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처음부터 끝까지 찍은 장편영화, 이게 세계 최초다. 크리스토퍼 놀란 신작 ‘오디세이’ 얘기다. 더버지 기자가 지난주 시사회를 다녀와 남긴 후기를 보면 반응이 재밌다. 전체적으로는 압도됐다면서도, 판타지 색이 짙은 몇몇 장면에서는 뭔가 미묘하게 삐끗한 느낌을 받았다고 썼다. 화면은 아름답고 연기도 훌륭한데, 눈에 들어오는 방식이 이상했다는 거다.
70mm 필름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게 왜 다른 거냐면
놀란은 2008년 ‘다크 나이트’ 액션 신 일부에 아이맥스 카메라를 처음 들이민 뒤로, 작품마다 아이맥스 비중을 야금야금 늘려왔다. ‘오디세이’는 그 끝판왕이다. 전체 분량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만 찍은 첫 사례니까. 문제는 이 카메라가 무겁고 시끄럽다는 것. 촬영 중 소음 때문에 현장 음향 녹음이 까다로워서, 놀란은 아이맥스 측에 더 조용한 카메라를 따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디지털로 찍고 후반에 업스케일하는 여느 블록버스터와는 결이 다르다. 필름 자체가 이미 초고해상도 원본이니까. 스크린에 뿌려지는 정보량부터 차이가 나고, 몰입감도 급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클롭스 동굴, 딱 거기서 걸렸다
더버지 후기에서 언급된 ‘삐끗한’ 장면은 폴리페모스, 그러니까 키클롭스가 나오는 대목으로 보인다. 놀란 본인은 이 캐릭터를 두고 “배트모빌 문제”라고 불렀다. 만화처럼 보이면 안 되는데 관객은 진짜라고 믿어야 하는, 실사와 CG 사이 그 애매한 줄타기 얘기다.
- 괴물을 풀샷으로 오래 보여주지 않고 인간 시점에서 부분적으로만 노출
- 음향과 의식적(ritual) 연출로 공포감 대신 전달
- CG 스펙터클보다 사건이 지나간 자리, 그 여파를 보여주는 쪽 선택
기법 자체는 영리하다. 다만 아이맥스 특유의 압도적 해상도 안에서는 CG 텍스처가 실사와 미묘하게 다른 질감으로 튀는 순간이 있었던 모양이다. 화질이 좋아질수록 CG의 약점이 더 도드라지는, 좀 아이러니한 상황.
트로이 성벽 앞, 스크린 크기가 곧 연출력이다
수천 명 병사가 트로이 성벽으로 몰려드는 장면, 상당 부분을 실제 아이맥스 카메라로 담았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를 맡았고,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로버트 패틴슨, 젠데이아, 샬리즈 세런까지 이름값 높은 배우들이 채웠다. 스크린이 커질수록 연출의 디테일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 아이맥스인데, 이 영화는 그 특징을 정면으로 밀어붙인 작품이라는 평이 많다.
8월 3일, 놀란이 난생처음 한국 땅을 밟는다
국내 개봉일은 원래 7월 15일이었다. 그런데 3주가 밀려 8월 5일로 확정됐다. 예매는 이미 7월 9일 오전 10시부터 각 극장 앱에서 열렸다. 눈에 띄는 건 따로 있다. 놀란 감독이 개봉 이틀 전인 8월 3일, 생애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는 점이다. 할리우드 거장의 첫 내한과 개봉이 겹치면서 그 주 예매 경쟁은 한층 달아오를 걸로 보인다.
국내 아이맥스 좌석, 벌써 눈치싸움 시작됐다
문제는 ‘진짜’ 아이맥스 필름 상영관이 국내엔 사실상 없다는 것. 놀란이 의도한 원본 화면비와 질감을 온전히 느끼려면 70mm 필름 프로젝터를 갖춘 극장이 필요한데, 국내 아이맥스관은 거의 다 디지털 레이저 방식이다. CGV 용산아이파크몰처럼 대형 스크린을 갖춘 곳이라 해도 필름 원본과는 미묘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이건 좀 아쉬운 대목.
그래도 국내 관객의 아이맥스 선호는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CGV와 롯데시네마 모두 프리미엄관 좌석이 예매 오픈 직후 빠르게 차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고, 이번에도 개봉 초기엔 아이맥스와 대형 스크린 좌석부터 마감될 가능성이 크다. 감독 급에서 필름 포맷 자체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운 사례는 흔치 않다. 국내 멀티플렉스 입장에서는 프리미엄관 매출을 끌어올릴 기회이면서, 동시에 “이게 진짜 아이맥스냐”는 관객 불만도 함께 감수해야 하는 시험대인 셈이다. 티켓 가격은 일반관보다 훨씬 비싼데, 이 미묘한 화질 차이를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결국 흥행 규모를 가를 변수다.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