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밴 메타가 출시되자마자 품절 대란이 났다. 구글은 10년 전 실패했던 AI 글래스를 다시 꺼내들었고, 애플은 카메라 달린 에어팟을 만들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AI가 안경이나 이어폰에 올라타는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더 이상 콘셉트 제품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사서 쓸 수 있는 것들이 나왔고, 곧 나올 것들도 있다. 종류는 뭐가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당장 살 만한지 따져봤다.
AI 웨어러블, 걸음 수 세는 것과는 다르다
AI 웨어러블(AI Wearable)은 몸에 착용하는 기기에 AI 기능을 더한 제품군이다. 단순히 걸음 수·심박수 측정하는 스마트밴드와는 결이 다르다. 카메라나 마이크로 주변 환경을 실시간 인식하고, 거기에 맞춰 정보를 주거나 작업을 처리하는 게 핵심.
- 안경 형태: 눈앞의 물체나 사람을 인식하고 설명해준다
- 이어폰 형태: 주변 대화를 분석해 번역·요약·메모를 처리한다
- 목걸이/핀 형태: 카메라가 내 시야를 촬영하고 AI 어시스턴트와 연결한다
지금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건 AI 글래스(스마트 안경)와 AI 이어폰 두 가지다.
지금 살 수 있는 AI 웨어러블들
메타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
현재 시장에서 완성도 가장 높은 AI 웨어러블로 꼽힌다. 레이밴 디자인 그대로인데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가 들어가 있다. 메타 AI와 연동해서 “지금 앞에 뭐가 있어?”라고 물으면 카메라로 인식해서 답한다. 가격은 약 30만 원대. 안경처럼 쓰고 다닐 수 있다는 게 지금까지 나온 제품 중 유일한 강점이기도 하다.
휴메인 AI 핀 (Humane AI Pin)
목에 다는 핀 형태. 출시 당시 테크 미디어가 대대적으로 다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배터리 발열 문제에 응답 속도까지 느려서 혹평 일색이었고, 결국 운영 중단 상태다. AI 웨어러블이 얼마나 만들기 어려운 카테고리인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래빗 R1
손에 들고 다니는 형태라 엄밀히 웨어러블은 아니지만, ‘AI 전용 기기’ 개념을 처음 시도한 제품이다. 결론은 좋지 않았다. 스마트폰 앱으로 다 되는 기능을 굳이 별도 기기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지금은 조용하다.
구글 AI 글래스 (Project Astra)
구글이 자체 AI 글래스를 다시 준비 중이다. 2013년 구글 글래스 실패 후 10년 만의 재도전. Gemini AI를 탑재해 시각 인식과 대화가 된다고 한다. 아직 출시 전이라 실제 성능은 두고 볼 일이다.
에어팟에 카메라가 달리면
블룸버그 마크 거먼의 보도를 보면 애플이 카메라 달린 에어팟을 개발 중이다. 이어폰에 카메라? 처음엔 좀 이상하게 들린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에어팟은 이미 수억 명이 매일 귀에 꽂고 다니는 기기다. 여기에 카메라가 붙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 공간 인식: 주변 환경을 스캔해서 AR 기능에 연동
- Apple Intelligence 연동: “이 기기 어떻게 연결해?”처럼 시각+음성 질문이 한 번에 가능
- 비전 프로와 연계: 헤드셋 없이 공간 컴퓨팅 기능 일부를 이어폰으로 확장
요점은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AI와 시각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지갑을 스캔하거나, 메뉴판을 읽거나, 처음 보는 기계의 버튼 용도를 물어볼 수 있다. 실용적인 쓸모가 생긴다.
고를 때 따져봐야 할 기준들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아서 선택 기준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도 몇 가지는 명확하다.
1. 어떤 AI와 연동되는가
기기 스펙보다 AI 엔진이 더 중요하다. 메타 AI, Gemini, Apple Intelligence, ChatGPT — 각각 강점이 다르다. 내가 주로 쓰는 생태계와 맞는 걸 먼저 확인해야 한다. 엔진이 맞지 않으면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쓸 일이 없다.
2. 배터리 지속 시간
AI 추론은 전력을 많이 잡아먹는다. 지금 나와 있는 대부분의 AI 웨어러블은 배터리가 2~4시간 수준이다. 하루 종일 쓰려면 케이스 충전이 필수인데, 카메라 달린 기기는 일반 이어폰보다 방전이 빠르다. 이건 좀 불편한 부분이다.
3. 개인정보 보호 정책
카메라가 달린 웨어러블은 주변 사람들의 얼굴과 행동을 촬영한다.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는지, 누가 볼 수 있는지, 얼굴 인식 기능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레이밴 메타는 LED 표시등으로 촬영 중임을 알리지만, 그게 충분한지는 아직 논란이다.
4. 기존 기기와의 연동 수준
독립형 AI 기기는 대부분 실패했다. 아이폰과 연동되는 에어팟, 안드로이드와 맞는 구글 글래스처럼 이미 쓰는 스마트폰 생태계 안에서 작동하는 제품이 실용성이 높다. 독립 작동을 강조하는 기기일수록 한 번쯤 의심해보는 게 낫다.
솔직히 말하면, 한계가 많다
지금 나와 있는 AI 웨어러블은 대부분 “갖고 싶은 기기”보다 “흥미로운 실험작” 수준이다. 몇 가지 문제가 아직 안 풀렸다.
- 응답 속도: 카메라로 촬영하고 AI가 분석해서 답을 주기까지 2~5초 걸린다. 스마트폰으로 직접 물어보는 것과 차이가 크지 않다.
- 사회적 어색함: 카메라 달린 안경이나 이어폰을 착용한 사람이 옆에 있으면 불편하다는 반응이 여전히 많다. 공공장소 이용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 킬러 유스케이스 부재: “이것만큼은 AI 웨어러블이 최고다”라는 명확한 사용 사례가 없다. 번역? 스마트폰도 된다. 길 안내? 기존 이어폰으로 충분하다.
- 가격 대비 효용: 30~60만 원짜리 AI 웨어러블이 스마트폰보다 편리한 순간이 하루에 몇 번이나 될까. 지금은 솔직히 많지 않다.
결국 살 만한 건 이 2가지
현재 시점에서 AI 웨어러블을 산다면, 선택지는 사실상 두 가지로 좁혀진다.
지금 사도 되는 것: 메타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
AI 기능보다 블루투스 이어폰 + 카메라가 달린 패션 아이템으로 보는 게 맞다. 실제로 이걸 사는 사람 중 AI를 주된 용도로 쓰는 경우는 드물고, 야외 활동 때 손이 자유로운 이어폰으로 쓰거나 여행 중 간편하게 사진 찍는 용도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AI는 “이따금 신기한 기능”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기다리는 게 나은 것: 나머지 전부
구글 AI 글래스, 애플 AI 에어팟, 삼성 스마트 글래스 — 가까운 시일 안에 출시 예정이다. 반쯤 완성된 기기에 지금 돈을 쓰는 것보다, 완성도 있는 제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합리적이다. 이 카테고리는 2년 후에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