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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란티어, 27만원 재킷 논란…’팬심’인가 ‘상징’인가?

    팔란티어, 27만원 재킷 논란…’팬심’인가 ‘상징’인가?

    CIA와 국방부에 데이터를 팔던 회사가 재킷도 판다. 그것도 239달러짜리로.

    27만원짜리 ‘작업복’의 탄생

    The Verge 보도를 보면, 빅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가 자사 굿즈 스토어에 면 소재 ‘워크 재킷(chore coat)’을 추가했다. 가격은 239달러, 한화로 약 32만원. 색상은 밝은 노란색과 짙은 파란색 두 가지다. 그냥 작업복 스타일의 재킷인데, 가격표가 꽤 묵직하다.

    팔란티어를 처음 듣는 사람을 위해 한 줄만 짚고 가자면,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방부, 이민세관집행국(ICE) 등과 계약을 맺고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데이터 감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항상 따라다니는 곳이기도 하다. 그 회사가 고가 재킷을 내놨다. 솔직히 좀 뜬금없다.

    보통 IT 기업 굿즈라 하면 로고 박힌 티셔츠나 텀블러 정도다. 많아봤자 후드집업. 근데 팔란티어는 처음부터 200달러대 패션 아이템으로 치고 들어왔다. 이게 단순한 굿즈 판매인지, 아니면 뭔가 다른 메시지인지 궁금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팔란티어 ‘진짜 신자’들의 상징?

    The Verge 기사의 핵심 해석은 이렇다. 이 재킷은 단순한 팬심이 아니라, 팔란티어의 ‘진정한 신자(true believers)’를 위한 상징이라는 것. 팔란티어는 극도로 폐쇄적인 기업 문화로 유명하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우리는 선택받은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워크 재킷은 일종의 코드다. 팔란티어 미션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들만 알아볼 수 있는, 그들만의 언어 같은 것. 소속감을 드러내는 방식이자,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팔란티어는 과거 ‘고객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사 소프트웨어를 ‘문명을 건설하는 도구’에 비유했다. 문명을 건설하는 사람들이 입는 옷. 작업복. 연결이 되기 시작한다.

    논란을 통째로 브랜드로 만드는 방식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논란이 쌓이면 이미지 개선에 나선다. 착하게 보이려 노력하고, 대중 친화적인 메시지를 내놓는다. 팔란티어는 그 반대를 택했다. 이미지가 어떻든 신경 안 쓰는 척, 오히려 논란을 특별함의 일부로 포장하는 식이다.

    팔란티어 소프트웨어는 정부 기관이나 대기업 몇 곳에만 공급된다. 일반 소비자 대상 사업이 아니니 여론에 흔들릴 이유도 없다. 대신 이미 자신들을 믿는 핵심 고객, 내부 직원, 그리고 그 문화에 매료된 외부인들에게 집중한다. 239달러 재킷을 사는 사람은 팔란티어의 논란까지도 ‘특별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일 것이다.

    비판이 쌓일수록 내부 결속은 오히려 강해진다. 외부의 공격이 공동체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구조. 이건 꽤 영리한 방식이기도 하고, 동시에 좀 소름 돋는 방식이기도 하다.

    국내 IT 기업들에겐 낯선 공식

    한국 IT 기업들은 대개 대중 친화적 이미지를 목표로 한다. ‘착한 기업’, ‘혁신 기업’ 같은 수식어를 붙이고,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 한다. 팔란티어의 방식은 그 공식의 정반대다. 모두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태도, 오히려 적이 있어야 팬도 생긴다는 논리.

    고가 굿즈로 소수에게만 강렬한 소속감을 심어주는 전략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팬덤을 넓히는 쪽을 선호한다. 어느 쪽이 옳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팔란티어 사업 모델이 워낙 특수하다 보니 직접 비교도 무리다.

    결국 이 재킷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기업이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다’라는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고, 그걸 통해 핵심 지지층을 얼마나 강하게 묶어둘 수 있느냐. 239달러짜리 재킷 한 벌이 그 질문을 꽤 직접적으로 던지고 있다.

    출처: The Verge

  • 팔란티어 CEO, ‘기술 공화국’ 선언…데이터 권력의 미래는?

    팔란티어 CEO, ‘기술 공화국’ 선언…데이터 권력의 미래는?

    팔란티어(Palantir)가 책을 냈다. CEO 알렉스 카프(Alex Karp)가 니콜라스 자미스카(Nicholas Zamiska)와 함께 쓴 —단순한 기술 서적이 아니다. 회사가 추구하는 철학과 미래 사회 청사진을 22가지 원칙으로 정리한 일종의 기업 선언문이다. 미국 IT 매체 더버지(The Verge)가 이 선언문을 ‘인간의 언어’로 풀어 소개하면서 그 의미를 짚었다.

    팔란티어가 뭐 하는 회사인지부터

    실리콘밸리에서도 유독 베일을 걷어내지 않는 회사다. 피터 틸(Peter Thiel)이 공동 설립했고, 주요 고객은 미국 정부·정보기관·군대다. FBI, CIA 같은 기관의 빅데이터 분석을 맡아왔다. 테러 방지, 범죄 수사, 전염병 확산 예측—굵직한 국가 과제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 상장 전까지 사무실 내부 사진 한 장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비주의라기보다는 생존 전략에 가까웠을 거다.

    • 국가 안보의 핵심: FBI, CIA 등 미국 정보기관의 데이터 분석을 돕는다.
    • 논란의 중심: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의 불법 이민자 추적 지원 등 윤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 철저한 비공개: 상장 전까지 회사 내부 사진 한 장도 외부에 내보내지 않을 정도로 노출을 차단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연결·분석해 숨겨진 패턴을 찾아내는 게 이들의 핵심 기술이다. ‘감시 기술의 대명사’라는 꼬리표는 그 능력이 어디까지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불안에서 나온 거다. 사회 안전에 기여한다는 평가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권력 남용의 위험을 지적하는 비판이 공존한다. 이 긴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기술 공화국’—22가지 원칙으로 정리한 세계관

    더버지가 해석한 선언문의 골자는 이렇다. 기술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고 ‘서구 문명’을 보호하는 데 써야 한다. 기술은 중립이 아니며, 무엇을 위해 쓸 것인지 명확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AI와 데이터 기술이 초래할 위험을 인지하고, 인간 중심의 통제 시스템을 강조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술이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가 아닌, 자유를 확장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이상적으로 들린다면—그렇게 읽히는 게 맞다.

    솔직히 이 선언이 팔란티어의 실제 사업 방식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ICE 협업 논란, 각국 정보기관과의 계약, 익명의 데이터 수집 의혹—이런 행적들이 선언문의 어느 원칙 아래 정당화되는지 설명이 없다. 어떤 이들한테는 그냥 세련된 마케팅 문서로 읽힐 거다. 틀린 말도 아니다.

    한국한테도 남 얘기가 아닌 이유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 수준으로는 세계 상위권이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 추진, 스마트 도시 구축, AI 기반 산업 육성—데이터가 국가 운영의 실질적 동력이 되고 있다.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어떤 원칙 위에 세울지 먼저 정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수습하기 어렵다.

    팔란티어의 선언은 불편한 질문 몇 가지를 꺼낸다. 국가 안보와 공공 이익을 위해 데이터를 어디까지 쓸 수 있나. 개인 정보 주권과 데이터 활용 사이의 선은 어디에 그어야 하나. ‘디지털 대한민국’이 기반으로 삼아야 할 가치는 뭔가. IT 기업과 정책 입안자들이 지금 당장 답을 내놓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그래서 더 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팔란티어의 선언문이 맞든 틀리든, 기술과 권력의 관계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이 어떤 철학 위에 서 있는지—그 질문을 지금 꺼내야 한다. 아직 선택지가 있을 때.

    출처: The Ver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