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CEO 팀 쿡이 오는 9월 자리에서 물러난다. 13년. 짧지 않은 시간이다.
“작별이 아닙니다”—팀 쿡의 마지막 편지
The Verge 보도를 보면, 팀 쿡은 퇴임을 앞두고 애플 커뮤니티에 서한을 보냈다. 거기서 그는 이렇게 썼다. “이것은 작별 인사가 아닙니다. 그러나 전환의 순간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퇴임사치고는 꽤 담담하다. ‘작별이 아니다’라는 표현이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고문 역할이든, 이사회든, 어떤 형태로든 연결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처럼 들린다. 아니면 단순히 그 사람의 성격일 수도 있다—팀 쿡은 원래 요란한 스타일이 아니니까.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을 이어받은 게 2011년이다. 잡스 사후 ‘애플이 버텨낼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이 팽배했을 때, 팀 쿡은 조용히 숫자로 증명했다. 그리고 13년이 흘렀다.
시가총액 3500억 달러 → 3조 달러, 이게 13년의 성적표
2011년 약 3500억 달러였던 애플 시가총액이 3조 달러를 넘어섰다. 약 8.5배다. 세계 최초로 3조 달러 기업 가치를 달성한 회사가 됐다. 이 숫자 하나가 팀 쿡 시대를 설명한다.
재임 기간 동안 애플이 달라진 점을 정리하면 네 가지다.
- 시가총액 3조 달러 달성: 세계 최초의 기록.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숫자로 증명했다.
- 서비스·웨어러블 사업 확장: Apple Music, iCloud, App Store 등 서비스 부문과 Apple Watch, AirPods 웨어러블을 키웠다. 아이폰 하나에 쏠렸던 매출 구조가 바뀌었다. 아이폰 판매가 주춤해도 회사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구조가 된 배경이다.
- 공급망 효율화: 팀 쿡은 원래 공급망 전문가다. COO 시절부터 그의 강점은 제품 디자인보다 생산 효율화였다. 그 감각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의 마진을 지켜냈다.
- ESG 경영·프라이버시 브랜딩: 환경 보호와 사용자 데이터 보호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잡스라면 하지 않았을 방향이다.
겸손하고 차분한 스타일로 13년을 버텼다. 잡스와는 달랐지만, 그 방식으로 애플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후임 유력 후보, 존 터너스는 누구인가
공식 발표는 없다. 그러나 내부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이름은 존 터너스(John Ternus)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맥·아이패드·아이폰 개발을 직접 총괄해온 인물이다. 제품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 내부에서 그를 보는 시각은 대략 이렇다. “잡스의 카리스마는 없지만, 팀 쿡만큼 침착하고 제품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물.”
솔직히 말하면, 팀 쿡 이후가 쉽지 않다. 다음 CEO는 세 개의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인공지능(AI) 경쟁 심화, 각국 규제 압박, 중국 시장 불확실성. 거기에 비전 프로(Vision Pro)라는 신성장 동력도 아직 ‘대중화’와는 거리가 있다. 이걸 어떻게 이어받아 끌고 가느냐가 다음 챕터의 핵심 질문이다.
국내 시장에 미칠 파장—삼성은 기회로 볼까, 위협으로 볼까
애플 수장이 바뀐다는 게 국내 시장과 무관한 얘기는 아니다. 아이폰·아이패드·맥에 대한 국내 소비자 충성도는 여전히 높다. 차기 CEO의 전략에 따라 제품 출시 주기, 가격 정책, 서비스 구조가 달라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직접 체감하게 될 변화다.
삼성 입장에서는 이중적이다. 새 리더십이 혁신 속도를 높이면 경쟁 압박이 더 거세진다. 반면 내부 혼란이 길어지면 점유율을 가져올 틈이 생긴다. AI·XR 기술 경쟁이 가장 뜨거운 시점에 애플 수장이 교체된다는 점이 변수다. 국내 IT 생태계 전반에도 결코 작지 않은 파장을 남길 사건이다.
팀 쿡의 퇴장은 조용했다. 그의 편지처럼.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