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OTT 구독료만 월 7만 원이 넘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다섯 개 전부. 왜 이 짓을 했냐면, 각 플랫폼이 ‘독점 콘텐츠’로 쪼개서 올리는 바람에 어느 하나라도 끊으면 꼭 보고 싶은 게 거기 있더라. 그게 반복됐다. 결국 1년을 버티고 나서 세 개를 해지했다. 지금은 두 개만 남아 있다. 이 글은 그 1년 실험의 기록이다.
OTT 비교 글은 검색하면 수두룩하다. 그런데 대부분 ‘신규 가입 이벤트 정리’이거나 콘텐츠 총 개수 나열 수준에서 끝난다. 매일 한두 시간씩 1년을 실제로 써봤더니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그 관점에서 정리했다.
2026년 4월 기준 월 구독료 비교
숫자부터 보자. 2026년 4월 기준 각 플랫폼 공식 구독료다. 광고 포함·스탠다드·프리미엄 3단계로 나눴다.
| 플랫폼 |
광고 포함 |
스탠다드 (FHD) |
프리미엄 (4K) |
동시 시청 |
| 넷플릭스 |
5,500원 |
13,500원 |
17,000원 |
프리미엄 4대 |
| 디즈니플러스 |
없음 |
9,900원 |
13,900원 |
프리미엄 4대 |
| 티빙 |
5,500원 |
9,500원 |
13,500원 |
프리미엄 4대 |
| 쿠팡플레이 |
와우 회원 무료 |
와우 회원 무료 |
와우 회원 무료 |
5대 |
| 웨이브 |
없음 |
7,900원 |
13,900원 |
프리미엄 4대 |
표에서 단번에 튀는 건 쿠팡플레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월 7,890원) 안에 포함돼 있어서 별도 비용이 없다. 단, 쿠팡 배송을 거의 안 쓰는 사람이라면 와우 멤버십 자체를 ‘OTT 구독료’로 봐야 한다. 나는 쿠팡을 매주 쓰니까 실질 OTT 비용은 0원에 가깝다.
반대로 가장 비싼 건 넷플릭스 프리미엄. 17,000원이다. 4K HDR 화질에 돌비 애트모스, 동시 시청 4명까지 되니까 가족 단위로는 납득이 가는 가격이긴 하다.
콘텐츠 라이브러리: 총 개수보다 ‘내가 볼 것’이 전부다
OTT 고를 때 흔한 실수가 ‘총 콘텐츠 개수’만 보는 거다. 넷플릭스 라이브러리에 작품이 1만 편 넘어도, 실제로 내가 시청하는 건 1년에 고작 30편 안팎이다. 핵심은 단순하다. 내가 보고 싶은 게 거기 있느냐, 없느냐.
1년 동안 각 플랫폼별 시청 기록을 남겼다. 영화, 드라마 에피소드, 다큐멘터리 모두 포함이다.
| 플랫폼 |
연간 시청한 작품 |
연간 시청 시간 |
한국 오리지널 시청 비중 |
| 넷플릭스 |
62편 |
약 180시간 |
45% |
| 티빙 |
48편 |
약 120시간 |
75% |
| 쿠팡플레이 |
22편 |
약 65시간 |
60% |
| 웨이브 |
18편 |
약 55시간 |
50% |
| 디즈니플러스 |
14편 |
약 40시간 |
10% |
넷플릭스가 시청 시간 1위인 건 당연한 결과다. 〈오징어 게임〉 시즌 2, 〈더 글로리〉 시즌 2 같은 한국 오리지널과 글로벌 작품이 한 곳에 모여 있으니까. 반면 디즈니플러스는 좀 충격이었다. 월 9,900원에 1년 동안 14편. 시간당 환산하면 다섯 플랫폼 중 단가가 가장 비싸다. 디즈니·마블·스타워즈 팬이 아니라면 솔직히 가성비가 최악이다.
예상 밖의 선전은 티빙이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환승연애〉, 〈신서유기〉 같은 CJ ENM 계열 예능과 드라마가 쌓이면서 1년에 48편, 120시간을 채웠다. 처음엔 ‘서브 OTT’ 정도로 깔아뒀는데, 한국 콘텐츠 비중이 높은 입장에서는 가장 만족도가 높은 플랫폼이 됐다.
넷플릭스: 1등은 맞는데, 17,000원이 문제다
넷플릭스의 강점은 두 가지다. 2026년 기준으로 한국 콘텐츠에만 1조 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고, 결과물 퀄리티가 확실히 다르다. 거기다 영어권 드라마, 유럽 영화, 일본 애니메이션까지 글로벌 라이브러리가 가장 방대하다. 다른 플랫폼이 따라오기 쉬운 영역이 아니다.
1년 내내 가장 많이 켰던 플랫폼이다. 그러면서도 프리미엄(17,000원)에서 스탠다드(13,500원)로 내렸다. 이유가 명확했다. 4K 콘텐츠를 실제로 본 게 1년에 10편도 안 됐다. FHD로도 충분했다. 이건 좀 과한 투자였다.
한 가지 주의할 점. 2023년부터 시행된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이다. 같은 가구 외에는 공유 자체가 안 되고, 위반하면 추가 회원 요금이 붙는다. 예전처럼 친구·가족이랑 쪼개 쓰던 방식은 이제 막혔다고 봐야 한다.
티빙: 한국 예능 중심이라면 여기가 메인이다
1년 전만 해도 ‘넷플릭스 보조용’ 정도로 깔아뒀던 앱이다.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 예능과 드라마가 핵심이라면 티빙을 메인으로 두고 다른 걸 서브로 쓰는 게 맞다. 순서가 바뀐 거다.
결정적인 변화는 2024년 파라마운트플러스 콘텐츠 통합이다. 〈옐로우스톤〉, 〈스타트렉〉 시리즈, 〈탑건: 매버릭〉 같은 할리우드 작품이 티빙 안에서 다 된다. 기존의 ‘해외 작품 부족’ 약점이 꽤 많이 메워졌다.
가격도 경쟁력 있다. 광고 포함 플랜 5,500원, 스탠다드 9,500원. 넷플릭스 스탠다드보다 4,000원 싸다. 〈환승연애〉, 〈피의 게임〉, 〈유 퀴즈〉 같은 예능이 주 시청 콘텐츠라면 티빙 하나로 충분하다.
쿠팡플레이: 와우 회원이면 공짜나 다름없다
쿠팡플레이는 포지션이 독특하다. 쿠팡 와우 멤버십의 부가 서비스라서, OTT 때문에 쿠팡을 가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콘텐츠가 생각보다 탄탄하다. 손흥민 경기, 류현진 경기 같은 스포츠 중계가 대표 강점이고, 〈SNL 코리아〉, 〈소년시대〉 같은 오리지널도 꾸준히 나온다.
와우 멤버십을 원래 쓰고 있었기 때문에 쿠팡플레이는 사실상 공짜로 쓴 셈이다. 1년에 65시간. 스포츠 중계 위주로 채웠다. ‘OTT 때문에 쿠팡 와우를 가입하겠다’는 결정은 솔직히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쿠팡을 자주 쓰는 사람이라면 덤으로 얻는 가치가 확실하다.
웨이브: 지상파 드라마 팬, 또는 HBO 팬에게만
웨이브는 KBS·MBC·SBS 3사와 SK브로드밴드가 합작한 OTT다. 강점은 지상파 드라마·예능의 두꺼운 라이브러리. 약점은 그게 다라는 점이다.
지상파 드라마를 거의 안 보는 편이라 활용도가 낮았다. 1년에 55시간인데, 그중 대부분이 〈석세션〉과 〈왕좌의 게임〉 재시청이었다. HBO 국내 독점 공급이 웨이브라서 생긴 일이다. 따지고 보면 웨이브를 HBO 때문에 구독한 셈이다.
지상파 드라마를 좋아하거나 HBO 팬이라면 웨이브가 꽤 매력적이다. 넷플릭스나 티빙을 이미 구독 중인 상황에서 웨이브까지 추가하는 건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봤다.
디즈니플러스: 1년에 14편. 마블 팬이 아니라면 이게 전부다
솔직히 가장 실망한 플랫폼이다. 월 9,900원이라 저렴해 보이지만, 1년에 마블 영화 몇 편과 〈맨달로리안〉 시즌 말고는 건진 게 없었다. 한국 오리지널 투자도 다른 플랫폼보다 적고, 일반 영화 라이브러리도 얇다. 이건 좀 아쉬운 수준을 넘어섰다.
디즈니플러스의 가치는 딱 하나다. 디즈니·픽사·마블·스타워즈·내셔널지오그래픽 IP에 애착이 있는 사람.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브러리 때문에 고정 구독할 이유가 있다. 그 외에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1년 후 가장 먼저 해지한 플랫폼이 여기다. ‘마블 신작 나오면 그달만 재가입’하는 방식이 훨씬 경제적이다.
사용 패턴별 추천 조합
1년 실사용을 바탕으로, 유형별로 다르게 추천한다.
1. 한국 예능·드라마가 전부인 사람 — 티빙 스탠다드(9,500원) 하나면 충분하다. 〈환승연애〉, 〈피의 게임〉, 〈유 퀴즈〉 같은 예능에 CJ ENM 드라마, 파라마운트플러스 할리우드 작품까지 된다.
2. 글로벌 작품 위주로 보는 사람 — 넷플릭스 스탠다드(13,500원) 하나. 프리미엄까지는 필요 없다. 4K를 자주 보지 않는 이상 스탠다드로 충분하다.
3. 가족이 취향이 다 다른 집 — 넷플릭스 프리미엄(17,000원) + 티빙 스탠다드(9,500원). 월 26,500원으로 한국과 글로벌 모두 커버된다. 현재 내가 쓰는 조합이다.
4. 쿠팡 와우를 이미 쓰는 사람 — 쿠팡플레이를 메인으로 하고, 넷플릭스 광고 플랜(5,500원) 추가. 월 13,390원(와우 7,890원 + 넷플릭스 광고 5,500원)으로 두 플랫폼의 강점을 모두 챙긴다.
5.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 — 디즈니플러스 스탠다드(9,900원) + 티빙 광고(5,500원). 월 15,400원으로 아이용과 어른용 콘텐츠를 나눌 수 있다.
6. 지상파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 — 웨이브 스탠다드(7,900원) 하나. HBO 작품도 덤으로 따라오니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
자주 묻는 질문
Q1. 광고 포함 플랜은 광고가 얼마나 많나요?
넷플릭스 기준으로 1시간에 4~5분 수준이다. 티빙도 비슷하다. 몰입을 심하게 방해하는 정도는 아닌데, 일시정지 후 재개할 때 광고가 뜨는 경우가 있어서 거슬린다. 결국 스탠다드로 올렸다. 취향 차이다.
Q2. OTT 구독료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번갈아 구독’이 제일 효과적이다. 3월엔 넷플릭스만, 4월엔 티빙만 이런 식으로. 드라마 대부분이 한 달 안에 완결되니까 시리즈 하나 끝나면 해지하고 다음 플랫폼으로 옮기면 된다. 월 1만 원 안팎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볼 수 있다.
Q3. 해외에서도 한국 OTT 쓸 수 있나요?
넷플릭스는 전 세계 어디서나 되지만 국가별로 라이브러리가 다르다. 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는 해외 접속이 차단되거나 일부 콘텐츠만 된다. VPN으로 우회는 되지만 약관 위반 소지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Q4. OTT 여러 개 관리하기 편한 앱이 있나요?
JustWatch가 유용하다. 보고 싶은 작품이 어느 플랫폼에 있는지 한 번에 검색된다. 드라마 고를 때 JustWatch로 먼저 검색하고 구독 여부를 결정하는 루틴을 만들면 구독료 절약에 꽤 도움이 된다.
Q5. 4K 화질이 정말 필요한가요?
55인치 이상 TV나 프로젝터를 쓴다면 4K와 FHD 차이가 확실히 느껴진다. 태블릿이나 노트북으로 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차이가 없다. 42인치 TV를 쓰는데 4K 구독을 해지해도 화질 불만이 없었다. 이건 본인 시청 환경에 달린 문제다.
Q6. 계정을 친구랑 공유해도 되나요?
넷플릭스는 2023년부터 같은 가구 외 공유 금지다. 위반 시 추가 요금이 붙거나 계정이 막힌다. 티빙·웨이브·디즈니플러스는 아직 엄격하게 단속하지는 않지만 약관상 대부분 금지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플랫폼이 공유 단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1년 실험 끝에 남긴 것
지금 남긴 건 넷플릭스 스탠다드와 티빙 스탠다드 두 개다. 월 23,000원. 다섯 개 동시 구독 때(월 53,000원)보다 30,000원 싸면서 시청 만족도는 거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뭘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줄었다. 역설적이지만 선택지가 줄어드니 더 잘 보게 됐다.
OTT는 많이 구독할수록 더 많이 보는 구조가 아니다. 선택지가 늘수록 결정 피로만 커진다. 한 달만 본인이 어디서 뭘 봤는지 기록해보면, 실제 필요한 플랫폼이 1~2개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게 된다.
나처럼 다 구독해보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다. 한 달 무료 체험을 번갈아 써보면서 패턴을 파악하는 게 돈과 시간 모두 아끼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