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전 세계 유료 스트리밍 1위 자리는 여전히 굳건하다. 그런데 시리즈 두 번째 시즌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청자가 우르르 빠져나간다. 고질병이다. 앤솔로지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이 올해 새 시즌을 내놨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첫 시즌 대비 70%가 자취를 감췄다. 절반의 절반, 그 이하다.
몰아보기 열풍은 딱 한 시즌만 간다
넷플릭스식 흥행 공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화제성 있는 첫 시즌을 알고리즘과 입소문, 틱톡 클립으로 밀어붙여 순위표 꼭대기에 앉힌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첫 시즌을 끝까지 봤다고 해서 다음 시즌까지 같은 열정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더버지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 내부에서도 이 현상을 놓고 의견이 갈린다고 한다. 콘텐츠 자체의 질이 떨어졌다고 보는 쪽이 있는가 하면, 애초에 첫 시즌의 폭발적 흥행 자체가 재현 불가능한 ‘반짝 이벤트’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둘 다 일리 있는 얘기다.
‘성난 사람들’, 70% 증발의 기록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이 이끈 ‘성난 사람들’은 도로 위 사소한 시비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극단적 감정싸움을 그려 에미상까지 휩쓸었다. 시즌마다 이야기도, 배우진도 바뀌는 앤솔로지 구조인데도 새 시즌 공개 직후 시청 지표는 첫 시즌의 30% 수준에 머물렀다. 반토막도 아니고 거의 3분의 1 토막.
- 1기 흥행은 화제성과 수상 실적이 겹친 이례적인 케이스였다
- 앤솔로지 특성상 새 캐스트, 새 서사에 대한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 ‘다음 시즌도 봐야겠다’는 팬덤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아바타도 원피스도 못 피한 시즌2 슬럼프
‘성난 사람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실사판 ‘아바타: 아앙의 전설’과 ‘원피스’ 역시 첫 시즌 공개 당시엔 순위 상위권을 휩쓸었다. 하지만 후속 시즌으로 넘어가면서 초반 화제성만큼의 시청 유지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작 팬덤의 기대치가 워낙 높았던 탓일까. 첫 시즌에서 궁금증이 풀리고 나면 재시청 동력이 급격히 식어버리는 패턴이 반복되는 셈이다.
원작이 있는 IP든 완전 창작 오리지널이든, ‘첫 시즌 대박, 다음 시즌 급락’이라는 넷플릭스 특유의 곡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틱톡이 키운 반짝 신드롬의 그늘
여기엔 틱톡을 비롯한 숏폼 플랫폼의 영향도 크다. 명장면 클립이 수천만 조회수를 찍으며 본편 시청을 유도하는 건 맞다. 다만 이렇게 유입된 시청자는 정주행보다 하이라이트 소비에 익숙한 부류다. 클립으로 이미 스포일러성 내용을 접했으니, 다음 시즌을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볼 동기는 자연히 약해진다.
결국 숏폼이 초반 화제성은 폭발적으로 키워주지만, 장기적인 팬덤 전환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양날의 검인 셈.
국내 OTT와 K콘텐츠가 새겨야 할 교훈
이 현상, 한국 시청자와도 무관하지 않다. 넷플릭스가 매년 K콘텐츠 대작에 수천억 원을 투자하는 만큼, 후속 시즌 흥행 여부는 국내 제작사의 다음 투자 규모와 바로 연결된다. ‘오징어 게임’도 시즌2 공개 후 화제성 대비 몰입도를 유지하는 데 애를 먹은 사례로 이미 거론된 바 있다.
티빙, 웨이브 같은 국내 플랫폼 입장에서는 새길 대목이 하나 있다. 오리지널 시리즈를 기획할 때 ‘첫 시즌 임팩트’에만 몰두하지 말고 ‘시리즈 전체의 세계관과 팬덤 설계’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 숏폼 마케팅에 기댄 반짝 흥행이 아니라, 시청자가 다음 시즌을 자연스럽게 기다리게 만드는 구조적 장치, 그게 관건이다.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