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정신건강 악화 ‘SNS 아닌 학교 탓’ 반론

심리학 연구자 피터 그레이가 신간 『Restoring Childhood』에서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의 원인으로 스마트폰·SNS 대신 학교 압박을 지목하며 조너선 하이트의 이론을 반박했다. 두 학자의 쟁점과 호주·미국 등 청소년 SNS 규제 흐름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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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 심리학 연구자 피터 그레이가 신간 『Restoring Childhood』에서 2010년대 10대 정신건강 악화의 원인으로 스마트폰·SNS가 아닌 경직된 학교 교육을 지목했습니다.
  • 그레이는 조너선 하이트의 베스트셀러 『The Anxious Generation』이 SNS와 정신건강 사이에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들을 외면했다고 비판합니다.
  • 호주가 청소년 SNS 금지를 도입했고 영국·EU·미국도 규제를 검토하거나 시행 중이라, 이 반론이 정책 흐름을 되돌릴지는 미지수입니다.

호주는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국 단위로 금지했습니다. 테크 기업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이는 유가족들이 있고, 한 사회심리학자의 책을 읽고 온라인 위기에 눈을 떴다고 말하는 권력자들도 있습니다. 이 세 장면을 잇는 이름은 조너선 하이트입니다. 2년 전 나온 그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The Anxious Generation』은 2010년 이후 두드러진 10대 정신건강 악화의 주범으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지목했고, 그 뒤로 SNS 반발 운동의 구호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반론은 가까운 곳에서 나왔습니다. 하이트의 옛 동료인 심리학 연구자 피터 그레이가 정반대 결론을 담은 책을 내놨습니다. 문제는 휴대폰이 아니라 학교라는 주장. 더버지 보도에 따르면 그레이는 이 책을 하이트를 겨냥한 의도적 반박으로 썼습니다. 그의 걱정은 두 겹입니다. SNS 금지가 진짜 해법에서 눈을 돌리게 만든다는 것, 그리고 금지 그 자체가 새로운 해악이 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레이가 지목한 원인, 커먼코어와 정부의 성과 압박

그레이가 그리는 시간표는 이렇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아이들의 자율성이 꾸준히 줄면서 10대 정신건강이 나빠졌고, 잠시 숨을 돌린 뒤 2010년대에 다시 떨어졌다는 것. 두 번째 하락의 원인으로 그는 미국 커먼코어(Common Core) 교육과정과 맞물린 경직된 수업 방식, 그리고 아이들의 성과를 끌어올리라는 정부 압박을 꼽습니다. 커먼코어를 가장 뚜렷한 원인으로 보는 이 주장이 학계에서 얼마나 지지받는지는 보도에서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단계에선 그레이 개인의 진단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정확합니다.

눈길이 가는 건 중간의 반등을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그레이는 1990~2000년대 가정용 인터넷 보급이 앞선 수십 년간 잃어버린 자유와 연결을 아이들에게 되돌려줬고, 그 결과 10대 정신건강이 반등했다고 봅니다. 하이트가 스마트폰·SNS를 악화의 주범으로 본 것과 달리, 그레이는 인터넷을 회복의 도구로 본 셈입니다. 온라인 세계를 바라보는 출발점부터 두 사람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그가 내세우는 근거는 크게 세 갈래입니다.

  • 수십 편의 메타분석: SNS·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정신건강 사이에 “의미 있는 상관관계조차 없다”는 연구들이 있는데, 하이트가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는 것이 그레이의 주장입니다.
  • 플로리다 연구: 스마트폰을 가진 11~13세 아이들이 친구와 실제로 만나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더 높았다는 결과입니다. 그레이는 여기서 “아이에게서 스마트폰을 빼앗으면 덜 행복해지고 친구도 줄어든다”는 결론을 끌어냅니다. 연구가 보여준 건 스마트폰 보유와 대면 만남의 관계이고, 빼앗았을 때 어떻게 되는지는 그레이가 한 걸음 더 나아간 해석이라는 점은 구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학생 대상 조사: 불안·스트레스·우울의 주된 원인을 물은 연구 가운데 그가 찾은 모든 경우에서 학교 압박이 1위였다고 합니다. “다른 어떤 것도 근접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상관관계가 나타난 연구에 대해서도 그레이는 화살표 방향을 거꾸로 놓습니다. 우울하거나 불안한 10대가 그 상태를 견디려고 SNS를 찾는다는 연구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SNS가 우울을 부른다기보다, 우울이 SNS로 이끈다는 해석. 인구 전체로 보면 SNS의 영향은 상쇄된다는 게 그의 입장입니다. SNS 덕분에 나아지는 아이도 있고, 반대로 나빠지는 아이도 있다는 뜻입니다.

Let Grow를 함께 세운 두 학자, 규제는 하이트 쪽으로

두 사람의 이력을 알면 이 논쟁이 달리 보입니다. 하이트와 그레이는 적어도 1980년대부터 아이들의 독립성과 자유로운 놀이가 줄어들었고, 그것이 회복탄력성을 해쳤다는 데 뜻을 같이해 왔습니다. 드물지만 크게 보도된 범죄들로 ‘낯선 사람 위험’ 서사가 퍼졌고, 그 바람에 어른 없이 아이들끼리 노는 문화가 사라졌다는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이 공감대는 2017년 ‘Let Grow’라는 단체로 이어졌습니다. 아이를 혼자 밖에 내보냈다는 이유로 방임으로 몰리지 않게 하는 식의 정책을 요구하는 곳입니다. 갈라진 지점은 인터넷이었습니다. 그 영향을 두고 의견이 크게 엇갈렸고, 그레이는 『The Anxious Generation』 출간 뒤 조직 내 갈등을 피하려고 이사회에서 물러났습니다.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두 학자가 원인 진단에서는 정반대 자리에 선 셈입니다.

쟁점 조너선 하이트 피터 그레이
2010년대 10대 정신건강 악화 원인 스마트폰·소셜미디어 확산 커먼코어와 맞물린 경직된 학교 교육, 정부의 성과 압박
1990년대~2000년대 초 호전 요인 10대 자살률 감소를 유연 휘발유 퇴출과 연결 짓는 가설 제시 가정용 인터넷 보급으로 자유와 연결 회복
1980년대 이후 자율성·자유놀이 감소 회복탄력성을 해쳤다고 봄 회복탄력성을 해쳤다고 봄
청소년 SNS 금지 호주 금지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 우회가 쉬워 효과에 의문, 그 자체로 해악 우려
상대에 대한 비판 그레이가 소수 반대파 연구자에 지나치게 의존 해롭지 않은 기술을 두고 도덕적 공황을 부추김

하이트는 이번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7월 애틀랜틱의 케이틀린 티퍼니 기자에게는 1990년대~2000년대 초 10대 자살률 감소를 유연 휘발유 퇴출 덕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납 노출이 정신건강 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같은 기사에서 그는 그레이가 소수 반대파 연구자에 기대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휘발유 가설은 인터뷰에서 나온 가능성 제기 수준입니다. 1990년대 반등에 관해선 하이트 쪽도 확정된 설명을 내놓은 상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학계 분위기가 하이트에게 마냥 우호적인 것도 아닙니다. 티퍼니가 취재한 10명이 넘는 테크·아동발달 연구자 중 상당수는 하이트가 상관관계 연구의 힘을 부풀리고 입증되지 않은 인과관계를 암시한다고 우려했습니다. 대표적인 청소년 정신건강 연구자 캔디스 오저스는 네이처 서평에서 “많은 부모가 믿을 준비가 된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이 책은 많이 팔릴 것”이라고 꼬집었고, 이 예측은 그대로 맞아떨어졌습니다. 오저스의 문장에는 책의 흥행과 주장의 타당성은 별개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문제는 정책이 학계 논쟁의 결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하이트의 이론은 정치권을 비롯한 여러 영역에서 사실상 반론 없는 지위를 누리고 있고, 규제는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 호주: 전국 단위 청소년 SNS 금지 도입
  • 영국·EU 등: 자체 금지나 플랫폼 제한 검토
  • 미국 주 정부: 캘리포니아·뉴욕 등이 특정 SNS 기능을 제한하는 법 제정
  • 미국 연방: 17세 미만 대상 알고리즘 피드를 제한하는 법안 제안

그레이에게 불리한 대목은 하나 더 있습니다. 커먼코어 주장에 설득된 사람이라도 아이를 오프라인으로 떼어놓는 건 손해 볼 것 없는 예방책이라고 여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원인 진단에 동의하는 것과 규제를 거둬들이자고 나서는 것은 별개의 문제. 반론이 설득력을 얻는 것과 정책이 방향을 트는 것 사이의 거리가 그만큼 멉니다.

한국 부모와 교사가 이 논쟁에서 짚어볼 대목

이번 논쟁의 무대는 미국 연구와 미국 교육정책입니다. 한국 상황에 곧바로 대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자녀를 둔 부모나 교육 관계자라면 눈여겨볼 지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 ‘스마트폰이 정신건강을 망친다’는 아직 합의된 결론이 아닙니다: 정치권에서 영향력이 큰 이론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처럼 다룬다는 학계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본 플로리다 연구에 대한 그레이의 해석 역시 같은 잣대로 따져볼 대상입니다.
  • 학업 압박이라는 변수: 그레이 말대로 학교 압박이 핵심이라면,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고 꾸준히 지적받아온 한국에서도 곱씹어볼 이야기입니다. 단, 그의 분석은 커먼코어라는 미국 제도를 겨냥한 것이어서 국내에도 똑같이 들어맞는지는 추측의 영역에 머뭅니다.
  • 무조건 뺏기보다 사용법 가르치기: 그레이가 모든 규제에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학교 내 휴대폰 금지나 음란물 접근 연령 인증까지 반대하진 않습니다. 그가 효과를 의심하는 건 SNS 전면 금지로, 아이들이 우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입니다. 대신 부모가 플랫폼 다루는 법을 가르치는 데 집중하라고 권합니다. 그의 입장을 ‘규제 반대’ 한마디로 묶으면 실제 주장과 어긋납니다.
  • 해외 규제의 파장: 호주·영국·EU·미국의 청소년 규제가 글로벌 플랫폼의 청소년 정책 전반을 바꿀지, 국내 이용자에게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는 원문에 없는 내용입니다. 현재로선 추측일 뿐입니다.
  • 책 번역 여부: 『Restoring Childhood』의 국내 번역 출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확인된 것과 아직 불확실한 것

확인된 것

  • 피터 그레이가 신간에서 2010년대 10대 정신건강 악화의 원인으로 커먼코어와 맞물린 경직된 학교 교육과 정부의 성과 압박을 지목했다.
  • 그레이는 1990~2000년대 가정용 인터넷 보급이 10대 정신건강 반등에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 하이트와 그레이는 2017년 Let Grow를 공동 설립했고, 그레이는 『The Anxious Generation』 출간 뒤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 하이트는 7월 애틀랜틱 기사에서 유연 휘발유 퇴출 가설을 언급하고, 그레이가 소수 반대파 연구자에 의존한다고 반박했다.
  • 호주는 청소년 SNS 금지를 도입했고, 캘리포니아·뉴욕은 특정 SNS 기능 제한 법을 제정했다.

아직 불확실한 것

  • 커먼코어가 정신건강 악화의 가장 뚜렷한 원인이라는 그레이의 주장이 학계에서 얼마나 지지받는지는 원문에서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 하이트의 유연 휘발유 가설도 인터뷰에서 나온 가능성 제기 수준이다.
  • 영국·EU 규제의 최종 형태와 미국 연방 차원의 17세 미만 알고리즘 피드 제한안 통과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 그레이의 책이 이미 형성된 규제 흐름에 실제로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다.
  • 두 이론 중 어느 쪽이 한국 청소년에게 더 들어맞는지는 원문이 다루지 않았다.

“아이들을 바보 취급 말라”, 금지보다 가르치기를 택한 그레이

그레이의 대안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아이들을 바보 취급하는 걸 멈춰야 한다”는 것. 아이들은 무엇이 자신에게 좋고 나쁜지 꽤 잘 알고 있으며, 어른은 그 판단을 익히도록 옆에서 돕기만 하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자기표현의 통로가 되는 플랫폼을 막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 믿음에서 나옵니다.

걸림돌은 타이밍입니다. 어린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점점 선택권 자체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가 이미 금지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그레이의 반론이 옳다고 해도 방향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부모가 가르칠지 막을지를 고르기도 전에 법이 먼저 답을 정해버리는 구도입니다.

그레이 본인은 “늦지 않았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그는 일부 도덕적 공황이 흐지부지 끝났다는 점을 짚는데, 1990~2000년대 비디오게임을 둘러싼 걱정이 그런 사례로 거론됩니다. 양쪽 모두 상관관계 연구의 해석을 두고 부딪히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SNS를 향한 지금의 불안이 비디오게임 때와 같은 길을 걸을지는, 결국 앞으로 쌓일 연구가 가를 문제로 보입니다.

출처: The Ve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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