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엔터테인먼트

  • 보스 스튜디오 출범, 레드불처럼 될 수 있을까

    보스 스튜디오 출범, 레드불처럼 될 수 있을까

    헤드폰 팔던 회사가 음반사를 차렸다. 보스(Bose)가 자체 레코드 레이블 ‘보스 스튜디오(Bose Studios)’를 공식 출범시켰다. The Verge가 전한 바에 따르면, 단순 음향 기기 제조사를 넘어 아티스트를 직접 발굴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선언이다. 업계 반응은 딱 반반.

    기업 레코드 레이블의 무덤들

    역사적 선례부터 보자. 스타벅스는 ‘히어 뮤직(Hear Music)’ 레이블을 만들어 폴 매카트니, 알리샤 키스 등 빅네임과 계약까지 맺었지만 2008년 조용히 문을 닫았다. 패션 브랜드, 스포츠 용품사, 음료 기업까지 "우리도 음악을 안다"며 뛰어들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례가 수두룩하다. 패턴이 반복된다.

    실패 이유는 단순하다. 음악은 제품이 아니다. 취향이다. 브랜드 이미지와 음악 정체성이 충돌하는 순간 아티스트도, 팬도 뒤돌아선다. 마케팅 예산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진정성 없는 레이블은 버텨내지 못했다—이건 업계가 이미 수십 번 확인한 공식이다.

    레드불이 예외가 된 이유

    그래도 성공 사례가 하나 있다. 레드불 레코즈(Red Bull Records)다. 에너지 드링크 회사가 음반사를 차린다고 했을 때 누가 진지하게 봤겠나. 근데 결과가 달랐다.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와 음악 사이의 교집합—젊음, 익스트림, 에너지—을 정확히 파고들어, 베어투스(Beartooth), 더 나이트 게임(The Night Game) 등을 상업적으로 성공시키면서 업계에서 진지하게 대우받는 레이블이 됐다.

    비결은 마케팅 부서가 아닌, 실제 A&R과 유통 역량을 갖춘 독립 조직으로 키운 것이었다. 음악과 브랜드가 같은 방향을 향할 때 시너지는 실제로 작동한다. 보스가 내세우는 롤모델이 바로 이 레드불이다.

    보스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근거

    보스의 논리는 나름 탄탄하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팔고, 홈 오디오 시스템을 만들고, 스튜디오 레퍼런스 장비를 납품해온 회사다. 음악을 듣는 환경을 수십 년간 설계해온 기업이 음악을 만드는 쪽으로 확장하는 건, 적어도 스타벅스보다는 논리적 연결고리가 있다.

    보스 스튜디오가 노리는 전략은 세 가지다.

    • 자체 아티스트 발굴 및 음반 직접 제작
    • 보스 장비를 활용한 독점 하이파이 오디오 콘텐츠 제공
    • 브랜드 인지도와 음악 콘텐츠의 마케팅 시너지 극대화

    결정적으로 보스는 이미 수백만 명의 청취자를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기존 팬베이스와 콘텐츠를 연결하는 플라이휠 구조가 작동하면 레드불과는 다른 방식의 성공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회의론의 근거도 만만치 않다

    The Verge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제목에 아예 "for some reason(도대체 왜)"이라는 표현을 박아넣었다. 그 정도로 회의적이다. 음악 산업 전문가들이 꼽는 리스크도 구체적이다.

    • 브랜드 이미지 충돌: 보스의 핵심 고객층은 프리미엄 오디오를 찾는 30~50대다. 신인 아티스트 발굴·육성 사업과의 접점이 좁다.
    • 스트리밍 수익 구조 악화: 스포티파이·애플뮤직 시대에 레코드 레이블의 매출 방정식 자체가 예전만 못하다. 한 곡을 100만 회 스트리밍해도 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몫은 수천 달러 수준이다.
    • 핵심 역량 구축 난이도: A&R, 프로모션, 라이선싱, 유통 등 음악 산업 고유의 인프라를 단기간에 쌓기란 쉽지 않다.
    • 메이저와의 경쟁: 유니버설, 소니, 워너 등 ‘빅3’가 장악한 시장에서 신규 레이블이 파고들 공간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보스가 레드불처럼 되려면 음악 자체에 오래 투자할 의지와 인내가 필요하다. 비공개 기업이라는 점은 오히려 유리하다. 분기 실적 압박 없이 장기 베팅이 가능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음 수순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어떤 아티스트와 계약하고 어떤 장르에 집중하느냐다. 레드불이 록·인디 쪽을 공략했다면, 보스는 오디오 충실도가 높은 재즈, 어쿠스틱, 하이파이 클래시컬 쪽에서 틈새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방향이라면 솔직히 말이 된다.

    두 번째는 콘텐츠와 하드웨어의 연계 방식이다. 보스 헤드폰·스피커 구매자에게 독점 음원이나 아티스트 세션을 제공하는 번들 전략을 취하면, 기존 애플 뮤직-애플 기기 연계와 유사한 구도가 형성된다. 애플이 이 방식으로 만든 생태계의 위력은 이미 검증됐다.

    국내 오디오·엔터 업계가 봐야 할 이유

    한국과 무관해 보이지만 시사점이 없지 않다. 삼성·LG·현대차 같은 대기업들이 K-팝 산업에 스폰서·파트너 형태로 깊이 개입해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삼성은 BTS 협업 에디션 폰을 내놨고, 현대차는 아이브·엑소와 잇달아 손을 잡았다. 자체 레이블 운영을 검토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가전·테크 기업이 콘텐츠 회사로 피벗하는 새로운 레퍼런스가 된다. 실패하면 본업 외 확장의 한계를 다시 확인하는 사례로 남는다. 어느 쪽이든 국내 대기업 전략 담당자들이 주시할 만한 실험이다.

    국내 보스 유저 입장에서도 챙겨볼 포인트가 있다. 보스가 콘텐츠 사업에 자원을 분산시키면, 기존 음향 제품 R&D 예산에 변화가 생길 여지가 있다. 프리미엄 오디오 시장에서 소니·젠하이저와 경쟁하는 보스가 ‘딴짓’에 얼마나 집중하느냐는 다음 제품 세대의 완성도와 직결될 수 있다.

    출처: The Verge

  • 백룸스, 첫날 3800만 달러…유튜브발 블록버스터의 탄생?

    백룸스, 첫날 3800만 달러…유튜브발 블록버스터의 탄생?

    개봉 첫날 3800만 달러. 원화로 약 520억 원이다.

    케인 파슨스 감독의 ‘백룸스(Backrooms)’가 주말 오프닝에서 최대 9000만 달러(약 1230억 원)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 숫자가 눈길을 끄는 건 비교 대상 때문이다. A24 역대 오프닝 최고 기록은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시빌 워’로 2550만 달러였는데, 백룸스가 그걸 한 방에 뒤집었다. ‘만달로리안’ 개봉 첫날보다도 높다. 이 정도면 단순한 흥행이 아니라 사건이다.

    케인 파슨스는 유튜버 출신이다. 유명 IP 기반도, 스타 배우 캐스팅도 없었다. 인터넷 크리피파스타 세계관을 유튜브에서 차근히 쌓아 올렸고, 그게 결국 극장까지 왔다.

    인터넷 괴담, 대형 스크린으로

    백룸스는 ‘크리피파스타(creepypasta)’에서 출발한 세계관이다. 현실 뒤편에 숨겨진 무한한 공간, 끝없는 복도와 윙윙거리는 형광등, 거기서 벌어지는 기괴한 일들. 불안하고 섬뜩한 분위기로 온라인 팬들을 끌어모은 소재다. 케인 파슨스는 이걸 유튜브 단편 시리즈로 풀어내며 팬덤을 키웠고, 할리우드가 그 잠재력을 포착했다.

    결국 팬덤이 극장 티켓을 산 것이다. 유튜브로 세계관을 미리 경험한 관객들이 스크린 앞으로 이어진 흐름. 바이럴 콘텐츠가 장편 서사로 확장된 사례 중에서도 규모가 다르다. 솔직히 이쯤 되면 유튜브 팬덤의 구매력을 다시 봐야 한다.

    할리우드 공식이 조금씩 흔들린다

    기존 블록버스터 공식은 단순했다. 검증된 IP에 스타 캐스팅, 대형 마케팅 예산. 백룸스는 그 셋 다 없었다. 그럼에도 성적은 이쪽이 더 높다.

    • 강력한 팬덤 기반: 유튜브에서 쌓은 충성 커뮤니티가 개봉 첫 주말을 떠받쳤다.
    • 독창적인 세계관: 크리피파스타라는 소재 자체가 기존 호러와 결이 다르다. 장르 피로도가 낮다는 얘기다.
    • 저예산 고효율: 기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대비 낮은 제작비로 이 성적이면, 수익률 계산이 완전히 달라진다.

    The Verge가 전한 바에 따르면, 이 사례는 콘텐츠 발굴 방식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유명 프랜차이즈에만 기대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이미 검증된 오리지널 세계관을 찾아내는 편이 훨씬 영리한 선택일 수 있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넘기기엔, 수치가 너무 확실하다.

    국내 크리에이터들이 주목해야 할 이유

    국내 웹툰·웹소설 IP 원작 영화는 이미 여럿이다. 그런데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의 오리지널 세계관이 극장까지 이어진 사례는 아직 드물다. 백룸스가 그 경로를 먼저 보여준 셈이다.

    틱톡 숏폼, 유튜브 쇼츠에서 강한 콘텐츠를 만드는 국내 크리에이터들은 많다. 문제는 그게 장편 서사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직 약하다는 것. 케인 파슨스가 유튜브 단편으로 세계관을 먼저 구축하고, 팬덤을 확인한 뒤 극장으로 넘어간 과정은 하나의 검증된 루트가 됐다. 이 순서가 핵심이다.

    국내 제작사들도 이제 웹툰·웹소설 밖에서 세계관을 발굴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설 여지가 생겼다. 이미 세계관이 있고, 팬덤이 있고, 온라인 검증까지 마친 크리에이터들이 국내에도 분명 있다. K-콘텐츠가 글로벌로 향하는 경로, 그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다.

    출처: The Ver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