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트리 G1 가격표를 보면 숫자 하나가 눈에 확 들어온다. 1만 6000달러. 비슷한 체급의 미국이나 일본 휴머노이드 로봇과 비교하면 많게는 10분의 1 수준이다. 이 가격 차이 하나 때문에 로봇 산업이 반도체나 전기차처럼 무역 갈등 한복판에 들어섰다. 스펙표만 봐서는 답이 안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테슬라 옵티머스, 유니트리, 피규어AI, 보스턴다이내믹스. 이름은 다 들어봤는데 실제로 뭐가 다른지, 하나씩 뜯어봤다.
로봇에도 무역장벽이 생기는 이유
휴머노이드 로봇은 겉모습이 아니라 부품 원가 싸움이다. 관절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 힘을 정밀하게 전달하는 하모닉 감속기, 그리고 배터리 셀. 이 세 가지가 로봇 원가의 절반을 넘게 차지한다. 문제는 이 부품 공급망 상당 부분이 중국에 몰려 있다는 것. 감속기 시장은 오랫동안 일본 하모닉드라이브 독무대였는데, 최근 몇 년 새 중국 업체들이 가격을 3분의 1까지 낮추면서 판을 흔들었다. 배터리도 마찬가지, 중국 업체 없이는 원가 싸움 자체가 안 되는 구조다.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에서 벌어졌던 일이 로봇에서도 똑같이 재현되는 셈. 미국 정부 쪽에서 로봇 부품·완제품 수입 제한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테슬라 옵티머스, 말은 화려한데 양산은 아직
옵티머스 2세대(Gen 2)는 손가락에 촉각 센서를 달았고 22자유도 손을 갖췄다. 걷는 속도도 초당 1.3미터까지 끌어올렸다. 근데 프리몬트나 기가텍사스 공장 밖으로 나가 실제로 돈을 버는 옵티머스는 아직 없다. 일론 머스크는 매년 대량 생산 시점을 얘기하지만 실제 인도 대수는 수백 대 단위에 머물러 있다. 손동작 제어나 자율 작업 능력은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은데, 가격과 생산 속도는 아직 증명이 필요한 단계. 솔직히 여기서 갈린다.
유니트리 G1과 H1, 가성비로 치고 나온 다크호스
유니트리는 원래 4족 보행 로봇 강아지로 유명했던 회사다. 그 노하우를 그대로 휴머노이드에 옮겼다. G1은 키 130cm대 소형 모델인데 대학 연구실과 개발자들 사이에서 사실상 표준 실습 장비가 됐다. 더 큰 체급의 H1은 산업 현장 테스트용으로 팔린다. 가격이 싼 이유는 단순하다. 액추에이터부터 배터리까지 수직 계열화된 자국 공급망을 그대로 쓰기 때문. 이러니 가격이 안 뛸 수가 없다. 대신 미국 팀들이 강조하는 손 조작 정밀도나 자율 작업 지능 쪽은 아직 격차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규어AI와 1X, 실리콘밸리식 접근
피규어AI는 로봇 몸체보다 두뇌 쪽에 승부를 걸었다. Figure 02는 BMW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부품 적재 작업을 시범 운영 중이고, 회사는 6억 7500만 달러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가치 26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노르웨이 스타트업 1X는 방향이 정반대다. 산업 현장이 아니라 가정용을 노린다. NEO라는 모델을 월 구독 방식으로 내놓겠다는 계획인데, 배후에 오픈AI 투자가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둘 다 하드웨어 대량 생산보다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로 차별화하려는 전략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와 어질리티 디짓, 산업 현장파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유압식 아틀라스를 은퇴시키고 전기식으로 갈아탔다. 배후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있고, 실제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투입 실증이 진행 중이다.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짓은 이미 GXO 물류창고에서 상자 나르는 작업에 투입돼 실전 데이터를 쌓고 있다. 두 회사 다 화려한 시연 영상보다 물류창고나 공장 라인처럼 반복 작업이 명확한 현장에 집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승부는 부품과 소프트웨어 둘 다에서 갈린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걷는 모습만 보고 고르면 오판하기 쉽다. 체크할 지점은 세 가지.
- 손 조작 정밀도 — 물건을 집고 조립하는 실제 작업 능력
- 부품 공급망 — 액추에이터·감속기·배터리를 어디서 얼마에 조달하는가
- 소프트웨어 스택 — 자율 작업을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과 학습 데이터 규모
가격만 보면 유니트리가 압도적이다. 소프트웨어 완성도는 테슬라와 피규어AI가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 산업 현장 실증 데이터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어질리티가 가장 많이 쌓아뒀다. 개발자나 연구자라면 지금 당장 손댈 수 있는 유니트리 제품이 현실적인 선택. 투자자나 산업 도입을 고민하는 쪽이라면 부품 공급망이 어느 나라에 묶여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무역 규제 리스크를 피한다. 로봇 한 대 값이 스마트폰 값 수준으로 떨어질지, 아니면 공급망 갈등 때문에 오히려 비싸질지. 결국 이 부품 전쟁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