이동해 배달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 전기 배터리로 움직여서 트럭 배송보다 탄소 배출이 적다
    • 산간·도서 지역처럼 배달원이 가기 힘든 곳까지 닿는다
    • 단순 반복 구간의 인건비를 줄여 배달비 인하 여지를 만든다

    단점과 안전 이슈

    배터리 용량 한계 탓에 편도 몇 km 넘어가면 아직 비효율적이다. 비 오는 날이나 강풍엔 아예 운항이 멈춘다. 낙하 방식으로 물건을 전달하다 보니 파손 위험도 무시 못 한다. 다수의 드론이 동시에 뜨는 도심 상공에서 충돌·추락 우려도 풀어야 할 숙제다. 개인정보 쪽도 걸린다. 드론 카메라가 찍는 영상이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 꾸준히 나온다.

    남은 변수들 — 다음 수순은

    결국 관건은 규제 완화 속도와 배터리 기술이다. 비가시권 비행이 단계적으로 풀리고 배터리 효율이 지금보다 오르면, 도심 드론 배송은 시범 단계를 벗어나 일상 서비스로 넘어갈 여지가 크다. 만나처럼 제조 거점을 아예 미국 내륙에 세우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드론 제작 단가를 낮추고 지역 일자리까지 만드는 산업으로 커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국내 유통·물류 기업들이 이 흐름을 얼마나 빨리 따라잡을지, 다음 관전 포인트다.

    출처: TechCrunch

  • 전기 버기카 종류·가격·용도 총정리 — 골프장 밖으로 나온 이유

    전기 버기카 종류·가격·용도 총정리 — 골프장 밖으로 나온 이유

    골프장에서 슬슬 굴러다니던 카트 정도로만 알았다면, 지금 시장은 좀 다르다. 전기 버기카가 럭셔리 리조트, 대형 캠핑장, 공항 터미널, 물류 창고 안까지 스며들고 있다. 조용히, 그리고 꽤 빠르게. 일반 전기차랑은 완전히 다른 논리로 굴러가는 시장이라 처음 접하는 사람한테 헷갈리는 게 많다. 뭘 봐야 하는지 짚어봤다.

    일반 전기차랑 뭐가 다른가

    전기 버기카(Electric Buggy)는 통상 4~6인승 이하의 저속 전기 모빌리티를 가리킨다. 리조트, 골프장, 캠퍼스, 대형 시설 안처럼 한정된 공간에서의 이동에 특화된 물건이다. 공도를 달리는 EV랑은 목적 자체가 다르다.

    핵심 차이는 속도 제한과 인증 체계다. 미국 기준으로 LSV(Low-Speed Vehicle)로 분류되면 최고 시속 40km 미만이고, 도로 인증 요건이 일반 승용차보다 훨씬 단순하다. 가격도 달리 간다. 수천만 원대 EV와 달리 수백만 원에서 3,000만 원 사이가 주류다. 최근엔 애플·아우디 출신 엔지니어들이 공동 설계한 고급형 모델처럼 소재와 디자인에 진심인 럭셔리 버기도 등장하면서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유형 3가지: 골프 카트형·리조트형·산업형

    ① 골프 카트형
    가장 오래된 유형이다. 야마하(Yamaha Golf Car), E-Z-GO, 클럽카(Club Car)가 시장을 나눠 갖는 구조다. 2~4인승이 표준이고, 상업용으로 오래 쓰인 만큼 내구성과 유지비 면에서 검증은 확실하다. 클럽 운반 기능과 배터리 교체 주기가 실구매 시 가장 많이 따지는 항목이다.

    ② 리조트·캠핑용 버기
    오프로드 주행 능력을 갖추고 인테리어로 차별화한 유형이다. Polaris GEM, Arcimoto FUV가 대표적이다. 럭셔리 리조트 시장을 겨냥한 고급형은 가죽 시트에 프리미엄 오디오, 커스텀 바디 라인을 달고 2,500만~3,000만 원대에 포지셔닝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가격이면 소형 전기차 살 수 있지 않냐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한데, 브랜드 경험으로 팔리는 물건이라 시장 자체가 다르다.

    ③ 산업·물류용
    공항, 병원, 대형 쇼핑몰에서 굴러가는 실용 중심 모델이다. 적재 공간이 크고 배터리 수명과 내구성이 선택 기준 1순위다. 디자인은 고려 대상 밖이고, 총소유비용(TCO)으로만 판단이 이루어진다.

    가격대별 선택지

    • 500만~1,500만 원: 기본 골프 카트 수준. 배터리 용량이 작고 편의장비는 거의 없다. 공동주택 단지나 소규모 상업시설에 알맞다.
    • 1,500만~3,000만 원: 중급 리조트형. 앞유리, 도어, 냉난방 옵션이 붙기 시작하는 구간이다. Polaris GEM E2·E4가 이 범위에 해당한다.
    • 3,000만 원 이상: 럭셔리 버기 영역. Arcimoto FUV($17,900~), 신흥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들이 포함된다. 도로 인증이 따라오고, 소재와 주행 감성에서 확실한 차이가 난다.

    배터리·주행 거리, 스펙 뜯어보기

    전기 버기카 배터리는 리드산(Lead-Acid)리튬이온으로 나뉜다. 이 선택 하나가 장기 운영 비용을 사실상 결정한다.

    • 리드산 배터리: 초기 비용이 낮다. 수명 3~5년, 충전 시간 8~10시간, 주행 거리 40~60km 수준이다. 기기 대수가 많고 교체 주기를 감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선택한다.
    • 리튬이온 배터리: 초기 비용이 높지만 수명 8~10년, 충전 시간 2~4시간, 주행 거리 80~120km까지 뽑힌다. 장기 운영으로 가면 총비용에서 역전된다.

    하루 8시간 이상 돌려야 하거나 빠른 충전이 필요한 현장이라면 리튬이온이 사실상 답이다. 리드산으로 버티다가 3년 후 세트 통째로 바꾸는 비용까지 계산하면, 처음부터 리튬이온으로 가는 쪽이 손해가 덜하다.

    어디에 쓰면 딱 맞는가

    • 리조트·호텔: 객실 간 이동, 짐 운반, VIP 픽업. 버기 디자인이 그 자체로 브랜드 이미지가 된다.
    • 골프장: 가장 전통적인 용도다. 클럽 운반 장치와 배터리 교체 주기로 선택한다.
    • 캠핑장·글램핑장: 야간 조명, 외부 충전 포트 유무가 중요하다. 없으면 밤에 쓸 수가 없다.
    • 대학 캠퍼스·공장·물류센터: 내구성 우선이고, 적재 중량이 얼마나 나오는지가 핵심 변수다.
    • 공항·병원: 실내 운용 가능 여부와 안전 인증 체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구매 전 반드시 따져야 할 5가지

    1. 공도 인증 여부
    국내 법령상 초소형 자동차 범주에 드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공도 주행이 필요한 환경이라면 정식 차량 인증이 있는 모델만 선택지에 올라온다.

    2. 배터리 교체 비용
    3~5년 후 교체 시 얼마나 드는지 미리 잡아야 총소유비용(TCO) 계산이 된다. 리드산 배터리 세트 교체는 30~80만 원, 리튬이온은 100만~300만 원 이상이다.

    3. AS 네트워크
    수입 브랜드는 국내 서비스 거점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는 게 필수다. 부품 수급이 2~3주씩 걸리면 그 기간 운용이 멈춘다.

    4. 충전 방식
    전용 충전 포트가 필요한지, 일반 220V 콘센트로 충전이 되는지에 따라 인프라 구축 비용이 달라진다. 생각보다 이 차이가 크다.

    5. 탑승 인원·적재 중량
    실제 운용 시나리오에 맞게 골라야 한다. 과적 운용은 배터리와 섀시 수명을 급격히 깎아먹는다.

    다음 수순은 어디로

    전통적으로 전기 버기카는 ‘싸게 굴리는 이동 수단’이었다. 근데 럭셔리 리조트 시장에서 버기가 브랜드 경험의 일부로 편입되면서, 디자인·소재·주행 감성에 돈을 쓰는 고가 모델 군이 형성됐다.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내연기관 카트를 전기로 교체하는 흐름도 이 시장을 밀어올리는 동력이 됐다.

    결국 선택 기준은 목적에 따라 완전히 갈린다. 상업적 내구성이 최우선이면 검증된 브랜드의 중급 모델,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경험을 팔아야 하는 리조트라면 럭셔리 라인업을 보는 게 맞다. 배터리 기술이 개선될수록 이 두 시장의 간격은 좁아질 거다.

    출처: Ars Technica

  • 세상 바꾸는 공학 기술 7가지 — AI부터 반도체까지, 미래 커리어 실전 가이드

    세상 바꾸는 공학 기술 7가지 — AI부터 반도체까지, 미래 커리어 실전 가이드

    AI 엔지니어 채용 공고가 3년 사이 4배 이상 늘었다. ISC² 집계 기준 사이버보안 인력 공백은 전 세계 400만 명을 넘어선 지 오래고, EU 탄소국경세(CBAM)에 미국 IRA까지 맞물리면서 청정에너지 공학 인력 수요도 구조적으로 올라온 상황이다. 수치만 봐도 방향이 보인다. 어느 분야를 파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면, 수요와 임팩트 두 기준으로 추린 아래 7가지를 보고 판단하자.

    1. AI·머신러닝 엔지니어링 — 수요가 가장 빠른 분야

    채용 시장에서 ‘AI 엔지니어’는 이미 독립 직군으로 굳었다. 예전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모델을 짜고 백엔드 개발자가 서비스에 붙이는 구조였는데, 이제는 모델 훈련부터 배포·인프라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MLOps 엔지니어가 따로 존재한다. 역할 분화가 그만큼 빨라졌다는 얘기다.

    진입에 필요한 기술 스택은 대략 이렇다:

    • Python, PyTorch 또는 JAX 기반 모델링
    • Kubernetes·Docker를 활용한 모델 서빙
    • 데이터 파이프라인 설계 (Airflow, Spark)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및 파인튜닝(Fine-tuning)

    LLM이 퍼지면서 비전공 출신 AI 엔지니어도 꽤 늘었다. 근데 솔직히, 선형대수·확률론 같은 수학 기반이 약하면 시니어 레벨 이후에서 막힌다. 단기 부트캠프로 입문하는 건 가능한데, 거기서 멈추면 경력 천장이 생각보다 낮다. 장기적으로는 통계·수학을 병행해야 한다는 게 현장 공통 의견이다.

    2. 기후·청정에너지 공학 — 규제가 만들어낸 거대 시장

    탄소중립 규제 3종 세트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다. EU CBAM, 미국 IRA, 한국 탄소중립 로드맵. 이게 맞물리면서 청정에너지 공학 인력 수요가 구조적으로 올라왔다. 태양광·풍력 발전 설계, 배터리 시스템 엔지니어링, 그린수소 인프라 쪽 채용이 눈에 띄게 활발해진 게 그 결과다.

    이 분야, 순수 공학 지식만으론 경쟁력이 약하다. 에너지 정책, 탄소 회계(Carbon Accounting), 그리드 연계 규정까지 복합 도메인 지식이 있어야 채용 우선순위에 오른다. 전기전자·화학공학·기계공학 전공자라면 전환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3. 바이오테크·의공학 — 데이터와 생물학이 겹치는 곳

    mRNA 백신 기술이 주류로 올라선 이후, 바이오테크 엔지니어링은 더 이상 틈새가 아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AlphaFold 계열), 유전자 편집(CRISPR), 디지털 바이오마커에서 공학 역할이 빠르게 커지는 중이다.

    컴퓨터공학 배경을 가진 엔지니어가 입문하기 가장 현실적인 경로는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이다. Python·R 스크립팅, 유전체 데이터 처리(NGS), 머신러닝 기반 약물 발굴 툴 운용 — 이 세 가지가 진입 조건으로 굳어지고 있다. 생물학을 전혀 모른 채 코딩 하나만으로 들어가는 케이스도 늘고 있긴 한데, 도메인 지식을 병행하면 속도가 확실히 다르다.

    4. 사이버보안 엔지니어링 — 공격이 정교해질수록 몸값이 오른다

    랜섬웨어 공격 한 건의 평균 피해액이 수십억 원을 넘어섰다. 보안 엔지니어는 IT 직군 중 만성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분야인데, 직군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 공격형(Offensive Security): 침투 테스트(Penetration Testing), 취약점 연구, 레드팀 운영
    • 방어형(Defensive Security): SOC 분석, 위협 인텔리전스, 제로트러스트 아키텍처 설계

    OSCP·CEH·CISSP 자격증이 채용 시장에서 여전히 유효하긴 하다. 근데 현장에서 보면, CTF(Capture The Flag) 참여 경험이나 버그바운티 실적이 이력서 한 줄보다 훨씬 강하게 작용한다. 자격증은 스크리닝 통과용이고, 실제 합격은 포트폴리오가 결정한다. 이건 좀 냉정한 현실이다.

    5. 자율주행·로보틱스 —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만나는 지점

    테슬라 FSD, 웨이모 로보택시,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 이 세 가지만 봐도 흐름이 보인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는 하드웨어 기업과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핵심 기술 스택은 센서 퓨전(Sensor Fusion), ROS2 기반 로봇 제어, 컴퓨터 비전, 강화학습(RL)이다. 여기에 C++ 성능 최적화와 실시간 처리(RTOS) 경험까지 갖추면 채용 경쟁력이 확연히 달라진다. 국내에서는 쿠팡·카카오·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이 자체 로봇 R&D 조직을 확대하는 추세라 커리어 경로도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6. 반도체·하드웨어 엔지니어링 — AI 붐이 되살린 분야

    엔비디아 H100 품귀 현상이 반도체 엔지니어의 위상을 다시 각인시켰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칩 설계·공정 최적화·패키징 기술의 필요성은 비례해서 커진다. 관련 직군을 보면:

    • RTL 설계 엔지니어 (Verilog, VHDL)
    • 칩 검증 엔지니어 (UVM 기반)
    • 패키징·열설계 엔지니어
    • 팹리스 스타트업의 아키텍처 엔지니어

    한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의 메모리 강국이지만, AI 가속기용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아직 인력 저변이 얇다. TSMC·인텔·AMD 경험자는 국내외 모두 시장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배경별 현실적인 진입 전략

    7개 분야 모두 학습으로 진입 가능하다. 다만 시간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출발점에 따라 경로를 달리 잡는 게 효율적이다:

    • 개발자 경력자: AI 엔지니어링 또는 사이버보안 — 코드 기반이 있어 전환 비용이 낮다
    • 전기전자·기계 전공자: 자율주행·로보틱스·반도체 — 하드웨어 도메인 지식이 즉시 활용된다
    • 화학·생물 전공자: 바이오테크·청정에너지 — Python만 익히면 바로 접점이 생긴다
    • 완전 비전공 전환자: AI 엔지니어링 입문 → 사이버보안 순서가 커리큘럼이 가장 잘 정비돼 있다

    공통적으로 유효한 첫 스텝은 GitHub에 실제 프로젝트를 올리는 것이다. 채용 담당자들은 자격증보다 “실제로 뭘 만들었냐”를 훨씬 무겁게 본다. 오픈소스 기여, Kaggle 대회 실적, 버그바운티 등록 이력 —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 공통점은 일관되게 나타난다. MIT Tech Review가 전한 바에 따르면 이 흐름은 앞으로도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MIT Tech Review AI

  • Android Auto를 차에서 빼는 제조사들, 이유가 ‘데이터’였다

    Android Auto를 차에서 빼는 제조사들, 이유가 ‘데이터’였다

    딜러 앞에서 계약서 내밀기 전에 “Android Auto 되나요?” 확인하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근데 요즘 딜러 대답이 좀 달라졌다. 현대·기아, GM, 볼보 같은 브랜드들이 Android Auto 지원을 슬그머니 줄이거나 아예 빼버리고 자체 인포테인먼트로 교체하는 흐름이다. J.D. Power 만족도 조사에서 Android Auto는 항상 상위권인데, 제조사들은 왜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걸까.

    Android Auto, 딱 한 줄로

    Google이 만든 차량용 스마트폰 미러링 솔루션이다. USB나 무선으로 폰을 연결하면 Google Maps·Spotify·카카오내비 같은 앱이 차량 디스플레이에 그대로 뜬다. Apple CarPlay와 함께 인포테인먼트 시장을 양분해온 서비스고, 차량 구매 결정에도 실제로 영향을 주는 요소로 꾸준히 꼽힌다.

    강점은 간단하다. 안드로이드 폰만 있으면 된다. CarPlay가 iPhone 전용인 반면 Android Auto는 글로벌 점유율 70% 넘는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를 커버한다. 이게 생각보다 큰 차이다.

    제조사들이 뒤돌아선 진짜 이유

    공식 멘트는 “더 통합된 사용자 경험”이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핵심은 데이터 통제권이다.

    Android Auto를 켜는 순간 운전자의 위치, 목적지, 주행 패턴, 음악 취향, 통화 내역이 Google 서버로 넘어간다. 내 차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구글한테 통째로 가져다 바치는 구조다. 테슬라가 처음부터 CarPlay도 Android Auto도 지원 안 한 논리가 바로 이거다.

    • 수익 모델: 자체 내비, 자체 음악 서비스, 구독형 OTA 업데이트로 차 팔고 난 뒤에도 돈을 벌려면 외부 플랫폼에 화면을 내줄 수 없다.
    • 자율주행 준비: 차 안 AI가 운전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경로를 최적화하는 구조에서, 외부 앱이 디스플레이를 점령하는 방식은 맞지 않는다.
    • 브랜드 일관성: 인테리어와 UX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으려는데 Google·Apple UI가 중간에 끼어드는 건 거슬린다.

    그래도 Android Auto가 이기는 이유

    J.D. Power 차량 인포테인먼트 만족도 조사에서 Android Auto·CarPlay 연동 차량은 자체 시스템 전용 차량보다 일관되게 높은 점수를 받는다. Engadget 보도를 보면 소비자 조사에서 Android Auto는 차량 구매 이유 상위권 요소로 꾸준히 등장한다. 이유는 뻔하다.

    • 스마트폰 UI 그대로라 새로 배울 게 없다
    • Google Maps 실시간 교통 정보는 대부분 내장 내비를 이긴다
    • 앱 업데이트 주기가 빠르다. 차량 펌웨어 기다릴 필요가 없다
    • Spotify, 유튜브 뮤직, 카카오내비 — 쓰던 앱 그대로 연결된다
    • 차를 바꿔도 UI가 동일하다. 현대에서 기아로 넘어가도 Android Auto는 Android Auto다

    제조사 논리와 소비자 선호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이 여기다.

    자체 시스템, 어디까지 왔나

    솔직히 발전한 건 맞다. 현대·기아 ccNC(커넥티드 카 내비게이션 콕핏), BMW 최신 iDrive, 메르세데스-벤츠 MBUX는 인터페이스 완성도가 눈에 띄게 올라왔다. 그래도 현실적인 걸림돌이 아직 남아 있다.

    • 앱 생태계 빈약: 카카오내비, 네이버 지도, Spotify를 자체 시스템에서 쓰려면 제조사가 직접 앱을 올려줘야 한다. 대부분 아직 안 된다.
    • 업데이트 느림: 소프트웨어 버그 수정에도 수개월 걸리는 경우가 있다. 스마트폰 앱 같은 빠른 패치는 기대하기 어렵다.
    • 음성 인식: Google Assistant나 Siri 대비 자연어 인식 수준이 낮은 제품이 아직 많다.
    • 브랜드 간 학습 비용: 현대에서 BMW로 갈아타면 UI를 처음부터 다시 익혀야 한다. 이게 은근히 귀찮다.

    셋 다 다르다 — Android Auto vs CarPlay vs 자체 시스템

    나란히 놓으면 선택 기준이 좀 더 선명해진다.

    • Android Auto: 안드로이드 사용자 최적. Google Maps 실시간 정보가 강점. 앱 생태계 폭넓다. 단, 데이터가 Google로 간다.
    • Apple CarPlay: iPhone 전용. Apple Maps 품질이 꾸준히 오르는 중. Siri 통합이 자연스럽다. 데이터는 Apple로 간다.
    • 자체 시스템: 인터넷 없어도 오프라인 내비가 돌아간다. 데이터가 제조사 서버에 머문다. 앱 생태계와 업데이트 속도는 아직 약점.

    두 가지를 동시에 지원하는 차량도 있다. 자체 인포테인먼트를 기본으로 쓰다가 필요할 때 Android Auto로 전환하는 방식. 구매 전에 이 부분을 꼭 확인해야 한다.

    계약 전 체크리스트

    딜러 앞에 앉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이다.

    • Android Auto / CarPlay 지원 여부: 트림별로 다른 경우가 있다. 계약하는 트림 기준으로 확인한다
    • 무선 연결 지원 여부: 유선(USB)만 되는 모델은 매번 케이블 꽂아야 한다. 편의성 차이가 크다
    • 자체 내비 품질: 해외 여행 중이거나 폰 배터리 방전됐을 때 자체 내비만 써야 할 상황이 온다. 시승 때 직접 써봐야 안다
    • OTA 업데이트 지원 여부: 출시 후 소프트웨어 개선이 되는 모델인지 확인한다
    • 디스플레이 분할 기능: Android Auto와 자체 시스템을 동시에 표시하는 분할 화면 지원 모델이 있다

    결국 어디로 흘러가나

    제조사들이 Android Auto를 완전히 없애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 반발이 너무 크다. 현실적인 방향은 “기본은 자체 시스템, Android Auto는 옵션”이다. 이미 일부 제조사가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자율주행이 본격화되면 차량 내 소프트웨어 플랫폼 주도권 싸움은 더 치열해진다.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는 시간이 늘수록 차량 화면은 광고·구독 서비스의 핵심 공간이 된다. AI 기반 개인화, 구독 모델, 콘텐츠 수익이 전부 이 화면을 통해 작동하는 구조다. Android Auto는 그 화면을 Google에게 넘겨주는 셈이다.

    단기 전략은 명확하다. 사려는 차의 Android Auto 지원 여부를 트림 단위로 따지고, 자체 시스템만 있는 차라면 시승 때 내비 품질을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 제조사들이 자체 시스템을 Google Maps 수준으로 끌어올리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출처: Engadget

  • 어댑티브 헤드라이트: 눈부심 없이 밤길 밝히는 기술 완벽 가이드

    어댑티브 헤드라이트: 눈부심 없이 밤길 밝히는 기술 완벽 가이드

    마주 오는 차 헤드라이트가 순간적으로 시야를 가릴 때, 대부분의 운전자는 그냥 눈을 찡그리고 버틴다. 달리 방법이 없어서다. 그런데 그 0.5초가 실제로 사고를 낸다. 어댑티브 헤드라이트, 정확히는 디지털 매트릭스 라이트가 바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공략하는 기술이다. 기존 헤드라이트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 빛 자체를 능동적으로 제어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를 지킨다. 단순한 조명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야간 안전 기술의 접근 방식이 바뀌는 것에 가깝다.

    눈부심 문제, 왜 이제까지 못 풀었나

    야간 운전의 딜레마는 단순하다. 어둠을 밝히려면 헤드라이트를 써야 하는데, 그 빛이 반대편 운전자 눈을 찌른다. 상향등이 시야 확보에는 훨씬 유리하지만 선뜻 쓰기 꺼려지는 이유다. 기존 헤드라이트는 여기서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 켜거나 끄거나, 아니면 조사각을 기계적으로 바꾸는 게 전부였다. 빛을 지능적으로 쪼개서 일부만 끄거나 조절하는 건 구조상 불가능했다. 능동형 안전 장치로서의 헤드라이트가 필요해진 배경이 여기에 있다.

    디지털 매트릭스 라이트의 핵심 원리

    작동 원리는 이렇다. 수백~수천 개의 초소형 LED를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한다. 이 LED들은 전방 카메라 센서와 실시간 연결된다. 반대편 차량이 감지되면, 그 차가 있는 영역의 LED만 끄거나 밝기를 낮춘다. 나머지 LED는 그대로 최대 밝기를 유지한다.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특정 픽셀만 끄는 것과 같은 논리다. 빛의 패턴 자체를 능동적으로 변형한다는 게 핵심이고, 이게 기존 기술과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도로 표지판의 빛 반사를 줄이거나, 보행자 위치에 빛을 집중시켜 경고하는 것도 같은 방식으로 구현된다.

    주요 기능과 운전 편의성 향상

    디지털 매트릭스 라이트의 기능 목록은 꽤 인상적이다.

    • 정교한 눈부심 방지: 마주 오는 차 운전석 위치를 픽셀 단위로 파악해 그 부분만 소등한다. 앞차 운전자의 후사경 눈부심도 함께 차단한다.
    • 속도·상황별 광폭 조절: 고속 주행 시에는 빛을 길고 멀리, 저속이나 코너링 때는 넓고 짧게 자동 조정된다.
    • 보행자·장애물 강조: 도로변 보행자, 자전거, 야생동물을 인식하면 해당 방향에 빛을 집중시켜 경고 역할을 한다.
    • 도로 정보 직접 투사: 차선 안내, 공사 구간 경고, 내비게이션 방향을 도로 바닥에 직접 그려준다. AR 기술과 결합하면 별도 HUD 없이도 주행 정보가 눈앞에 바로 펼쳐진다.

    야간 운전 피로도가 낮아지고, 돌발 상황 인지 속도도 빨라진다. 전반적인 운전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건 당연한 결과다.

    기존 헤드라이트 기술과 뭐가 다른가

    헤드라이트 기술의 계보는 할로겐 → HID → LED 순으로 이어져 왔다. 광원이 바뀌면서 밝기, 수명, 전력 효율이 개선됐을 뿐, 빛을 제어하는 방식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때 쓰이던 AFS(Adaptive Front-lighting System)는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라 헤드라이트가 물리적으로 방향을 돌리는 방식이었다. 솔직히 절반짜리 해결책이었다. 빛의 방향을 바꾸는 것과 빛의 패턴을 픽셀 단위로 제어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술이니까.

    디지털 매트릭스 라이트는 광원을 수천 개의 독립 제어 유닛으로 나누고, 이를 소프트웨어로 실시간 조작한다. 빔 프로젝터가 화면 특정 구역만 밝히거나 어둡게 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센서 데이터와 연동해 빛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이 방식이 가진 압도적인 정밀도와 유연성은 기존 기술로는 흉내 낼 수 없었던 부분이다.

    규제 변화가 열어놓은 가능성

    유럽에서는 이 기술이 이미 수년 전부터 일반 차량에 탑재됐다. 문제는 미국이었다. 연방 규정 자체가 이런 능동형 조명 시스템을 허용하지 않는 구조였다. Ars Technica가 전한 바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도 관련 기술 표준이 재정립되면서 드디어 문이 열렸다. 이건 단순히 새 기능이 추가되는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 안전 기술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계기다.

    규제 장벽이 낮아지면 제조사들의 개발 속도도 빨라진다. 더 많은 차종에 이 기술이 탑재될 거고, 장기적으로는 야간 교통사고 통계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 시대, 헤드라이트의 새 역할

    디지털 매트릭스 라이트는 자율주행 시대와 궁합이 맞다. 차가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능력을 갖추면, 그 인식 결과를 외부에 전달할 수단도 필요해진다. 헤드라이트가 그 역할을 맡는다. 단순한 전방 조명이 아니라, 차량의 ‘눈’이자 ‘소통 채널’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시나리오가 논의 중이다.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감지하면 헤드라이트로 바닥에 횡단보도 모양을 투사하고, 좌회전 예정이면 진행 방향을 미리 바닥에 그려 알린다. 빛을 이용한 정보 전달은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서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소통 방식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어디까지 발전할지, 아직 가늠이 안 될 정도다.

    출처: Ars Techn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