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첫날 3800만 달러. 원화로 약 520억 원이다.
케인 파슨스 감독의 ‘백룸스(Backrooms)’가 주말 오프닝에서 최대 9000만 달러(약 1230억 원)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 숫자가 눈길을 끄는 건 비교 대상 때문이다. A24 역대 오프닝 최고 기록은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시빌 워’로 2550만 달러였는데, 백룸스가 그걸 한 방에 뒤집었다. ‘만달로리안’ 개봉 첫날보다도 높다. 이 정도면 단순한 흥행이 아니라 사건이다.
케인 파슨스는 유튜버 출신이다. 유명 IP 기반도, 스타 배우 캐스팅도 없었다. 인터넷 크리피파스타 세계관을 유튜브에서 차근히 쌓아 올렸고, 그게 결국 극장까지 왔다.
인터넷 괴담, 대형 스크린으로
백룸스는 ‘크리피파스타(creepypasta)’에서 출발한 세계관이다. 현실 뒤편에 숨겨진 무한한 공간, 끝없는 복도와 윙윙거리는 형광등, 거기서 벌어지는 기괴한 일들. 불안하고 섬뜩한 분위기로 온라인 팬들을 끌어모은 소재다. 케인 파슨스는 이걸 유튜브 단편 시리즈로 풀어내며 팬덤을 키웠고, 할리우드가 그 잠재력을 포착했다.
결국 팬덤이 극장 티켓을 산 것이다. 유튜브로 세계관을 미리 경험한 관객들이 스크린 앞으로 이어진 흐름. 바이럴 콘텐츠가 장편 서사로 확장된 사례 중에서도 규모가 다르다. 솔직히 이쯤 되면 유튜브 팬덤의 구매력을 다시 봐야 한다.
할리우드 공식이 조금씩 흔들린다
기존 블록버스터 공식은 단순했다. 검증된 IP에 스타 캐스팅, 대형 마케팅 예산. 백룸스는 그 셋 다 없었다. 그럼에도 성적은 이쪽이 더 높다.
- 강력한 팬덤 기반: 유튜브에서 쌓은 충성 커뮤니티가 개봉 첫 주말을 떠받쳤다.
- 독창적인 세계관: 크리피파스타라는 소재 자체가 기존 호러와 결이 다르다. 장르 피로도가 낮다는 얘기다.
- 저예산 고효율: 기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대비 낮은 제작비로 이 성적이면, 수익률 계산이 완전히 달라진다.
The Verge가 전한 바에 따르면, 이 사례는 콘텐츠 발굴 방식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유명 프랜차이즈에만 기대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이미 검증된 오리지널 세계관을 찾아내는 편이 훨씬 영리한 선택일 수 있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넘기기엔, 수치가 너무 확실하다.
국내 크리에이터들이 주목해야 할 이유
국내 웹툰·웹소설 IP 원작 영화는 이미 여럿이다. 그런데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의 오리지널 세계관이 극장까지 이어진 사례는 아직 드물다. 백룸스가 그 경로를 먼저 보여준 셈이다.
틱톡 숏폼, 유튜브 쇼츠에서 강한 콘텐츠를 만드는 국내 크리에이터들은 많다. 문제는 그게 장편 서사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직 약하다는 것. 케인 파슨스가 유튜브 단편으로 세계관을 먼저 구축하고, 팬덤을 확인한 뒤 극장으로 넘어간 과정은 하나의 검증된 루트가 됐다. 이 순서가 핵심이다.
국내 제작사들도 이제 웹툰·웹소설 밖에서 세계관을 발굴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설 여지가 생겼다. 이미 세계관이 있고, 팬덤이 있고, 온라인 검증까지 마친 크리에이터들이 국내에도 분명 있다. K-콘텐츠가 글로벌로 향하는 경로, 그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다.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