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 프랑스, 연장 종료 12분 전. 심판은 수초 만에 결정을 내렸다. 메시가 연루된 장면이었고, 오심이면 역사에 남을 판정이었다. MIT 테크 리뷰가 이 장면을 AI 판정 맥락에서 집중 조명한 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AI가 심판 눈을 대신하는 시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미 시작됐다.
VAR은 사실 AI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VAR을 AI 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틀렸다. VAR(Video Assistant Referee)은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 FIFA가 공식 도입했지만, 본질은 영상 리플레이다. 사람이 화면을 돌려보고 사람이 판단한다. AI가 끼어드는 구간이 없다. 그러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결정 주체가 여전히 인간이니까.
진짜 AI 심판의 시작은 따로 있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SAOT, Semi-Automated Offside Technology). 카타르 월드컵부터 FIFA가 공식 채택한 이 시스템은 컴퓨터 비전과 AI로 오프사이드를 판정한다. 인간 판단 개입이 없다. 완전히.
선수 몸을 29개 점으로 쪼개는 기술
SAOT 작동 방식은 세 요소가 맞물린다.
- 29개 데이터 포인트: 선수 몸 전체를 관절 좌표 29개로 추적한다. 발끝부터 어깨까지 실시간 3D 모델로 재구성한다
- 12대의 전용 카메라: 경기장 지붕에 설치. 초당 50프레임으로 모든 선수 위치를 기록한다
- 공 내부 IMU 센서: 킥이 일어난 순간을 정밀하게 포착해 패스 타이밍을 특정한다
세 데이터를 합치면 AI는 킥 순간의 선수 위치를 3D로 복원하고 오프사이드 라인을 자동 계산한다. 판정 시간은 기존 VAR 평균 70초 대비 약 27초. 절반도 안 걸린다.
실제 경기에서 어떻게 쓰였나
카타르 월드컵에서 SAOT는 총 22건의 오프사이드 장면에 적용됐다. 사람 눈으로는 판별 자체가 불가능한 장면들이 다수였다. 밀리미터 단위 차이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왔고, 시각화된 판정선이 공개되면서 팬들 사이에서 찬반이 엇갈렸다. 솔직히 그 선을 처음 봤을 때, ‘이게 맞냐’는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러웠다.
테니스는 이미 더 앞서 있다. 호크아이(Hawk-Eye) 시스템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볼 아웃/인 판정에 쓰였고, 2021년 US 오픈부터는 라인 심판을 아예 없앴다. 전자 판정으로 완전 대체. 야구 MLB도 2024 시즌부터 일부 경기에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ABS) 시험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기술이 정확하다고 공정한 건 아니다
비판은 두 방향에서 나온다.
하나는 모델 자체의 가정 문제다. SAOT가 선수 몸을 29개 포인트로 표현할 때, 그 포인트는 실제 신체 외곽선이 아닌 추정값이다. 팔이 뻗은 방향이나 각도에 따라 몸의 경계가 달라질 수 있는데, 처리 방식에 따라 결과도 바뀐다. 더 문제인 건 “AI가 틀릴 리 없다”는 신뢰가 오히려 이의 제기 자체를 막는다는 점이다. 정확성이 곧 공정성은 아닌데, 그게 혼동된다.
다른 하나는 스포츠 고유의 판단 영역이다. 핸드볼에서 의도성을 읽거나, 태클이 정당한지를 맥락 안에서 판단하는 일은 AI가 대체하기 어렵다. FIFA가 오프사이드처럼 기준이 명확한 판정부터 자동화를 시작한 이유도 여기 있다. 룰이 단순할수록 AI가 유리하다.
심판을 없앨 건가, 더 낫게 만들 건가
스포츠 업계의 방향은 완전 자동화가 아닌 인간-AI 협업이다. FIFA, NBA, MLB 모두 AI를 보조 도구로 쓰고, 최종 결정권은 인간 심판에게 남겨둔다. 완전 자동화가 현실이 되려면 조건이 있다.
- 판정 알고리즘의 공개 검증 — 현재 대부분의 시스템은 블랙박스에 가깝다
- 경기 맥락을 이해하는 상황 추론 모델
- 오작동 시 책임 소재의 법적 정리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방향이지만, 제도적·문화적 합의가 기술보다 훨씬 느리게 따라온다. 이게 늘 문제다.
다음 전선 — 반칙 자동 감지와 심판 평가
스포츠 AI 판정의 다음 전선은 반칙 감지 자동화다. 스탠퍼드대와 MIT에서 진행 중인 연구들은 선수 간 접촉 강도와 각도를 분석해 태클 정당성을 분류하는 모델을 훈련 중이다. 아직 실제 경기 적용 단계는 아니다. 5~10년 내 보조 도구로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쪽은 심판 평가 시스템이다. 이미 여러 리그에서 AI로 심판의 판정 패턴을 분석하고, 일관성이 떨어지는 영역을 식별해 훈련에 반영하고 있다. 심판을 없애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심판을 만드는 데 AI를 쓰는 방식이다. 이 방향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결국 방향은 하나다. AI가 밀리미터를 재는 동안, 심판은 그라운드 위 더 큰 흐름을 읽는다. 인간 심판의 부담을 줄이되, 스포츠가 가진 인간적 드라마는 남긴다. 역할의 진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