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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잔한 기타곡인 줄 알았는데, 2분 30초에서 완전히 뒤집힌다

    잔잔한 기타곡인 줄 알았는데, 2분 30초에서 완전히 뒤집힌다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프로듀서 겸 기타리스트 래치카 나야르. 두 번째 정규앨범 《Heaven Come Crashing》을 실험음악 레이블 NNA Tapes를 통해 2022년 8월에 내놨다. 더 버지는 이 작품을 두고 ‘절박한 그리움을 담은 인스트루멘털 서사시’라고 평했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그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2분 30초, 조용하던 곡이 갑자기 폭발한다

    타이틀곡을 틀어놓고 딴짓하다가 2분 30초 지점에서 깜짝 놀랄 수 있다. 예고 하나 없이 육중한 드럼 앤 베이스 비트가 쏟아지거든요. 보컬리스트 마리아 BC가 얹은 잔잔한 목소리는 순식간에 다른 장르로 넘어가 버린다. 이 구간 하나 때문에 곡 전체 인상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버지 리뷰어도 이 전개가 낯설게 다가왔다고 적었다. 나야르의 데뷔작을 먼저 들어본 팬이라면, 이 반전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조용한 아티스트인 줄만 알았는데.

    퍼커션 제로였던 데뷔작과는 완전히 다른 길

    2021년 나온 데뷔작 《Our Hands Against The Dusk》. 여기엔 타악기가 단 하나도 안 들어간다. 기타 루프와 신스만으로 쌓아 올린 정적인 사운드, 그게 그 앨범의 정체성이었다.

    • 데뷔작: 퍼커션 전무, 기타·신스 중심의 미니멀 구성
    • 이번 앨범: 드럼 앤 베이스 비트를 정면으로 도입
    • 곡 구조: 조용한 도입부에서 폭발적 클라이맥스로 전환

    같은 아티스트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방향이 확 바뀌었다. 안전지대에 머물지 않고 정면 승부를 걸었다고 봐야 할 듯.

    고드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와 M83, 그 사이 어딘가

    포스트록 밴드 고드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GY!BE)와 프랑스 일렉트로닉 프로듀서 M83이 비교 대상으로 자주 등장한다. 신스 코드가 기타 핑거피킹 위에 켜켜이 쌓이다가, 잔잔하던 보컬이 순식간에 드럼 앤 베이스로 뒤바뀌는 전개. 두 아티스트의 문법을 동시에 떠올리게 만든다.

    곡 하나하나가 자체 중력을 가진 것처럼 소리의 벽을 쌓아 올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루프를 반복해서 겹겹이 쌓는 방식이 마치 요새를 짓는 과정 같다는 표현도 눈에 띄었다.

    고르지는 않아도 실력은 확실하다는 평가

    모든 반응이 호의적이진 않다. 몇몇 리뷰는 앨범이 다소 들쭉날쭉하고, 실험이 과할 때가 있다고 지적한다. 솔직히 이 부분은 듣는 사람에 따라 갈릴 것 같다.

    그럼에도 나야르를 눈여겨봐야 할 창작자로 인정하는 분위기는 공통적이다. 데뷔작의 미니멀리즘을 완전히 뒤엎고도 설득력 있는 결과물을 냈다는 점, 이게 평가받는 대목이다.

    국내 인스트루멘털 팬들이 반가워할 이유

    국악과 포스트록을 결합한 잠비나이 같은 밴드가 국내에서도 꾸준히 팬층을 넓혀왔다. 고드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나 모과이 내한 공연 티켓은 매번 빠르게 매진되는 편이고. 보컬 없이 사운드 구조만으로 서사를 만드는 음악에 대한 수요, 이미 자리 잡았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스포티파이나 멜론에서 ‘인스트루멘털’, ‘포스트록’ 큐레이션 플레이리스트를 챙겨 듣는다면 이 앨범도 자연스럽게 추천 목록에 뜰 가능성이 크다. 밴드캠프에서 직접 구매해서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문화도 국내 마니아층 사이엔 낯설지 않다.

    정식 라이선스 발매나 내한 일정은 아직 확인된 게 없다. 다만 스트리밍과 밴드캠프만으로도 접근에는 어려움이 없다. 실험적인 기타 음악에 갈증을 느끼던 사람이라면, 챙겨 들을 만한 신보다.

    출처: The Verge

  • 매트모스 멤버가 신보에서 분노 대신 고요를 골랐다

    매트모스 멤버가 신보에서 분노 대신 고요를 골랐다

    실험음악 듀오 매트모스(Matmos)의 절반인 드류 대니얼이 솔로 프로젝트 ‘소프트 핑크 트루스’ 이름으로 새 앨범을 냈다. 제목부터 길다. 《Shall We Go On Sinning So That Grace May Increase?》. 스릴 자키(Thrill Jockey) 레이블에서 2020년 5월 1일 나온 이 앨범, 그의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만큼 낯설다. 늘 시끄럽고 짓궂었던 사람이 갑자기 조용해졌으니까.

    매트모스라는 이름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사람

    매트모스는 마틴 슈미트와 드류 대니얼, 둘로 이뤄진 실험음악 듀오다. 《A Chance to Cut Is a Chance to Cure》 같은 앨범을 남겼고, björk의 명반 《Vespertine》 프로덕션에도 참여했다. 실험음악과 팝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장난삼아 지어낸 가짜 음악 장르 이름이 진짜 밈처럼 퍼진 적도 있고, 존스홉킨스대에서는 문학을 가르친다. 교수다. 이쯤 되면 한 사람이 감당할 정체성의 개수를 넘어선 느낌마저 든다.

    원래 소프트 핑크 트루스는 이런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초기 콘셉트는 블랙메탈 명곡을 하우스 비트로 뒤집으면서 악마 목소리와 짓궂은 농담을 얹는 거였다. 신성모독에 가까운 유머로 마니아를 모았다. 그 이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번 신보 앞에서 한 번쯤 멈칫하게 된다.

    • 과거작: 블랙메탈 커버, 악마 목소리 샘플, 노골적인 농담
    • 이번 신보: 몽환적이고 미니멀한 앰비언트, 명상에 가까운 톤
    • 변하지 않은 것: 드류 대니얼 특유의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

    2016년의 분노를 그는 다르게 풀었다

    드류 대니얼은 2016년 미국 대선 결과에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느꼈다고 말한 적 있다. 그해 많은 뮤지션이 그 감정을 공격적인 사운드로 쏟아냈다. 그는 반대로 갔다. 이른바 ‘분노한 백인 남성’ 스타일 대신 최면적이고 치유적인 앰비언트를 골랐다. 이 선택 하나가 앨범 전체를 설명한다.

    결과물은 최면적(hypnotic)이고, 치유적(healing)이고, 어딘가 희망적(hopeful)이다. 딥 댄스뮤직과 클래식 미니멀리즘 사이 어디쯤. 저항을 시끄러움이 아니라 고요함에서 찾은 셈이다.

    평단은 후하게 매겼다

    메타크리틱 기준 8개 매체 리뷰를 모아 87점. 실험음악치고 이례적으로 높은 점수다. 한 평론가는 “짓궂은 디스코그래피 한가운데 자리한 평온의 섬”이라고 썼고, 다른 쪽에서는 “사운드 자체는 급진적이지 않지만 대니얼 개인에게는 급진적인 전환”이라 짚었다.

    신보수주의와 파시즘을 향한 음악적 비판은 보통 분노와 공격성으로 터져 나온다. 그런데 이번엔 반대다. 차분한 전자음 레이어로 파고든 선택이 뜻밖이면서도 묘하게 설득력 있다고, 몇몇 매체는 짚었다.

    한국 리스너에게는 뭐가 남나

    매트모스나 소프트 핑크 트루스, 국내에서 대중적인 이름은 아니다. 그래도 밴드캠프로 해외 실험음악을 직접 사서 듣는 리스너층은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팬데믹 이후 명상·힐링 콘텐츠 수요가 커지면서 앰비언트 장르 전반에 대한 관심도 함께 붙은 흐름과도 맞물린다.

    정치적 분노를 고요함으로 풀어낸 이번 접근, 국내 인디·일렉트로닉 신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사회적 메시지가 꼭 격렬한 사운드여야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이 앨범이 조용히 증명한다.

    더 버지(The Verge)가 전한 리뷰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