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가 홈페이지에서 절전 관련 페이지를 통째로 지웠다. 그것도 약 6,000개. 하필 이 시점이 문제다. 미국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던 딱 그때였으니까.
지워진 페이지엔 뭐가 있었나
더버지가 전한 내용을 보면, 사라진 건 단순한 홍보성 콘텐츠가 아니었다. 냉방기 효율 높이는 법, 전기요금 아끼는 생활 수칙, 저소득층 단열 지원 프로그램 안내까지. 실생활에 바로 쓰이는 정보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약 6,000개, 숫자만 놓고 보면 에너지부 홈페이지에서 절전 콘텐츠 자체가 자취를 감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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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뉴욕시장의 ’78도’ 한마디
사건의 시작은 뉴욕시장 조란 맘다니였다. 폭염으로 전력망이 삐걱대자 그는 시민들에게 에어컨을 화씨 78도, 그러니까 섭씨 25.6도쯤에 맞춰달라고 요청했다. 전력 수요를 분산시켜서 정전을 막자는 취지였다. 이게 그렇게 큰 논란이 될 일인가 싶지만, 미국 정치권 반응은 달랐다.
공화당이 발끈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포함한 공화당 인사들이 정부가 시민의 냉방 온도까지 간섭한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그리고 며칠 뒤, 에너지부의 절전 페이지 삭제 소식이 전해졌다. 우연이라기엔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다.
왜 하필 지금 지웠을까
미국 동부와 중서부는 요즘 최고 수준의 폭염을 겪고 있다. 전력 수요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시기에, 정부는 오히려 절전 정보를 없앴다. 순서가 완전히 거꾸로 간 셈이다. 에너지 절약 캠페인은 정전 막고 전기요금 아끼는, 누가 봐도 실익이 뚜렷한 정책이다. 그런데 정치적 논쟁 한복판에서 관련 정보 자체가 통째로 증발해버렸다. 이건 좀 과한 결정 아닌가 싶다.
속내는 화석연료 정책?
미국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이번 삭제를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 엮어서 해석한다. 화석연료 중심 정책을 밀어붙이는 마당에, 절전이나 효율 캠페인이 기후변화 대응이나 재생에너지 확대 이슈로 번지는 걸 부담스러워했을 거란 분석이다. 에너지부는 삭제 배경을 아직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침묵도 일종의 답이라면 답이겠다.
SNS 반응은 싸늘하다
온라인에서는 성토가 이어진다. 시민 편의를 위한 정보를 정치적 이유로 지웠다는 비판이다. 민주당 쪽에서는 폭염으로 정전 위험이 커진 마당에 공공 정보 접근성을 낮춘 결정이라며 재게시를 요구하고 있다. 웨이백머신 같은 아카이브 서비스로 삭제 전 페이지를 찾아서 공유하는 이용자들도 늘었다. 정부가 지워도 인터넷은 기억한다, 뭐 그런 셈이다.
남 일 같지 않은 이유
한국과 직접 연결고리는 없다. 그런데 곱씹어볼 대목은 분명 있다. 한국도 여름철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마다 산업통상자원부나 한국전력이 절전 캠페인을 돌린다. 이런 공공정보 접근성이 정치적 이유 하나로 흔들릴 여지가 있다는 걸, 미국이 몸소 보여준 셈이다. 데이터센터와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그 흐름 속에서 정부 공공정보가 얼마나 쉽게 정치의 도구로 쓰일 수 있는지, 이번 사례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