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버지가 극찬했다. “몇 년 만에 본 가장 창의적인 롤플레잉 게임”이라고. 근데 리뷰 제목을 보면 살짝 당황스럽다. ‘unfinished(미완성)’가 버젓이 들어가 있다. Moves of the Diamond Hand — 주사위를 굴리고, 이상한 대화를 나누며, 재즈 누아르 세계를 헤매는 인디 RPG다. 미완성 딱지를 달고도 이런 평가를 받았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파고들었다.
주사위 하나가 이야기를 바꾼다
규칙은 단순하다. 대화를 선택하고, 주사위를 굴린다. 숫자에 따라 이야기 방향이 달라진다. 복잡한 전투 시스템? 없다. 화려한 스킬 트리? 그것도 없다.
더버지 보도에 의하면, 게임은 시작부터 플레이어에게 직접 고지한다. “이상한 대화를 많이 하게 될 것이고, 주사위도 많이 굴리게 될 것”이라고. 이 전제를 받아들이는 순간 게임이 달리 보인다. 자기가 뭔지 처음부터 숨기지 않는 게임 — 리뷰어가 이걸 장점으로 꼽은 게 신선하다.
- 같은 선택을 해도 주사위 결과에 따라 전혀 다른 전개
- 확률이 만들어내는 예상 밖의 서사
- 혼자서도 TRPG(테이블탑 RPG)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구조
재즈 누아르, 장르 자체가 낯설다
배경은 재즈 누아르(Jazz Noir). 1930~40년대 미국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음침한 도시와, 재즈 음악 특유의 즉흥성이 결합된 분위기다.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는 수상한 인물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연들로 가득한 세계다.
이 배경과 주사위 시스템의 궁합이 절묘하다. 재즈가 즉흥 연주의 예술인 것처럼, 주사위 하나가 이야기를 뒤집는 방식은 재즈 솔로이스트가 예상 밖 방향으로 멜로디를 끌고 가는 것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단순히 분위기만 빌려온 게 아니라, 장르의 본질이 게임 플레이 방식 자체에 녹아 있다. 세계관이 메커니즘을 정당화하는 경우가 얼마나 드문지 생각하면, 이건 꽤 대단한 설계다.
‘이상함’이 이 게임의 경쟁력
더버지 리뷰어가 “거부할 수 없이 이상하다(irresistibly weird)”고 쓴 건 비판이 아니다. 이 게임의 핵심 정체성이다. 이상함을 불편함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탐험의 동력으로 삼는 설계 — 이게 이 게임의 전략이다.
2019년 디스코 엘리시움(Disco Elysium)이 텍스트 기반 RPG의 가능성을 폭발적으로 보여준 이후, 이런 류의 창의적인 인디 RPG를 찾는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었다. Moves of the Diamond Hand는 그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더버지가 “몇 년 만에 본” 수준이라고 한 건, 그사이 이 정도 작품이 거의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전투보다 대화와 관계가 중심인 구성
- ‘이상함’ 자체를 세계관의 전제로 설계
- 플레이어의 선택보다 주사위 결과가 이야기를 이끄는 역설적 구조
- 장르 자체가 낯선 ‘재즈 누아르 RPG’라는 독자적 포지셔닝
미완성인데도 극찬받은 진짜 이유
솔직히 말하자. 이 게임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더버지 리뷰 제목에 “unfinished(미완성)”가 들어가 있고, 일부 콘텐츠가 빠져 있거나 아직 개발 중인 구간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극찬이 나왔다.
인디 게임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경우가 없지는 않다. 하데스(Hades)와 발더스 게이트 3(Baldur’s Gate 3)도 얼리 액세스 단계에서 이미 핵심 팬층을 확보했다. 완성도보다 방향성에 대한 신뢰가 먼저였다. 지금 완성된 분량만으로 리뷰어를 설득했다는 건, 게임의 뼈대가 그만큼 단단하다는 의미다. 이 부분이 핵심이다.
- 개발사의 로드맵이 공개되어 있는지 스팀 페이지에서 확인
- 현재 플레이 가능한 분량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주는지 리뷰 수 체크
- 얼리 액세스 특성상 향후 업데이트 이력이 있는 개발사인지 확인 권장
한국 인디 RPG 팬이라면 한 번 더 들여다볼 이유
국내에서 TRPG와 텍스트 기반 인디 RPG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유튜브·트위치에서 TRPG 플레이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스팀 한국 이용자 중 RPG 장르 비율은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디스코 엘리시움은 한국 스팀 상점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를 유지하며 이 장르의 국내 수요를 확실히 증명했다.
관건은 한국어 지원 여부다. 대화와 텍스트가 게임의 거의 전부인 만큼, 현지화 없이는 국내 주류 시장 진입이 사실상 어렵다. 현재 공식 한국어 패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디스코 엘리시움이 팬 번역을 거쳐 공식 현지화로 이어진 선례가 있는 만큼,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르를 좋아하는 국내 번역 커뮤니티가 먼저 움직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 스팀 페이지에서 한국어 지원 여부 우선 확인
- 디스코 엘리시움 팬이라면 장르 취향이 거의 정확히 겹침
- TRPG 커뮤니티(보드엠, 에픽하이 등) 내 입소문 확산 가능성 높음
- 얼리 액세스 가격대라면 진입 장벽도 낮을 것으로 예상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