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439%. 오픈AI 출신 연구원이 차린 헤지펀드가 찍은 숫자다. 그런데 딱 한 달 만에 이 펀드, 통째로 시타델 품에 넘어갔다. 얄궂게도 이름이 ‘상황 인식(Situational Awareness)’이었다. 정작 시장 상황 판단에서는 완전히 미끄러진 셈.
반년 새 439%…오픈AI 출신 25살의 승부수
주인공은 레오폴드 아셴브레너. 오픈AI를 나온 뒤 2024년 ‘Situational Awareness: The Decade Ahead’라는 장문의 에세이 한 편으로 실리콘밸리와 월가를 동시에 흔들어놓은 인물이다. AGI(범용인공지능)가 언제 오는지, 거기에 인프라 투자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정면으로 예측한 글이었다.
그는 이 에세이 제목을 그대로 헤지펀드 이름으로 썼다. 직원은 8명, 그중 투자 전문 인력은 딱 4명. 아셴브레너 본인도 정식 트레이딩 경력은 없었다. 그럼에도 AI 인프라 랠리에 건 베팅이 제대로 맞아떨어지면서 올해 상반기 순수익률 439%를 찍었고, 운용자산은 7월 초 450억 달러(약 60조 원)까지 불었다. 올해 최고 성과를 낸 헤지펀드 중 하나로 꼽혔을 정도다.
SK하이닉스 담았다가 발등 찍힌 7월 폭락장
포트폴리오는 에세이 논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모양새였다. AI 인프라 수혜주로 SK하이닉스, 네비우스그룹, 샌디스크, 마이크론, 코어위브를 대거 사들이고, 반대편에는 어도비 같은 전통 소프트웨어 기업 주식을 공매도로 걸었다.
7월 들어 판이 뒤집혔다. AI 관련주가 일제히 조정받으면서 주요 보유 종목이 한 달 새 35% 이상 빠졌다. 하필 공매도로 찍었던 소프트웨어주는 반대로 반등했다. 롱도 숏도 동시에 물렸다. 마진콜 압박까지 겹쳤으니, 이쯤 되면 도망갈 곳이 없었을 것.
- 상반기 순수익률 439% → 7월 한 달 만에 주요 보유주 35% 이상 급락
- 운용자산 450억 달러(약 60조 원) → 매각 후 240억 달러(약 32조 원) 수준으로 축소
- 공개주식 포지션 전량을 켄 그리핀의 시타델에 단일 거래로 매각
- 비상장 지분인 앤스로픽 지분 50억 달러(약 6.6조 원)어치는 그대로 보유
결국 시타델에 포트폴리오 통째로 매각
블룸버그통신 보도를 보면, 아셴브레너 측은 결국 공개주식 포지션을 전부 정리하기로 했다. 켄 그리핀이 이끄는 시타델이 이걸 단 한 번의 거래로 통째로 사들였다. CNBC가 전한 소식통 얘기로는, 이 과정에서 운용자산이 450억 달러에서 240억 달러 수준으로 반토막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비상장 자산만큼은 지켰다. 파이낸셜타임스 집계 기준 약 50억 달러 규모인 앤스로픽 지분은 그대로 남겨뒀다. 회사는 앞으로 비상장 전문 투자사로 방향을 튼다. 더버지는 이 소식을 전하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마디 덧붙였다 —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나 ‘아마란스 어드바이저스’처럼, 나중에 웃음거리 될 이름은 짓지 말라고.
SK하이닉스가 흔들리면 코스피도 흔들린다
이 사건이 국내와 남 얘기가 아닌 이유는 SK하이닉스가 롱 포지션 최상단에 있었기 때문이다.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망 핵심 기업이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주. 대형 해외 펀드의 강제 매도 물량은 국내 개인 투자자가 체감하는 변동성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있다.
국내 서학개미와 반도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요즘 AI 테마주 쏠림이 뚜렷했다. 그런 만큼 이번 사례는 ‘천재 매니저’라는 서사 하나 믿고 몰빵하는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하나의 경고로 읽힌다. 트레이딩 경력 없는 20대 창업자가 반년 만에 쌓은 439%짜리 수익률. 그게 한 달 만에 절반 넘게 증발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 경고를 대신 말해준다.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