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첼라 스트리밍을 켜다가 채널을 잘못 눌렀다. 실수가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밴드였다. 북유럽 출신 여성 둘이 거대한 드럼 앞에 서서 테크노 비트를 쏟아내고 있었는데, 화면을 닫으려다 그냥 멈칫했다. 뭔가 달랐다. 90년대 클럽에서 들을 법한 그 에너지인데,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조합이었다. 그게 토모라(Tomora)와의 첫 만남이었다.
‘Come Closer’ — 90년대 그 느낌이 맞다
아무 사전 정보 없이 처음 들었는데도 귀에 바로 꽂혔다. The Verge 기사를 보면, 토모라의 음악을 90년대 댄스 음악에 보내는 ‘열정적인 러브레터’라고 표현한다. 거창해 보이지만, ‘Come Closer’를 실제로 들어보면 납득이 간다. 유포릭 트랜스와 하우스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현대 프로덕션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향수를 파는 게 아니라, 그 에너지를 지금 시점으로 끌어온 느낌이다.
- 드럼 라이브 연주: 전자음만 쓰는 밴드가 아니다. 실제 드럼을 직접 치며 공연한다. 그게 만드는 현장감의 밀도가 다르다.
- 북유럽 미학: 차갑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90년대 댄스 특유의 흥겨움과 섞인다. 이 조합이 독특하다.
- 향수와 신선함의 공존: 90년대를 아는 세대에게는 추억, 모르는 세대에게는 새 장르처럼 들린다.
솔직히 처음엔 단순 복고 재현 밴드인가 싶었다. 그게 아니다. 과거를 흉내 내는 대신, 그 에너지를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지금 언어로 꺼낸 느낌이다. 테크노와 하우스 장르가 다시 주목받는 글로벌 음악 트렌드와도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왜 하필 지금 90년대인가
음악 시장은 주기적으로 과거를 소환한다. 유로댄스, 하우스, 트랜스 — 당시 유행했던 장르들의 공통점은 멜로디컬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비트였다. 지금 다시 이 사운드가 통하는 이유가 뭘까.
디지털 피로감이 하나의 원인이다. 스트리밍 시대의 음악은 점점 정교해졌지만, 그만큼 어딘가 무균실 같다는 느낌도 생긴다. 90년대 댄스 음악은 달랐다. 날것의 에너지가 살아 있었고, 그 거칠함이 지금은 오히려 신선하게 들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달라진 수요도 있다. 직접 춤추고 즐길 수 있는 음악에 대한 갈증이 커졌고, 90년대 댄스는 그 갈증을 정확히 긁는다.
토모라가 혜성처럼 등장한 건 이 타이밍과 무관하지 않다.
인디가 메인스트림을 뚫는 방식
토모라는 거대 소속사 없이 코첼라 무대까지 올랐다. 어떻게? 유튜브, 틱톡, 그리고 The Verge 같은 미디어의 우연한 노출이 쌓인 결과다. The Verge 기사에서 필자가 채널을 잘못 열었다가 발견한 것처럼, 알고리즘과 우연이 맞물리면 국경도 장르도 넘는다.
이건 꽤 중요한 변화다. 예전에는 메이저 레이블 없이 글로벌 노출 자체가 어려웠다. 지금은 음악과 콘셉트가 독창적이면, 마케팅 예산과 무관하게 전 세계 팬을 직접 만난다.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시장을 좌우하던 구도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그 빈틈을 인디 아티스트들이 치고 들어오는 중이다. 음악의 다양성이 넓어지고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도 이 흐름과 연결된다.
K-POP이 눈여겨볼 이유
K-POP은 뉴트로(Newtro) 트렌드를 꾸준히 이어왔다. 과거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는 여러 차례 성공한 공식이기도 하다. 토모라의 등장은 여기에 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북유럽 감성에 90년대 테크노·하우스 조합, 이걸 K-POP 방식으로 소화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국내 리스너들의 새 장르 수용도는 꽤 높다. EDM 페스티벌 팬층이나 인디 음악 팬들 사이에서는 이런 사운드에 대한 갈증이 이미 있다. K-POP 특유의 퍼포먼스와 90년대 댄스 바이브가 만나면 꽤 강력한 조합이 나올 여지가 있다. K-POP 프로듀서들이 토모라 같은 글로벌 트렌드를 분석하고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K-POP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또 한 번 넓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90년대 댄스 바이브를 K-POP 감성으로 풀어낸 히트곡, 생각보다 멀지 않을 수도 있다.
출처: The Ver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