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가 상자 하나로 평행우주를 넘나든다는 설정. 처음 들으면 좀 황당하다. 근데 다크매터부터 세브란스까지, 요즘 OTT 라인업을 훑어보면 이런 멀티버스물이 유독 자주 보인다. 세계관 설명이 불친절해서 3화도 못 채우고 던진 사람, 주변에 한둘은 있을 거다. 반대로 한번 빠지면 다음 화 세계관을 미리 예측하는 재미에 밤새는 사람도 있고. 지금 볼 만한 멀티버스 SF 시리즈를 추려봤다. 처음 입문할 때 어떤 순서로 보면 좋을지도 같이 정리했다.
요즘 OTT에 멀티버스물이 쏟아지는 이유
제작사 입장에서 멀티버스는 세계관을 무한정 늘릴 수 있는 장치다. 캐릭터가 죽어도 다른 우주에서 다시 꺼내 쓸 수 있고, 스핀오프를 만들 때 설정 충돌 걱정도 적다. 시청자 쪽에서 느끼는 매력도 비슷한 결이다. 뻔한 전개를 예상하고 있다가 갑자기 다른 갈래로 튀어버리는 순간, 그걸 추리하는 맛이 쏠쏠하다. 다만 그만큼 설정이 복잡해지기 쉽다. 초반 몇 화를 못 버티고 이탈하는 시청자, 실제로 많다.
평행우주랑 멀티버스, 헷갈리면 이렇게 구분하자
평행우주는 나랑 거의 같은 조건에서 선택 하나만 달라진 또 다른 세계를 말한다.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택한 나, 이사를 가지 않은 나. 이런 식이다. 멀티버스는 그런 평행우주가 여러 개, 심지어 물리 법칙 자체가 다른 우주까지 포함해서 층층이 쌓여있는 더 큰 개념이다. 다크매터는 이 중에서도 평행우주 쪽에 가깝다. 주인공 제이슨 데슨이 선택하지 않은 인생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상자, 그러니까 '박스'를 통해 그 세계들을 오간다는 설정.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축에 속한다.
애플TV+에서 볼 수 있는 멀티버스 계열 수작들
- 다크매터: 블레이크 크라우치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조엘 에저튼이 평범한 물리학 교수로 나온다. 어느 날 납치당해 눈을 뜨니,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화려한 인생을 사는 또 다른 나와 마주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즌2 제작은 이미 확정됐다. 원작 소설 이후의 오리지널 전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세브란스: 엄밀히 말하면 평행우주는 아니다. 회사 안의 나와 밖의 나로 기억이 분리되는 설정인데, 자아가 갈라진다는 서사 구조가 멀티버스물 좋아하는 사람들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다. 층층이 쌓인 미스터리 좋아한다면 같이 보기 좋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쪽 멀티버스 추천작
- 다크(Dark): 독일 소도시를 배경으로 시간여행과 평행세계가 얽힌다. 가계도를 그려가며 봐야 할 정도로 촘촘하다. 완결까지 떡밥을 전부 회수한 몇 안 되는 사례로 꼽힌다.
- 로키: 마블 세계관의 TVA, 그러니까 시간 관리국이 멀티버스를 감시한다는 설정이다. 세계관 규칙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편이라 입문용으로 부담이 적다.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드라마는 아니고 영화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평범한 아주머니가 무한한 우주를 넘나든다는 설정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받았다. 빼놓을 수 없는 작품.
- 릭 앤 모티: 애니메이션이라 진입 장벽이 낮다. 무한한 평행우주 설정을 코미디로 풀어내서 가볍게 즐기기 좋다.
처음 본다면 이 순서로 보는 걸 추천
세계관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는 로키나 릭 앤 모티로 개념부터 익히자. 그다음 개인적인 서사 중심인 다크매터로 넘어가면 몰입하기 쉽다. 떡밥을 천천히 푸는 세브란스를 거쳐서, 마지막에 타임라인이 가장 촘촘한 다크를 도전하는 순서를 권한다. 순서 바꿔서 다크부터 보면? 인물 관계도부터 막혀서 중도 이탈할 확률, 꽤 높다.
궁금한 점 몇 가지 더
Q. 멀티버스물은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까?
동일 배우가 여러 버전의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이 장면이 어느 우주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자막이나 화면 색감으로 우주를 구분해주는 작품부터 고르면 진입이 훨씬 편하다.
Q. 세계관 설명 없이 봐도 이해가 될까?
작품마다 다르다. 로키처럼 안내자 캐릭터가 규칙을 설명해주는 작품은 무난하다. 반면 다크처럼 설명 없이 던져놓는 작품은, 정주행 전에 가계도나 타임라인 정리본부터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Q.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야 할까?
필수는 아니다. 다크매터는 소설과 드라마의 결말이 다르게 갈 가능성도 있다. 드라마부터 보고 소설을 나중에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다.
관련 내용은 디 버지(The Verge) 보도를 참고했다: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