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로 산 아이폰, 결제일 하루 늦었다고 화면이 잠긴다면 어떨까. 상상이 아니다. 9to5Mac이 iOS 27 베타 코드를 뜯어본 결과, 애플이 결제 연체를 감지하면 기기를 ‘제한 모드(Restricted Mode)’로 바꿔버리는 로직을 심어둔 정황이 나왔다.
코드 안에 뭐가 있었나
9to5Mac이 전한 내용을 보면, iOS 27 베타 내부에는 특정 조건이 맞으면 아이폰을 제한 모드로 전환하는 코드가 들어 있다. 이 모드에 걸리면 평소처럼 쓰기가 힘들어지고, 밀린 결제가 해결돼야 원래대로 돌아오는 구조로 보인다.
물론 아직 베타 코드일 뿐이다. 정식 버전에 그대로 실릴지는 모른다. 다만 애플이 결제 상태랑 기기 잠금을 아예 붙여버리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꽤 확실해 보인다.
‘Apple Upgrade’ 타이밍이 묘하게 겹친다
이 발견, 블룸버그가 이번 주 내놓은 보도랑 겹쳐서 눈길이 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신규 기기를 리스처럼 빌려주는 ‘Apple Upgrade’라는 금융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 매달 일정 금액 내고 아이폰 쓰는 구독형 리스 모델
- 결제가 밀리면 기기 이용에 제약이 걸릴 가능성
- 기존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무이자 24개월 할부)의 후속판, 혹은 확장판으로 추정
결국 제한 모드는 이 새 리스 프로그램을 돌아가게 하는 기술적 장치로 보는 게 맞다. 리스 사업이 굴러가려면 연체됐을 때 회수하거나 쓰지 못하게 막을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소프트웨어가 떠맡는 셈이다.
사실 완전히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통신사 할부로 휴대폰 사본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방식이다. AT&T나 T-Mobile 같은 미국 통신사는 연체 시 기기를 원격으로 잠그는 MDM 기반 잠금을 오래전부터 써왔다. 삼성 같은 안드로이드 제조사도 비슷한 파이낸싱 잠금 기술을 넣어왔고.
다른 점이라면 이번엔 통신사가 아니라 애플이, 그것도 OS 단에서 직접 이 기능을 쥐고 있다는 것.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결제까지 한 회사가 다 쥐고 있는 애플 생태계라, 파급력이 좀 다르게 다가온다.
걱정되는 지점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오작동이다. 결제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켜 멀쩡히 돈 낸 사람 기기가 잠겨버리면? 분실·도난 방지용 ‘분실 모드’랑 연체용 ‘제한 모드’의 경계가 흐릿해질 거란 지적도 나온다.
중고 거래 시장도 걸린다. 리스나 할부가 남은 기기를 중고로 넘길 때 제한 모드 이력이 남는다면, 사는 사람 입장에선 확인해야 할 게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이건 좀 번거로울 듯.
국내 사용자와는 무슨 상관일까
‘Apple Upgrade’는 지금 보기엔 미국 중심으로 짜인 프로그램이라, 국내 소비자가 당장 쓸 일은 없을 것 같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단말기 할부는 연체되면 통신 서비스를 끊는 방식이라, 기기 자체를 잠그는 애플 방식이랑은 결이 다르다.
근데 이 기능이 iOS 코드 전역에 박혀 들어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해외 리스로 개통한 뒤 국내로 들여오는 병행수입·구매대행 아이폰이 늘고 있는 만큼, 제한 모드가 지역과 상관없이 작동한다면 국내 중고 구매자가 결제 이력도 모른 채 샀다가 낭패 볼 여지가 있다. 애플이 기기 통제권을 어디까지 넓힐지, iOS 27 정식 버전 나올 때 다시 들여다볼 만하다.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