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쿠, AI가 만든 방송을 24시간 튼다…반응은 싸늘하다

로쿠가 연 신규 FAST 채널 '로쿠 페어그라운드'는 콘텐츠 전부가 AI 생성물이다. 더버지는 '구유에서 밥 먹는 기분'이라 혹평했고, 국내 FAST·OTT 업계도 곧 비슷한 고민을 마주할 전망이다.

로쿠가 새로 만든 채널엔 사람 손이 닿은 영상이 한 편도 없다. 이름은 ‘로쿠 페어그라운드(Roku Fairground)’. 시작부터 끝까지, 24시간 내내 AI가 뽑아낸 영상만 돌아간다. 더버지 기자가 하루 종일 이 채널을 붙잡고 있어 본 소감은 딱 한 줄로 요약됐다. “구유에서 밥 먹는 기분.”

로쿠 페어그라운드, 뭐가 다른가

로쿠는 미국 스마트TV·스트리밍 기기 시장을 대표하는 플랫폼이다. 자체 무료 광고 기반 채널, 이른바 FAST 라인업을 꾸준히 넓혀왔다. 페어그라운드도 그 목록에 새로 얹혔는데, 기존 FAST 채널들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옛날 시트콤이나 영화, 다큐멘터리를 틀어주던 채널들 사이에 뜬금없이 낀 셈이다.

이 채널을 채우는 건 사람이 기획하고 찍은 영상이 아니다. 텍스트 프롬프트로 뽑아낸 AI 클립들이다. 스토리도 없고, 등장인물 얼굴이 장면마다 바뀌어도 아무도 신경 안 쓴다. 정해진 편성표도 없다. 그냥 짧은 영상이 끊임없이 이어질 뿐이다.

“구유에서 밥 먹는 기분”이라는 그 표현

더버지 기자가 쓴 문구가 꽤 강렬하다. 가축이 구유에 코를 박고 먹이를 먹듯, 맥락 하나 없는 영상을 하염없이 흘려보내는 경험이라는 얘기다. 뭘 골라 보는 게 아니라 그냥 틀어놓고 흘려보내는 구조라 몰입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표현, 좀 과한가 싶다가도 실제 시청 경험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 영상 간 연결성이나 서사가 거의 없다
  • 비슷한 패턴의 장면이 계속 반복된다
  • 어색한 손가락,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같은 AI 특유의 오류가 곳곳에 보인다

결국 이 채널은 ‘본다’기보다 ‘틀어놓는다’에 가깝다. 리뷰의 핵심도 거기 있다.

로쿠는 왜 굳이 AI를 택했나

답은 간단하다. 돈이다. 기존 방송사나 스튜디오에서 콘텐츠를 사 오려면 라이선스 비용이 든다. AI 영상은 생성 비용만 들고 저작권료가 안 붙는다.

로쿠 안에는 이미 수백 개의 무료 FAST 채널이 빼곡하다. 그 틈에서 24시간을 채워야 하는 방송 시간을, 값싸게 메울 수단으로 AI가 떠오른 셈이다. 광고 붙일 자리만 확보되면 콘텐츠 완성도는 뒷전으로 밀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튜브 쇼츠부터 로쿠까지, 번지는 AI 슬롭

품질 낮은 AI 생성 영상이 플랫폼을 채우는 현상, 업계에서는 흔히 ‘AI 슬롭’이라 부른다. 유튜브 쇼츠와 틱톡엔 이미 이런 영상이 넘쳐난다. 오픈AI 소라나 구글 비오 같은 영상 생성 도구가 대중화되면서 제작 문턱은 계속 낮아지는 중이다.

로쿠 페어그라운드가 보여주는 건 이 흐름이 개인 크리에이터 영역을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대형 플랫폼의 정식 편성 채널까지 파고들었다. 콘텐츠 제작사가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 스스로 AI 채널을 편성표에 올렸다는 점, 무게가 다르다.

국내 FAST·OTT 업계도 남 얘기 아니다

한국도 삼성 TV플러스나 LG 채널스 같은 FAST 서비스가 이미 자리를 잡았다. 웨이브, 티빙도 광고 기반 무료 상품을 늘리는 추세다. 로쿠 사례는 이들 플랫폼 역시 조만간 비슷한 선택 앞에 설 신호로 읽힌다.

제작비를 아끼고 싶은 유혹, 국내 사업자라고 다를 게 없다. 다만 국내에선 AI 생성물의 저작권 처리나 초상권 문제가 아직 정리가 덜 됐다. 로쿠처럼 곧바로 AI 전용 채널을 열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다. 무료 채널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반가운 일이다. 근데 그 안을 채우는 콘텐츠가 정말 볼 만한지는 별개 문제다. 로쿠 페어그라운드를 향한 이 혹평, 국내 FAST 채널 확장에도 참고할 사례가 될 만하다.

출처: The Verge

글로벌뉴스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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