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 역사가 프레케, “돈은 결국 자전거에 쓴다”

신스 역사책까지 낸 올리 프레케, 신작 '비트 젬스' 인터뷰에서 밝힌 진짜 사치품은 자전거였다. 드럼머신 화보집 비하인드와 국내 신스 신에 주는 힌트까지 담았다.

신디사이저 발전사를 책으로 엮어낸 음악 저널리스트가 있다. 신스나 이펙터 페달이 아니라, 정작 지갑을 여는 곳은 자전거란다.

12음계를 수학으로 풀어낸 이력

영국 뮤지션 겸 저널리스트 올리 프레케(Oli Freke)는 Sound on Sound, The Quietus, Mixmag 같은 매체에 오래 글을 실어온 필자다. 서양 12음계로 만들 수 있는 멜로디 조합 수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분석한 칼럼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고, 이펙터 플러그인을 하나하나 파고드는 리뷰로도 지면을 꾸준히 채웠다.

2022년엔 1963년부터 1995년까지 신디사이저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정리한 단행본까지 냈다. 무그의 초기 아날로그 신스에서 디지털 신스가 자리 잡기까지, 그 흐름을 다룬 책이다. 신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참고서 취급을 받는 물건.

신간은 드럼머신, 제목은 ‘비트 젬스’

더버지 인터뷰에서 프레케는 신작 ‘Beat Gems’를 꺼내 들었다. 이번엔 신디사이저가 아니라 드럼머신이 주인공인 화보집이다. 펴낸 곳은 Bjooks. 모듈러 신스 팬이라면 ‘Patch & Tweak’ 시리즈로 이름을 들어봤을 출판사다.

  • 신스 화보집 전문 출판사가 드럼머신으로 영역을 넓힌 사례
  • 빈티지 리듬머신의 회로, 디자인, 사운드를 함께 조명하는 구성
  • 수집가와 실사용자 둘 다를 겨냥한 편집 방향

드럼머신은 로랜드 TR-808, TR-909 복각 열풍을 타고 최근 몇 년 다시 조명받는 카테고리다. 그 한복판에 신스 역사가가 직접 뛰어들어 기록을 남긴 셈이다.

장비 마니아가 자전거에 지갑을 여는 이유

인터뷰 말미, 취미와 소비 습관을 묻는 질문에 프레케는 예상 밖의 답을 내놨다. 신스도, 오디오 장비도 아니고 좋은 자전거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밝힌 것.

전자음악과 디지털 장비를 평생 다뤄온 사람이 결국 몸으로 타는 아날로그 기계에 진심이라니, 이 대목이 재밌다.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는 직업일수록 손에 잡히는 물건, 페달 밟는 감각에 끌리는 경향. 신스 커뮤니티에서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장비병은 신스에만 있는 게 아니다

모듈러 신스나 빈티지 오디오 장비를 모으는 사람들 소비 패턴은 국내 커뮤니티에서도 자주 나오는 소재다. 한쪽에서는 유로랙 모듈에 수백만 원을 쓰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전거 부품 하나에 그만큼을 쓴다.

결국 취미에 진심인 사람들의 소비는 카테고리만 다를 뿐 구조는 비슷하다. 프레임 소재, 구동계 등급을 따지는 자전거 마니아와 필터, VCO 칩셋을 따지는 신스 마니아. 지갑을 여는 방식이 묘하게 닮았다.

이런 인터뷰가 자꾸 돌아다니는 이유

더버지는 특정 분야 전문가에게 일 얘기 대신 개인적인 소비 습관과 취향을 묻는 인터뷰를 꾸준히 해왔다. 개발자, 디자이너, 음악가… 인터뷰이의 직군은 매번 바뀌지만 질문의 결은 비슷하다. ‘무엇에 돈을 아끼지 않느냐’는 질문 하나로 그 사람의 일과 삶의 경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셈이다.

IT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이 꾸준히 공유되는 이유도 비슷할 거다. 기계식 키보드 유저가 스위치 하나에 몇만 원을 태우고, 카메라 유저가 단렌즈 하나에 월급을 쏟아붓는 것. 프레케가 자전거에 지갑을 여는 것과 결이 같다. 장비에 진심인 사람일수록 소비 우선순위가 명확하다.

국내 신스·빈티지 악기 신에 던지는 힌트

국내에서도 모듈러 신스와 레트로 드럼머신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가 꾸준히 늘고 있다. Bjooks 화보집류는 정식 수입 없이 해외 직구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아서, ‘비트 젬스’ 역시 국내 신스 팬들 사이에서 직구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드럼머신 복각 제품이 국내 악기상가와 온라인몰에서 꾸준히 팔리는 걸 보면, 하드웨어 리듬머신에 대한 국내 수요는 이미 있는 셈이다. 여기에 역사와 맥락을 짚어주는 화보집이 더해지면 — 장비만 사는 게 아니라 배경까지 소비하는 팬층이 두꺼워질 거다.

출처: The Ve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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