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를 사는데 공식 보증기간이 딱 30일이라면, 지갑이 순순히 열릴까. 2016년에 한 번 망했던 스마트워치 브랜드 펠블(Pebble)을 되살린 창업자 에릭 미지코브스키는 이 질문에 나름 당당하게 답한다. 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꺼낸 답은 짧고 단호했다. \”가장 중요한 건 신뢰다.\” 보증기간은 짧아도 문제가 생기면 회사가 알아서 책임지겠다는 태도로 구매자를 설득하고 있다는 얘기다.
망했던 펠블, e페이퍼 들고 돌아오다
미지코브스키는 2025년 봄 자신의 새 회사 코어 디바이시스(Core Devices)를 통해 펠블 브랜드를 다시 세상에 내놨다. 이번 라인업은 두 종류다. 펠블 타임 2(Time 2)와 코어 2 듀오(Core 2 Duo). 타임 2는 가격 225달러, 1.5인치 64색 e페이퍼 디스플레이에 금속 프레임, 물리 버튼까지 갖췄다.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약 30일 간다. 스마트워치치고는 파격적인 수치인데, e잉크 패널 특유의 저전력 장점을 그대로 살린 결과다.
왜 하필 30일인가
애플워치나 갤럭시워치는 기본으로 1년 보증을 깔고 간다. 그거에 비하면 30일은 확실히 짧다. 솔직히 처음 들으면 좀 불안한 숫자다. 다만 미지코브스키의 설명을 들어보면 나름 계산이 서 있다. 코어 디바이시스는 수백만 대씩 찍어내는 대기업이 아니다. 소규모 팀이 열정으로 굴리는 프로젝트에 가깝다. 법적 보증기간을 길게 걸어놓고 그에 맞춰 대규모 AS 조직이나 재고를 미리 쌓아두는 대신, 문제가 터질 때마다 그때그때 유연하게 대응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말뿐인 신뢰는 아니었다
이 방침이 진짜 시험대에 오른 사건이 있었다. 타임 2가 나오자마자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 화면이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금이 가는 문제가 터졌다. 유리 렌즈가 금속 프레임보다 살짝 튀어나온 설계 탓에, 가장자리가 충격에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였던 거다. 레딧에는 거의 매일같이 크랙 사진이 올라올 정도로 이슈가 커졌다. 이때 회사가 움직인 방식이 눈에 띈다.
- 공식 보증기간(30일)이 지났어도 파손된 워치를 무상 교체
- Android Authority 보도에 의하면 지금까지 약 330대를 무상으로 바꿔준 것으로 확인됨
- 레딧 커뮤니티(r/Pebble)에서 창업자가 직접 사용자 질문에 답하며 소통
규정집 대신 사람이 직접 판단해서 움직이는 방식이다. 스타트업치고는 꽤 발 빠르게 신뢰를 지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 AS와는 셈법이 다르다
삼성이나 애플이 1년, 심지어 그 이상 보증을 거는 건 콜센터에 서비스센터, 부품 재고까지 인프라를 이미 갖춰서다. 코어 디바이시스처럼 몇 명 안 되는 인원이 굴리는 회사가 같은 구조를 흉내 냈다간 오히려 대응 속도만 느려지고 원가는 올라간다. 짧은 공식 보증 대신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 유연하게 대응해서 신뢰를 쌓는 쪽. 작은 회사한테는 이게 더 현실적인 전략일지도 모른다.
국내 구매자라면 이건 따져봐야
펠블 신제품은 국내 정식 출시 제품이 아니다. 해외직구로 접근해야 하는 물건이다. 국내에는 삼성이나 LG처럼 1년 무상 AS에 익숙한 소비자가 많다 보니, 30일 보증에 거부감을 느낄 사람도 적지 않을 거다. 문제는 해외직구 제품 특성상 국내 서비스센터가 없다는 점. 파손이나 고장이 나면 결국 미국 본사와의 이메일 소통에 의존해야 한다. 언어 장벽에 배송비까지 얹으면, 표기된 30일보다 실질적인 AS 비용은 훨씬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와디즈나 텀블벅 같은 국내 크라우드펀딩 하드웨어 생태계에서도 비슷한 ‘보증 대신 신뢰’ 모델이 종종 등장한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참고할 만한 AS 운영 사례다.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