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코트 《Hands Up》 — 하이퍼팝인 척하다 팝 펑크 꺼내는 남매 듀오

필라델피아 남매 듀오 콜드코트가 데뷔 EP 《Hands Up》으로 미국 인디 씬을 흔들었다. 100 Gecs식 하이퍼팝에 팝 펑크·이모를 섞은 이 EP, K-팝 팬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더 버지(The Verge)가 올해 주목할 신인으로 콜드코트(Cold Court)를 꼽았다. 필라델피아 출신 남매 듀오. 데뷔 EP 《Hands Up》이 “전염성 강한 글리치 장르 매시업”이라는 평을 받으며 인디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조용한 등장이라고 부르기엔 반응이 심상치 않다.

하이퍼팝,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0년대 초 100 Gecs가 하이퍼팝을 주류로 끌어올린 이후 이 장르는 빠르게 포화 상태가 됐다. 과도한 비트, 오토튠, 왜곡된 보컬이 사방에서 터지니 “다 비슷하다”는 피로감이 쌓였다. 콜드코트는 그 피로감을 역이용한다. 하이퍼팝 문법은 빌리되, 팝 펑크와 이모(emo) 감성을 섞어 단순 장르 모방을 피했다.

표면은 하이퍼팝인데, 듣다 보면 마이 케미컬 로맨스나 패러모어 멜로디 라인이 슬쩍 고개를 든다. 그 낯섦이 오히려 귀를 붙잡는다. 더 버지가 “메시 수프(messy soup)”라고 표현했는데, 이상하게 맛있다는 게 딱 맞는 말이다.

필리 사운드라는 배경

콜드코트는 오빠-여동생 조합이다. 필라델피아는 소울, 힙합, 펑크가 공존하는 도시다. 그 잡식성 음악 문화가 이들 작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남매 구성은 단순 홍보 포인트가 아니다. 오랜 시간 같은 음악을 듣고 자란 사람들의 호흡은 세션 뮤지션 조합과 다르다. “Dumbest Girl Alive”에서 보컬 레이어링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건 그 결과다. 서로의 취향을 이미 내면화한 상태에서 출발하니 실험적 방향에서도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다.

EP 트랙에서 들리는 것들

《Hands Up》은 단일 장르로 묶기 어렵다. 글리치 사운드가 곡 구조를 흩트리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후렴에서 귀에 박히는 팝 훅이 살아 있다. 더 버지의 평처럼 “장난스럽게 윙크”하는 순간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 팝 펑크 기타 리프 위에 하이퍼팝 비트를 얹는 방식
  • 이모 특유의 감정 과잉을 디지털 왜곡으로 재해석
  • 100 Gecs식 카오스를 유지하면서도 멜로디 가독성 확보
  • 30초 안에 훅을 터뜨리는 틱톡 친화적 구조

결과물은 혼란스럽다. 근데 중독성이 강하다. 한 트랙이 끝나기 전에 이미 다음 트랙이 궁금해진다. 장르 문법을 깨는 곡들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하필 지금 데뷔한 이유

하이퍼팝 전성기가 지나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시점에 데뷔 EP를 냈다. 역설적이다. 콜드코트는 장르 쇠퇴기에 편승한 게 아니라 장르가 충분히 소화된 시점을 기다린 것처럼 보인다. 100 Gecs 팬과 원 다이렉션 팬이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팝 펑크와 하이퍼팝의 교집합은 생각보다 넓은 잠재 청중을 가진다.

스포티파이, 틱톡, 유튜브 쇼츠가 만들어놓은 지금의 음악 소비 환경은 장르 경계를 흐렸다. 30초 안에 귀를 잡아야 하는 구조에서 콜드코트의 글리치 훅은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알고리즘이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시대에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음악이 더 잘 퍼진다.

K-팝 팬도 관심 가져볼 이유

한국 시장에서 하이퍼팝은 아직 틈새 장르다. 그런데 뉴진스·에스파·aespa 등이 전자음악과 팝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이미 해왔다. 콜드코트가 지향하는 방향성은 K-팝이 실험적으로 건드리고 있는 영역과 교차한다. “팝이지만 팝이 아닌” 미학이라는 지점에서 겹친다.

틱톡으로 서구 인디 음악을 접하는 Z세대 한국 리스너에게 《Hands Up》은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된다. 빌리 아일리시와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거쳐 온 귀라면 콜드코트의 글리치 팝 공식이 낯설지 않다. 국내 스트리밍 차트에 오르기엔 아직 이르지만, 인디 씬 플레이리스트와 음악 커뮤니티에서 이름이 먼저 돌기 시작하는 건 시간 문제다. 이런 밴드를 남들보다 일찍 아는 것 자체가 하나의 취향 포인트가 되는 시대이니까.

출처: The Verge

글로벌뉴스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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