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주가 16세 미만 이용자를 겨냥한 중독성 소셜미디어 기능을 금지했다. 금지 항목에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이 들어갔고, 미국에서 이런 유형의 첫 법으로 전해졌다.
- 두 기능은 ‘여기서 멈출까’를 판단할 지점을 없앤다는 공통점이 있다. 앱 안에서 직접 끄는 토글은 자동재생 쪽에만 대체로 마련돼 있다.
- 무한 스크롤은 토글로 꺼지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iOS 스크린 타임과 안드로이드 디지털 웰빙 같은 OS 기능, 보호자 연동으로 우회하는 편이 실효성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16세 미만 이용자에게 중독성 소셜미디어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다. 금지 대상으로 콕 집어 명시된 것이 무한 스크롤(infinite scroll)과 자동재생(autoplay)이다. 같은 법에는 AI와 컴패니언 챗봇에 관한 규정도 함께 담겼다. 규제가 겨냥한 각도가 조금 낯설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광고를 어떻게 표시하느냐가 아니라 인터페이스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법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기존 플랫폼 규제와는 결이 다르다. 아래에서는 규제 대상이 된 두 기능이 기술적으로 무엇인지, 그리고 이용자가 자기 계정과 자녀 계정에서 어디까지 손댈 수 있는지를 순서대로 짚는다.
두 기능의 공통점은 ‘멈출 지점’을 지운다는 것
무한 스크롤은 페이지 번호를 없앤다. 화면이 목록 끝에 가까워지면 다음 콘텐츠 묶음을 미리 불러와 뒤에 이어 붙인다. 자동재생은 재생 중인 항목이 끝나는 순간 다음 항목을 사용자 입력 없이 시작한다. 구현 방식은 전혀 다른데 결과는 같다. 둘 다 ‘중단 신호’를 제거한다.
종이 매체와 초기 웹에는 그 신호가 남아 있었다. 페이지의 끝, 영상의 엔딩 크레딧, 목록의 마지막 항목. 이용자는 그 지점에서 계속할지 그만둘지 한 번은 결정했다.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은 그 결정 지점을 삭제한다. 사용을 이어가는 데는 아무 행동도 필요 없고, 그만두려면 능동적으로 화면을 닫아야 한다. 기본값이 ‘계속’으로 뒤집힌 셈이다. 이런 설계를 다크 패턴으로 분류하는 논의가 이용자를 속이는지 여부가 아니라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을 때 어느 쪽으로 흘러가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것도 그래서다.
미성년자를 대상 연령으로 특정한 배경도 같은 자리에 있다. 자기 조절이 필요한 지점을 인터페이스가 통째로 없애버리면, 조절 능력이 아직 형성 중인 이용자일수록 그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판단이다.
자동재생은 토글 하나, 무한 스크롤은 토글 자체가 없다
이용자 입장에서 두 기능의 대응 난이도는 크게 다르다. 자동재생은 대체로 설정에 별도 토글이 있다. 재생 완료 이벤트 뒤에 다음 항목을 큐에 넣는 동작만 끄면 되기 때문에, 기능을 꺼도 서비스의 나머지 구조는 그대로 굴러간다. 떼어내기 쉬운 부품인 셈.
무한 스크롤은 사정이 다르다. 짧은 영상 앱이나 소셜 피드에서 무한 스크롤은 부가 기능이 아니라 화면의 골격이다. 이걸 끄는 옵션을 만들려면 페이지네이션 UI를 처음부터 따로 설계해야 한다. 대부분의 앱에 해당 토글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무한 스크롤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 수단은 ‘기능 끄기’가 아니라 시간 상한과 진입 마찰 두 가지로 좁혀진다. 사용 시간 제한을 걸어 중단 지점을 강제로 만들어 넣거나, 푸시 알림을 꺼서 앱에 다시 들어가는 계기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다.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설정에서 실제로 바뀌는 것
아래 경로는 앱과 OS 버전, 지역, 제조사 UI에 따라 이름이나 위치가 달라진다. 항목이 보이지 않으면 메뉴를 헤매는 대신 설정 화면 상단의 검색창에 기능 이름을 그대로 입력해 찾는 편이 빠르다.
| 플랫폼 | 자동재생 관련 | 사용 시간 관련 | 보호자 연동 |
|---|---|---|---|
| 유튜브 | 설정 → 자동재생 → ‘다음 동영상 자동재생’ 끄기 (플레이어 상단 토글로도 조작) | 설정 → 일반 → 시청 중단 시간 알림, 취침 시간 알림 | 패밀리 링크 기반 감독 계정, 유튜브 키즈 |
| 인스타그램 | 피드·릴스 자동재생 자체를 끄는 항목은 없음. 데이터 사용량 절약 설정으로 미리 불러오기 축소 | 설정 및 활동 → 이용 시간 관리 → 일일 사용 시간 제한, 휴식 알림 | 10대 계정, 부모 감독 기능 |
| 틱톡 | 세로 피드 특성상 자동재생 해제 항목 없음 | 설정 및 개인정보 → 스크린 타임(화면 이용 시간 관리) | 가족 페어링 |
| iOS | 설정 → 손쉬운 사용 → 동작 → 비디오 미리보기 자동 재생 (시스템 화면 위주로 적용, 서드파티 피드에는 미적용) | 설정 → 스크린 타임 → 앱 사용 시간 제한, 다운타임 | 가족 공유 + 스크린 타임 원격 설정 |
| 안드로이드 | 앱별 설정에 의존 (OS 공통 항목 없음) | 설정 → 디지털 웰빙 및 자녀 보호 기능 → 대시보드 → 앱 타이머, 취침 시간 모드 | Family Link |
표를 세로로 훑으면 대응 가능한 축이 어디로 몰려 있는지가 바로 드러난다. 자동재생 열은 유튜브를 빼면 사실상 비어 있다. 실질적인 통제 수단은 사용 시간 열과 보호자 연동 열에 있고, 짧은 영상 중심 서비스일수록 앱 내부 설정으로 건질 것이 적다. 인스타그램의 ‘데이터 사용량 절약’도 미리 불러오기를 줄이는 항목이지 자동재생을 끄는 스위치가 아니다. iOS의 ‘비디오 미리보기 자동 재생’이 시스템 화면 위주로만 먹힌다는 단서도 같은 맥락이다. OS가 서드파티 앱의 피드 내부까지 대신 꺼주지는 않는다.
앱이 못 막으면 iOS 스크린 타임과 디지털 웰빙으로
앱 안에서 끌 수 없는 동작은 운영체제 층에서 상한을 거는 방식으로 다룬다. iOS는 설정 → 스크린 타임에서 앱 사용 시간 제한과 다운타임을 잡고, 콘텐츠 및 개인정보 보호 제한에서 연령 등급과 설치 권한을 조정한다. 자녀 기기라면 가족 공유로 묶어 부모 기기에서 원격으로 바꾸고, 스크린 타임 암호를 반드시 따로 걸어야 한다. 암호를 걸지 않으면 제한을 받는 쪽에서 설정 앱을 열고 그대로 해제한다. 이 한 줄을 빼먹으면 앞의 작업이 전부 장식으로 남는다.
안드로이드는 설정 → 디지털 웰빙 및 자녀 보호 기능에서 앱별 타이머와 취침 시간 모드를 설정한다. 삼성 One UI를 포함해 제조사마다 메뉴 이름이 조금씩 다르고, 일부 기기에서는 이 항목이 아예 별도 앱으로 분리돼 있다. 자녀 기기 관리는 Family Link 앱을 통해 앱 설치 승인과 일일 사용 한도를 함께 다룬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이면 효과가 커진다. 알림 권한 차단이다. 시간 제한이 앱 ‘안에’ 머무는 시간을 줄인다면, 알림 차단은 앱에 ‘다시 들어가는’ 횟수를 줄인다. 성격이 다른 두 제동이라 같이 걸어야 맞물린다. iOS는 설정 → 알림 → 앱 선택, 안드로이드는 설정 → 알림 → 앱 알림에서 개별 앱의 배지와 잠금화면 표시까지 한꺼번에 끄는 편이 낫다. 배지 하나만 남겨두면 진입 마찰을 줄인다는 목적이 반쯤 무너진다.
국내에는 인터페이스를 직접 겨냥한 규정이 없다
캘리포니아 법은 주 단위 법이다. 국내 이용자에게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국내에는 무한 스크롤이나 자동재생 같은 인터페이스 동작을 특정해 금지하는 규정이 확인되지 않는다. 미성년자 관련 국내 규율은 다른 쪽에 무게가 실려 왔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만 14세 미만 가입 시 법정대리인 동의 요건, 그리고 게임 이용 시간.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된 뒤에는 보호자가 시간을 정하는 선택제 형태가 남아 있는 구조다. 접근 방식이 ‘누가 얼마나 오래 쓰느냐’에 머물렀지, 화면이 어떻게 굴러가느냐를 건드린 전례는 없는 셈이다.
플랫폼이 캘리포니아용 코드를 따로 유지하는 대신 변경 사항을 전 지역에 적용하는 사례가 과거에 있었던 만큼, 국내 앱에서도 일부 기능이 바뀔 가능성은 있다. 다만 이는 추측이며, 각 플랫폼이 적용 범위를 밝힌 바는 없다. 지역 확대가 실제로 일어나기 전까지 국내 이용자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앱과 OS 설정뿐이며, 그 범위는 앞의 표에 정리한 선을 넘지 않는다.
확인된 것과 아직 불확실한 것
확인된 사실
- 캘리포니아주가 16세 미만 이용자 대상 중독성 소셜미디어 기능을 금지하는 법을 도입했다.
- 금지 항목에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이 포함됐다.
- 같은 법에 AI 및 컴패니언 챗봇에 관한 새 규정이 함께 들어갔다.
- 미국에서 이런 유형의 첫 법으로 전해졌다.
확인되지 않은 사항
- 시행 시점, 연령 확인 방법, 위반 시 제재 수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 ‘중독성 기능’의 법적 정의가 추천 알고리즘, 푸시 알림, 연속 사용 보상 같은 요소까지 포함하는지 불명확하다.
- 각 플랫폼이 캘리포니아에만 적용할지, 전역으로 확대할지 발표된 내용이 없다.
- 국내 도입 논의나 유사 입법 움직임 여부도 확인되지 않는다.
토글로 되는 일과 토글로 안 되는 일의 경계
시행 시점도, 연령 확인 방법도, 제재 수위도 비어 있다. 구현하는 입장에서 제일 먼저 물어볼 항목들이 통째로 빠진 상태라, 이 법이 실제로 무엇을 요구하게 될지는 아직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설계의 방향은 읽힌다. 개인 설정으로 통제되는 범위에는 뚜렷한 경계가 있다. 자동재생처럼 독립적으로 붙어 있는 기능은 토글 하나로 정리되지만, 무한 스크롤처럼 서비스 구조에 녹아 있는 설계는 이용자 쪽에서 손댈 방법이 없다. 캘리포니아 법이 ‘개별 설정 권장’이 아니라 ‘제공 금지’라는 형태를 택한 이유도 이 경계와 맞닿아 있다. 구조에 박힌 기본값은 기본값을 정하는 쪽에서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손에 잡히는 작업은 세 가지다. 유튜브의 자동재생 토글을 끄고, 짧은 영상 앱에는 OS 타이머로 상한을 걸고, 알림 권한을 정리하는 것. 자녀 기기라면 여기에 스크린 타임 암호나 Family Link 연동을 얹어 설정이 되돌려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절차가 하나 더 붙는다. 많아야 설정 앱을 몇 번 드나드는 일이고, 인터페이스가 지워버린 중단 지점을 이용자 쪽에서 다시 만들어 넣는 작업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