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Palantir)가 책을 냈다. CEO 알렉스 카프(Alex Karp)가 니콜라스 자미스카(Nicholas Zamiska)와 함께 쓴
팔란티어가 뭐 하는 회사인지부터
실리콘밸리에서도 유독 베일을 걷어내지 않는 회사다. 피터 틸(Peter Thiel)이 공동 설립했고, 주요 고객은 미국 정부·정보기관·군대다. FBI, CIA 같은 기관의 빅데이터 분석을 맡아왔다. 테러 방지, 범죄 수사, 전염병 확산 예측—굵직한 국가 과제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 상장 전까지 사무실 내부 사진 한 장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비주의라기보다는 생존 전략에 가까웠을 거다.
- 국가 안보의 핵심: FBI, CIA 등 미국 정보기관의 데이터 분석을 돕는다.
- 논란의 중심: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의 불법 이민자 추적 지원 등 윤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 철저한 비공개: 상장 전까지 회사 내부 사진 한 장도 외부에 내보내지 않을 정도로 노출을 차단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연결·분석해 숨겨진 패턴을 찾아내는 게 이들의 핵심 기술이다. ‘감시 기술의 대명사’라는 꼬리표는 그 능력이 어디까지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불안에서 나온 거다. 사회 안전에 기여한다는 평가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권력 남용의 위험을 지적하는 비판이 공존한다. 이 긴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기술 공화국’—22가지 원칙으로 정리한 세계관
더버지가 해석한 선언문의 골자는 이렇다. 기술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고 ‘서구 문명’을 보호하는 데 써야 한다. 기술은 중립이 아니며, 무엇을 위해 쓸 것인지 명확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AI와 데이터 기술이 초래할 위험을 인지하고, 인간 중심의 통제 시스템을 강조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술이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가 아닌, 자유를 확장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이상적으로 들린다면—그렇게 읽히는 게 맞다.
솔직히 이 선언이 팔란티어의 실제 사업 방식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ICE 협업 논란, 각국 정보기관과의 계약, 익명의 데이터 수집 의혹—이런 행적들이 선언문의 어느 원칙 아래 정당화되는지 설명이 없다. 어떤 이들한테는 그냥 세련된 마케팅 문서로 읽힐 거다. 틀린 말도 아니다.
한국한테도 남 얘기가 아닌 이유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 수준으로는 세계 상위권이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 추진, 스마트 도시 구축, AI 기반 산업 육성—데이터가 국가 운영의 실질적 동력이 되고 있다.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어떤 원칙 위에 세울지 먼저 정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수습하기 어렵다.
팔란티어의 선언은 불편한 질문 몇 가지를 꺼낸다. 국가 안보와 공공 이익을 위해 데이터를 어디까지 쓸 수 있나. 개인 정보 주권과 데이터 활용 사이의 선은 어디에 그어야 하나. ‘디지털 대한민국’이 기반으로 삼아야 할 가치는 뭔가. IT 기업과 정책 입안자들이 지금 당장 답을 내놓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그래서 더 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팔란티어의 선언문이 맞든 틀리든, 기술과 권력의 관계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이 어떤 철학 위에 서 있는지—그 질문을 지금 꺼내야 한다. 아직 선택지가 있을 때.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