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더(Fender) CEO 버드 콜(Bud Cole)이 석 달 전 흘린 말 한마디가 최근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5월 텔레캐스터 출시 75주년을 맞아 영국 매체 T3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AI와 밴드를 나란히 묶은 코멘트를 남겼다. 당시엔 별 반응 없이 지나갔다. 그런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발언이 다시 퍼지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더버지가 전한 내용을 보면, 콜은 인터뷰 중 AI를 음악 작업의 새로운 도구로 소개하다가 밴드 동료들을 마치 ‘아날로그 AI’처럼 표현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인간 뮤지션 간의 협업, 즉흥연주, 감정 교류—이런 것들을 데이터 처리에 빗댄 셈이다. 연주자 입장에서는 듣기 거북할 만한 대목이다. 이건 좀 과했다.
- 발언 시점: 2025년 5월, 텔레캐스터 75주년 기념 인터뷰
- 매체: 영국 T3
- 재점화: 발언 석 달 만에 SNS와 커뮤니티로 확산
가뜩이나 뒤숭숭하던 펜더
타이밍이 나빴다. 더버지 기사를 보면 이 코멘트가 이미 타오르던 악평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한다. 펜더를 둘러싼 커뮤니티 불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확한 발단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간 펜더는 가격 정책, 생산 방식, 초보자 대상 마케팅 전략을 두고 기타리스트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왔다.
여기에 최고경영자의 발언 논란까지 겹쳤다. 브랜드 이미지에 민감한 악기 업계 특성상, 이런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는다.
뮤지션들이 이토록 예민한 이유
음악 업계가 AI를 바라보는 시선, 원래 곱지 않다. 2025년 여름 스포티파이에서 인기를 끌던 밴드 ‘벨벳 선더스톰(Velvet Sundown)’이 사실은 AI가 만들어낸 가짜 밴드였다는 게 드러나면서, 창작자들 사이에는 AI가 인간 뮤지션 자리를 슬그머니 밀어내고 있다는 불안이 커진 상태다. 소니뮤직과 유니버설뮤직 같은 대형 레이블이 AI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이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AI 생성곡의 스트리밍 플랫폼 잠식 우려
- 저작권·정산 구조에 대한 불신
- 연주자를 대체 가능한 부품처럼 보는 시선에 대한 거부감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펜더 CEO의 발언, 의도와 무관하게 악기 회사조차 연주자를 부품처럼 여긴다는 신호로 읽히기 딱 좋았다.
악기 회사들도 앞다퉈 AI에 올라타는 중
사실 AI와 악기 업계의 접점, 낯설지 않다. 펜더 자체도 ‘펜더 플레이’ 앱과 튜닝·코칭 기능에 AI 기반 서비스를 붙여왔다. 깁슨, 야마하, 롤랜드 같은 경쟁사들도 AI 사운드 모델링이나 학습 보조 기능을 속속 도입하는 중이다. 문제는 기술 도입 자체가 아니다. 최고경영자가 그 기술을 설명하는 화법에서 인간 연주자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인상을 줬다는 게 핵심이다.
도구로서의 AI와 동료로서의 인간을 같은 선상에 놓고 말하는 순간, 브랜드가 지켜야 할 연주자 커뮤니티와의 신뢰라는 자산이 흔들린다.
국내 밴드 신에서도 남 얘기가 아니다
이 논란, 국내 기타리스트와 밴드 커뮤니티에도 곱씹을 대목이 있다. 펜더코리아를 통해 스퀴어, 텔레캐스터, 스트라토캐스터 라인이 홍대·합정 인디 신과 실용음악 학원가에서 꾸준히 팔린다. 브랜드 이미지 논란, 국내 소비자에게도 남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K팝 업계에서도 비슷한 긴장감은 이미 존재한다. 하이브를 비롯한 기획사들의 AI 보컬·AI 커버 활용 실험,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트로트·발라드 AI 커버 콘텐츠를 둘러싸고 국내에서도 창작자 대체 논쟁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저작권법 개정 논의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 펜더코리아 보급형 라인의 국내 인기와 브랜드 신뢰도 연결성
- K팝·인디 신에서 반복되는 AI와 인간 창작자 논쟁
- 국내 실용음악 교육 시장의 AI 코칭 도구 도입 속도
결국 이번 사태, 태평양 건너 인터뷰 한 토막에서 끝나지 않는다. 악기와 음악을 만드는 사람 모두에게, AI를 어떤 언어로 설명하느냐가 브랜드 신뢰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말 한마디가 이렇게 커질 줄, 콜 CEO 본인도 몰랐을 거다.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