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빗을 손목에 차고 아이폰으로 하루를 사는 사람들, 은근히 답답한 게 하나 있었다. 핏빗이 열심히 재준 걸음 수, 심박수, 수면 시간. 이 데이터가 정작 아이폰 기본 건강 앱, 애플 헬스로는 단 한 줄도 안 넘어갔다. 구글이 이 벽을 드디어 허물기 시작했다.
구글 헬스 5.05, 핵심만 짚으면
9to5Mac이 먼저 전한 소식이다. 구글 헬스 앱 5.05 버전부터 핏빗 데이터를 애플 헬스에 직접 연결할 수 있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구글 헬스 앱 열고, 프로필 아이콘 탭, ‘파트너 앱(Partner apps)’ 메뉴에서 애플 헬스 선택. 끝.
연동만 마치면 걸음 수, 운동 기록, 심박수 같은 생체 데이터가 애플 헬스에 알아서 쌓인다. 데이터를 일일이 손으로 옮기거나 브리지 앱 따로 깔 필요, 이제 없다. 아침 조깅 마치고 핏빗 확인한 다음 다른 앱 또 열 필요 없이, 화면 하나에서 그날 활동량을 다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왜 이제껏 안 열렸나
핏빗은 2007년 창업한 웨어러블 전문 브랜드다. 구글이 2021년 초 21억 달러(약 2조9000억원)를 들여 인수했다. 인수 이후 핏빗 앱은 구글 생태계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고, 경쟁사인 애플 건강 플랫폼과는 계속 선을 그어왔다.
그 사이 아이폰과 핏빗을 같이 쓰던 사람들은 제3자 브리지 앱을 돌리거나, 두 앱을 번갈아 확인하는 번거로움을 견뎌야 했다. 구글과 애플이 각자 이용자를 자기 생태계 안에 붙잡아두려던 결과이기도 하다. 두 회사가 스마트폰 운영체제부터 경쟁 관계니, 데이터 개방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뭐가 편해지는데
- 애플워치와 핏빗 같이 쓰는 사람도 운동 기록 한 화면에서 확인
- 수면, 식단 관리 등 애플 헬스 연동 서드파티 앱에서 핏빗 데이터까지 함께 활용
- 병원 진료 때 애플 헬스 공유 기능 하나로 핏빗 기록까지 한 번에 전달
핏빗 기기나 구글 픽셀 워치 쓰면서 아이폰을 메인폰으로 쓰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변화. 그동안은 러닝 앱이나 식단 기록 앱 고를 때도 애플 헬스 연동 여부부터 따져야 했는데, 이제 핏빗 이용자도 선택지가 넓어졌다.
다만, 완벽한 건 아니다
이번 업데이트, 핏빗에서 애플 헬스로만 흐르는 단방향 연동이다. 애플 헬스에 쌓인 다른 앱 기록을 거꾸로 핏빗으로 가져오는 기능은 빠져 있다. 이건 좀 아쉬운 부분.
배포 방식도 전 세계 동시가 아니라 서버 쪽에서 단계적으로 열리는 구조다. 구글 헬스 앱을 최신 버전으로 올려도 며칠은 기다려야 연동 메뉴가 뜨는 경우가 있다. 메뉴가 안 보이면 앱 업데이트 여부, 아이폰 iOS 버전, 애플 헬스 권한 설정부터 다시 확인해보는 게 순서다. 구형 핏빗 기기는 애초에 앱 업데이트 지원이 끊긴 경우도 있다. 자신의 기기가 여전히 지원 목록에 있는지부터 짚어보는 편이 낫다.
국내 시장엔 어떤 의미
국내는 갤럭시 워치와 애플워치 점유율이 워낙 높아 핏빗 사용자 비중 자체는 크지 않다. 그래도 해외 직구로 핏빗을 구매했거나 구글 픽셀 워치를 쓰는 사람, 예전 핏빗 기기를 그대로 쓰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한 편의 개선이다.
눈여겨볼 곳은 삼성이다. 삼성 헬스는 지금도 애플 헬스와 직접 연동을 지원하지 않는다. 갤럭시 워치와 아이폰을 함께 쓰는 사람들은 여전히 서드파티 앱에 의존해야 한다. 구글이 경쟁 플랫폼에 먼저 데이터 문을 연 이번 행보, 삼성 쪽에도 비슷한 요구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마이헬스웨이처럼 국내에서 추진 중인 개인건강기록(PHR) 사업 확산과 맞물려, 플랫폼 간 건강 데이터 개방은 앞으로도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논의에서 계속 나올 주제로 보인다. 웨어러블 브랜드와 상관없이 내 건강 데이터를 어디서든 확인하는 흐름이 자리 잡으면, 결국 웃는 쪽은 이용자다.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