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 안드로이드 앱 검증 완전 정리: 구글이 실제로 하는 일과 사이드로드 APK 안전 체크법

    안드로이드 앱 검증 완전 정리: 구글이 실제로 하는 일과 사이드로드 APK 안전 체크법

    손전등 앱이 연락처 접근을 요청해온 적 있다. 거절하고 넘겼는데 찜찜했다. 구글 플레이에서 정식으로 내려받은 앱이었는데도. 알고 보면 이 찜찜한 느낌이 맞다. 앱 출처가 어디든 무조건 신뢰하면 안 된다. 안드로이드 앱 검증 시스템은 그 의심 하나하나를 기술적으로 걸러주는 장치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면 내 폰이 어느 수준까지 보호받고 있는지 직접 판단할 수 있다.

    앱 검증이 뭔가

    구글 플레이 프로텍트(Google Play Protect). 설정 어딘가에서 본 적 있을 텐데, 그게 앱 검증의 핵심 엔진이다. 설치할 때 한 번 훑고 끝나는 게 아니다. 설치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재검사한다. 이 점이 다른 플랫폼과의 결정적인 차이다.

    구글이 확인하는 항목은 크게 세 가지다:

    • 앱 서명(Digital Signature): 개발자가 배포한 원본 파일인지, 중간에 누군가 변조하지 않았는지 확인
    • 행동 분석: 설치 후 앱이 과도한 권한을 요청하거나 수상한 외부 서버와 통신하는지 지속 모니터링
    • 악성코드 데이터베이스 대조: 이미 알려진 악성 앱 목록과 해시값을 비교해 걸러냄

    구글 플레이 프로텍트, 실제로 뭘 잡아내나

    앱을 내려받는 순간 검증이 시작된다. 구글 서버가 해당 앱의 해시값(고유 식별 코드)을 기존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한다. 등록된 악성 앱 기록이 있으면 설치를 막거나 경고를 띄운다. 여기까지는 직관적이다.

    진짜 까다로운 경우는 신종 악성 앱이다. 구글 데이터베이스에 아직 등록되지 않은 것들. 이때 행동 기반 탐지가 역할을 맡는다. 설치 이후에도 앱이 연락처를 몰래 수집하거나, 위치 정보를 외부 서버로 계속 쏘거나, 다른 앱 데이터에 접근을 시도하면 이상 징후로 판단한다. 해시값 대조는 기존에 알려진 위협만 잡지만, 행동 분석은 처음 보는 위협까지 걸러낼 여지가 있다. 이게 플레이 프로텍트의 실질적인 강점이다.

    사이드로드 앱, 왜 문제가 되나

    사이드로드(Sideload)는 공식 앱 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APK 파일을 직접 설치하는 방식이다. 구글 플레이에서 삭제된 앱, 특정 지역에서만 출시된 앱, 개발자 베타 버전이 필요할 때 쓴다. 이 방식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가짜 은행 앱, 게임으로 위장한 악성코드 대부분이 이 경로로 유포된다는 점이다. 공식 스토어의 검수를 통째로 건너뛰기 때문에, 파일 자체를 검증할 주체가 없다. 안드로이드는 사이드로드를 막지는 않는다. 대신 “알 수 없는 출처” 허용을 수동으로 켜야만 외부 APK를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귀찮게 만든 데는 이유가 있다. 설치 시점에 플레이 프로텍트가 한 번 더 스캔하는 이중 장치도 있다. 그래도 공식 검수 과정을 우회한다는 사실 자체가 리스크다.

    서드파티 앱 스토어,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안드로이드는 iOS와 달리 서드파티 앱 스토어를 허용한다. 그런데 다 같은 수준이 아니다. 신뢰도 차이가 꽤 크다:

    • 삼성 갤럭시 스토어: 삼성 기기 전용. 구글 플레이와 별도로 자체 검수를 거친다
    • 아마존 앱스토어: 파이어 기기 외에도 일반 안드로이드에서 설치 가능. 자체 검수 프로세스가 있다
    • F-Droid: 오픈소스 앱만 모아둔 커뮤니티 스토어. 광고 없고 추적 코드 없는 앱들로 구성됐다. 소스코드 자체가 공개되니 투명성은 제일 높다고 봐도 된다
    • APKPure / Aptoide: 비공식 스토어. 검수 기준이 구글 대비 훨씬 느슨하다. 여기서 받은 파일은 일단 의심부터가 맞다

    서드파티 스토어에서 가장 경계할 부분은 앱 서명 검증 기준이 구글만큼 엄격하지 않다는 점이다. F-Droid는 그나마 구조적으로 투명하지만, APKPure처럼 불특정 제3자가 올린 파일을 재배포하는 구조는 다르다. 이건 솔직히 믿고 쓰기에는 찜찜한 구조다.

    9월부터 뭐가 달라지나

    구글이 앱 검증 시스템을 서드파티 앱 스토어까지 확장한다. Ars Technica가 전한 바에 따르면 9월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 갤럭시 스토어, 아마존 앱스토어 같은 인증된 스토어에서 내려받은 앱도 구글의 검증 인프라를 통과해야 설치가 완료된다는 뜻이다.

    실사용자 입장에서 달라지는 건 두 가지다:

    • 설치 속도: 검증 과정이 추가되면서 설치 시간이 소폭 늘어날 수 있다
    • 보안 커버리지 확대: 지금까지 구글 플레이 외 경로로 설치한 앱은 보호 범위가 약했는데, 동일한 보안 기준이 적용된다

    우려도 있다. 구글이 어떤 스토어를 “인증”하느냐에 따라 앱 생태계 판도가 바뀐다. 인증받지 못한 소형 서드파티 스토어는 사실상 사용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이 좁아지는 셈인데, 보안 강화와 개방성 축소를 같은 조치로 묶은 구성이라 입장마다 평가가 갈린다.

    내 폰 보안 상태, 지금 바로 확인하는 법

    구글 플레이 프로텍트 상태는 설정에서 직접 볼 수 있다.

    확인 경로: 구글 플레이 앱 → 프로필 아이콘 → Play 프로텍트

    최근 스캔 결과, 발견된 위협 앱, 활성화 여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기능이 꺼져 있다면 즉시 켜야 한다. 추가로 점검할 항목:

    • “알 수 없는 출처” 허용 앱 목록 확인 (설정 → 앱 → 특별한 앱 권한)
    • 최근 설치 앱 중 출처가 불분명한 것이 있는지 확인
    • 과도한 권한을 요구하는 앱이 있다면 권한 회수 또는 삭제

    결국 어떤 설치 습관이 안전한가

    앱 검증 시스템이 아무리 정교해도, 사용자 행동이 보안의 첫 번째 방어선이다. 기술에만 기대면 반드시 빈틈이 생긴다.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원칙 세 가지:

    • 공식 스토어 우선: 구글 플레이, 삼성 갤럭시 스토어처럼 검수 프로세스가 있는 곳에서만 설치
    • APK 직접 다운로드 최소화: 개발사 공식 사이트에서 직접 제공하는 경우가 아니면 APK 파일 링크는 일단 의심
    • 권한 요청은 꼼꼼히: 손전등 앱이 연락처 접근을 요청하면 설치 안 하는 게 맞다. 타협 없이

    OS 업데이트도 보안과 직결된다. 구글 보안 패치는 이미 발견된 취약점을 차단하는 데 핵심적이다. 업데이트 알림을 습관적으로 미루고 있다면 돌아볼 만하다. 검증 시스템이 강화될수록, 마지막 방어선은 결국 사람이다.

    출처: Ars Technica

  • 태양 지구공학, 진짜로 쓸 수 있는 기후 비상구일까

    태양 지구공학, 진짜로 쓸 수 있는 기후 비상구일까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터졌다. 이산화황 수천만 톤이 성층권을 뒤덮었고, 이듬해 지구 평균 기온이 약 0.5°C 떨어졌다. 과학자들은 이 자연재해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 “우리가 인위적으로 이걸 흉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태어난 게 태양 지구공학이다. SF 소재였던 이 발상이 하버드·옥스퍼드 연구비를 받으며 진지한 과학 논쟁의 중심에 올라섰다. 수십 개 연구팀이 뛰어들었고, 정책 토론장에서도 슬슬 이름이 오르내린다. 효과는 있을까. 있다 해도 써도 되는 건지. 두 질문은 따로 따져봐야 한다.

    태양 지구공학, 개념부터 짚자

    지구공학(Geoengineering)은 크게 두 방향이다. 탄소 제거(Carbon Dioxide Removal, CDR)는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직접 뽑아내는 방식이다. 태양 복사 관리(Solar Radiation Management, SRM), 즉 태양 지구공학은 방향이 다르다. 탄소를 줄이는 게 아니라 들어오는 햇빛 자체를 반사시켜 온도를 낮추자는 것.

    원리는 단순하다. 지구 규모의 차광막을 치는 것. 온실가스는 그대로 두고 오는 열만 막겠다는 발상이다. 이게 솔직히 좀 아찔한 구석이 있다.

    햇빛을 막는 방법 3가지

    1.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SAI)
    가장 많이 연구된 방식이다. 비행기나 기구로 고도 15~25km 성층권에 황산염 같은 반사 입자를 살포한다. 피나투보 화산 사례가 자주 인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이 이미 실험을 한 번 해줬으니.

    2. 해양 구름 밝기 증가(MCB)
    바닷물 입자를 저고도 구름에 뿌려 구름을 더 밝게, 반사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SAI보다 국지적 적용이 가능하고 효과가 비교적 빨리 사라진다. “되돌리기 쉬운 옵션”으로 거론되는 건 이 때문이다.

    3. 우주 차광판
    지구와 태양 사이 라그랑주 점(L1)에 거대한 반사막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다. 이론적으로는 가장 깔끔하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과 비용을 따지면 단기 선택지에는 없다. 그냥 개념 수준.

    시뮬레이션상으로는 된다 — 문제는 그다음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만 보면 SAI는 꽤 강력하다. 성층권에 충분한 반사 입자를 주입하면 지구 평균 기온을 수년 안에 1~2°C 낮추는 게 수치상으로는 가능하다는 얘기다.

    ‘평균 기온’이 전부가 아닌 게 문제다. 지역별 강수 패턴이 통째로 달라진다. 어떤 지역에는 가뭄이, 다른 지역에는 홍수가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MIT 테크 리뷰가 전한 연구들도 이 지점을 반복해서 짚는다 — 지구 시스템은 햇빛 하나만 건드려도 예상 못한 연쇄 반응이 터진다고.

    연구자들도 인정하는 미해결 문제들

    솔직하게 말해서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 종료 문제(Termination Shock): 일단 시작하면 갑자기 못 멈춘다. SAI를 급작스럽게 중단하면 억눌렸던 온난화가 급반등한다. 수십 년을 끊임없이 운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 오존층 파괴: 황산염 입자는 성층권 오존을 분해한다. 기온을 낮추면서 오존층을 깎아먹는 거래가 될 수도 있다.
    • 지역 불균형: 적도 인근 국가들은 강수량 감소 피해를 볼 수 있고, 고위도 국가들은 상대적 이득을 본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나”는 결국 정치 싸움이다.
    • 모니터링 한계: 실제 입자를 뿌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소규모 실험 없이는 모른다. 그런데 소규모 실험조차 시작하는 순간 윤리·법적 논쟁이 터진다.

    찬반 양쪽 논리, 각각 따져보면

    찬성 측 논거는 현실론이다. 탄소 배출 감축이 너무 느리다. 기후 티핑 포인트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최악을 막을 비상 옵션은 최소한 연구라도 해둬야 하지 않냐는 주장이다. 하버드·옥스퍼드가 여기에 연구비를 쏟는 이유기도 하다.

    반대 측은 두 갈래다. 첫째, 윤리적 반대 — “인류가 기후 시스템을 통제할 권리가 있냐”는 근본 질문이다. 둘째가 더 현실적으로 무겁다. 태양 지구공학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생기면 탄소 감축 노력이 느슨해진다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우려다. 기후 운동 진영 상당수가 이 이유로 연구 자체를 반대한다. 이건 좀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다.

    기술보다 어려운 문제 — 누가 결정하나

    기술 난제보다 더 근본적인 게 있다. “누가 결정하나”다.

    태양 지구공학을 규율하는 국제 조약도, 거버넌스 체계도 현재 없다. 경제력과 기술력을 갖춘 어떤 주체가 ‘기후 응급상황’을 명분으로 단독 행동에 나설 경우를 막을 법적 수단도 마땅치 않다.

    2021년 스웨덴에서 하버드대 소형 실험 기구 프로젝트(SCoPEx)가 지역 원주민 단체 등의 반발로 취소됐다. 소규모 실험 하나도 이 정도다. 실제 대규모 배치 단계에서의 충돌은 가늠이 안 된다.

    지금 아는 것, 아직 모르는 것

    태양 지구공학은 기후 비상 브레이크가 아니다. MIT 테크 리뷰 등 주요 과학 매체들의 연구를 모아보면, 현재 상태는 “작동할 수도 있는 아이디어”지 “검증된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확인된 사실:

    • 대규모 화산 폭발은 자연적으로 단기 냉각 효과를 낸다 (실제 사례 존재)
    • 컴퓨터 모델상 SAI는 평균 기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 비용 자체는 다른 기후 대응책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여전히 모르는 것:

    • 실제 지역별 강수 변화가 어느 정도일지
    • 오존층과 생태계에 미치는 장기 영향
    • 수십 년 지속 운영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 국제 사회가 합의에 이를 수 있는지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될수록 이 논쟁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기술이 준비되기 전에 사회적 합의 틀부터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과학계 내부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연구와 거버넌스 논의를 동시에 굴려야 할 시점이다.

    출처: MIT Tech Review AI

  • 암흑물질, 60년째 못 잡고 있는 우주의 27%

    암흑물질, 60년째 못 잡고 있는 우주의 27%

    우주 질량의 27%는 아직도 정체불명이다. 이름만 붙어 있다 — 암흑물질(Dark Matter). 빛을 내지 않고, 반사도 안 하고, 전자기파 어디에도 안 걸린다. 존재한다는 간접 증거는 수십 년째 쌓이는 중인데, 직접 잡아낸 사람은 60년이 지나도록 단 한 명도 없다.

    중력은 있는데 아무것도 안 보인다

    SF 설정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정밀 관측과 계산에서 나온 개념이다.

    우주에는 별, 행성, 가스 같은 눈에 보이는 물질이 있다. 이걸 바리온 물질이라 부른다. 문제는 이 보이는 물질만으로는 은하 회전 속도나 은하단 구조를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단순 계산상, 관측된 질량만 있다면 은하 바깥쪽 별들이 그 속도로 돌 수가 없다. 뭔가 더 있어야 한다. 그게 암흑물질이다.

    정의는 단순하다. 중력은 발생시키지만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물질. 전자기력에 반응하지 않으니 보이지 않고, 약한 핵력에도 거의 반응하지 않으니 잡히지 않는다. 남은 건 중력뿐이다.

    증거는 넘치는데, 본 적은 없다

    역설이다. 없다고 주장하기엔 증거가 너무 많고, 있다고 확신하기엔 직접 검출이 없다.

    • 은하 회전 곡선: 1970년대 천문학자 베라 루빈이 발견했다. 은하 바깥쪽 별들이 이론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돈다. 보이는 질량만으론 설명이 안 된다.
    • 중력 렌즈 효과: 빛은 거대한 질량 근처에서 휜다. 보이지 않는 천체가 만드는 렌즈 패턴이 반복적으로 관측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빛을 구부리고 있다는 뜻이다.
    • 총알 은하단 충돌: 두 은하단이 충돌한 뒤, 가스는 한곳에 뭉쳤는데 중력 중심이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보이지 않는 물질이 충돌 과정에서 그대로 통과했다는 강력한 근거다.
    • 우주 배경 복사(CMB): 빅뱅 직후 온도 요동 패턴이 암흑물질의 존재를 가정할 때에만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맞아떨어지는 정밀도가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깔끔하다.

    증거는 있다. 직접 잡기만 하면 된다. 그게 60년째 안 된다.

    WIMP, 60년 1등 후보의 추락

    물리학계가 가장 오래, 가장 진지하게 믿어온 후보는 WIMP(약하게 상호작용하는 거대 입자, 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다.

    각광받은 이유가 있었다. 초대칭 이론(SUSY)에서 자연스럽게 예측되는 입자였고, 질량 범위도 실험적으로 탐지하기 적당했다. LHC(대형 강입자 충돌기)에서 찾으면 되겠다는 기대도 컸다.

    결과는 참담했다. LHC는 10년 넘게 WIMP를 찾지 못했다. 지하 1km 아래 설치된 액체 제논 검출기들 — LUX, XENON1T, PandaX-4T — 도 마찬가지였다. 실험 민감도는 매년 높아지는데 신호는 없었다. 솔직히 완전히 틀린 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단순한 형태의 WIMP는 이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WIMP 이후, 새로 올라온 후보들

    탐색 전선이 확 넓어졌다. 물리학계가 진지하게 다루는 후보만 추려도 네 가지다.

    • 액시온(Axion): 원래 강한 핵력의 CP 위반 문제를 해결하려고 제안된 입자다. 질량이 극히 작고, 특정 조건에서 광자로 변환될 수 있다. 미국 ADMX 실험이 마이크로파 공진기로 탐색 중이다.
    • 스테릴 중성미자(Sterile Neutrino): 일반 중성미자보다 훨씬 무거운 변종으로, 중력으로만 상호작용한다. X선 천문 관측에서 힌트가 나왔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초경량 암흑물질(Fuzzy Dark Matter): 질량이 너무 작아 파동처럼 행동하는 암흑물질이다. 소규모 은하 구조 문제에 답을 줄 가능성 때문에 최근 관련 논문이 빠르게 늘고 있다.
    • 원시 블랙홀(Primordial Black Holes): 빅뱅 초기에 생성된 소형 블랙홀이 암흑물질일 수 있다는 이론이다. LIGO의 중력파 검출 이후 논의가 다시 살아났다.

    지금 지하 1,500m에서 뭘 하고 있나

    전 세계 물리학자들이 손 놓고 있는 게 아니다. 전략이 다각화되면서 실험 설계도 훨씬 창의적으로 바뀌었다.

    • LZ(LUX-ZEPLIN): 미국 사우스다코타 지하 1,500m에 위치한 액체 제논 검출기.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직접 탐지 실험으로, WIMP 외에도 더 넓은 질량 범위를 커버한다.
    • ADMX: 워싱턴대에서 운영하는 액시온 전용 실험. 강력한 자기장 속에서 액시온이 광자로 변환되는 신호를 잡아낸다.
    • SENSEI와 CDEX: 초경량 암흑물질 탐색용으로 설계된 실험들이다. WIMP보다 훨씬 가벼운 입자까지 탐색 범위를 내렸다.
    • CMB-S4: 차세대 우주 배경 복사 관측 프로젝트. 암흑물질의 우주론적 특성을 더 정밀하게 제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핵심 변화는 탐색 방향이 “WIMP 하나”에서 “질량 범위 전방위 커버”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좁은 창문을 들여다보던 방식에서, 창문 전체를 뜯어내는 전략으로 바뀌었다. 이건 후퇴가 아니라 전략 진화다.

    발견되면 뭐가 달라지나

    암흑물질 검출이 단순히 물리학자들의 숙제 해결로 끝나지 않는다.

    우선 표준 모형(Standard Model)이 근본적으로 수정되거나 확장된다. 현대 물리학의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는 얘기다. 암흑물질의 정체에 따라선 에너지·검출 기술에도 새 응용이 열린다. 액시온이 발견된다면, 강한 자기장과 마이크로파를 활용한 에너지 변환 연구가 본격화될 여지가 생긴다. 은하 형성 과정부터 우주의 미래 예측까지, 우주론 전반도 수정된다.

    이걸 20세기 양자역학 발견에 비견하는 물리학자들이 적지 않은데, 그게 과장이 아니라고 본다. 양자역학이 트랜지스터, 레이저, MRI를 낳았듯이, 암흑물질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지금으론 상상하기 어려운 기술들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답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건 맞다

    수십 년간 가장 유력하던 이론이 실험에서 계속 빗나간다는 건 불편한 사실이다. 그런데 물리학계의 반응은 포기가 아닌 전략 전환이었다. WIMP 탐색 실패 이후 오히려 탐색 범위가 넓어지고, 실험 기법이 정교해졌다.

    우주의 27%가 뭔지 모른다는 건, 우리가 아는 우주가 전체의 5%도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으로 10년이 암흑물질 연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LZ와 CMB-S4, 차세대 액시온 탐색 실험들이 본격 가동되면 “아직 못 찾았다”에서 “이 영역엔 없다”로 범위가 빠르게 좁혀질 것이다. 범위가 좁혀진다는 건 답에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출처: MIT Tech Review AI

  • HBO맥스 연간 구독 28% 할인, 7월 15일 마감

    HBO맥스 연간 구독 28% 할인, 7월 15일 마감

    Max(공식 명칭이 바뀐 HBO맥스)가 연간 구독 전 요금제를 28% 할인한다. 마감은 2026년 7월 15일. The Verge 보도를 보면, 신규 가입자뿐 아니라 한때 구독하다 끊었던 복귀 구독자까지 이 가격에 들어올 수 있다.

    숫자로 보면 이렇다

    광고 포함(With Ads) 연간 플랜 기준, 정가 $109.99에서 $78.99로 내려간다. 1년에 $31 아끼는 셈이고, 월로 쪼개면 $6.58이다. 28% 할인율은 요금제 구분 없이 동일하게 적용되니까, 광고 없는 Ad-Free 플랜이나 4K Ultimate 플랜을 써도 같은 비율로 싸진다.

    연간 플랜이라 선납이다. 한 번에 내야 한다. 근데 어차피 월간 구독보다 연간이 기본적으로 저렴한데, 여기서 28%가 또 빠지는 구조다. 이중 할인이라 불러도 틀리지 않는다.

    콘텐츠 줄 세워보면

    Max 라이브러리는 HBO 오리지널만 봐도 이유가 충분하다.

    • 《하우스 오브 드래곤》 — 왕좌의 게임 프리퀄, 시즌2까지 공개
    • 《더 라스트 오브 어스》 — 시즌2 방영 완료, 시즌3 제작 중
    • 《석세션》 — 넷플릭스에서는 못 보는 HBO 독점
    • 《화이트 로터스》 — 시즌3 공개 이후 입소문 탄 작품
    • 《유포리아》 — 시즌3 제작 확정

    여기다 워너브라더스 극장 개봉작, DC 콘텐츠, CNN 뉴스 아카이브까지 묶인다. 넷플릭스와 결이 달라서 두 서비스 동시 구독자가 많은 것도 이해는 된다. 굳이 비교하자면 넷플릭스가 폭이 넓다면, Max는 HBO라는 뾰족한 칼이 있다.

    ‘복귀 구독자’까지 열어줬다는 게 포인트

    이런 프로모션은 보통 신규 가입자 전용으로 나온다. 그런데 이번엔 returning subscribers, 즉 기존 구독 해지 이력이 있는 사람도 적용된다. 한 번이라도 가입한 적 있다가 끊은 계정이면 이 가격에 재진입이 된다는 뜻이다. 드문 경우다.

    이미 월간으로 구독 중이라면 설정에서 연간 플랜으로 전환하면 된다. 단, 플랫폼마다 전환 시점 처리 방식이 다를 수 있으니 결제 주기를 미리 확인하고 움직이는 편이 낫다. 전환 직후 이중 청구가 발생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경쟁 서비스 월 환산 가격, 직접 대보면

    2026년 기준 광고형 연간 플랜 월 환산가를 나란히 놓으면:

    • 넷플릭스 광고형: 월 약 $7.99
    • 디즈니+ 광고형: 월 $7.99 전후
    • 애플TV+: 연 $99 (월 환산 $8.25)
    • Max 광고형 (이번 딜 적용): 월 환산 $6.58

    숫자만 보면 Max가 이 구간에서 제일 싸다. 콘텐츠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가격만 따지면 지금이 진입 타이밍으로 나쁘지 않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한국 유저가 실제로 챙길 수 있는 건

    솔직하게 말하면, 이번 28% 할인은 북미 시장 프로모션이다. 달러 기준이고, 한국 Max는 별도 요금제로 운영된다. 이번 딜이 국내에 동일 적용된다는 공지는 아직 없다.

    그래도 아예 무시하기는 이르다. Max가 한국 시장에 2023년 진출한 이후 구독자 확보용 프로모션을 꾸준히 써왔다. 미국에서 공격적인 할인 기조가 이어지면, 한국에도 유사한 이벤트가 따라오는 패턴이 OTT 업계에선 낯설지 않다. 과거에도 그랬다.

    당장 가입을 고민 중이라면 Max 한국 공식 앱 알림을 켜두는 게 실질적인 방법이다. 《화이트 로터스》 시즌3 이후 국내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 하반기 신작 시즌에 맞춰 할인 카드를 꺼낼 유인은 충분하다.

    출처: The Verge

  • 128픽셀짜리 게임보이 카메라, 이제 스마트폰에서도 쓴다

    128픽셀짜리 게임보이 카메라, 이제 스마트폰에서도 쓴다

    128×112 픽셀. 4단계 회색조. 저장 가능한 사진 30장. 1998년 닌텐도가 내놓은 게임보이 카메라의 스펙이다. 출시 당시에도 쓸 만한 화질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카메라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시대가 됐다.

    GB 오퍼레이터, 이게 뭐냐면

    미국 스타트업 에필로그(Epilogue)가 만든 GB 오퍼레이터50달러(약 6만 8천 원)짜리 소형 액세서리다. 게임보이, 게임보이 컬러, 게임보이 어드밴스 카트리지를 USB로 PC나 다른 기기에 연결해주는 기기다. 기능이 단순한 롬 복사에 그치지 않는다. 카트리지 정품 인증, 세이브 데이터 백업, 실제 게임 플레이까지 된다. 레트로 게임 커뮤니티에서 ‘합법적인 에뮬레이션 솔루션’으로 자리 잡은 제품이고, 닌텐도 지식재산권 논란 없이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2년 전엔 PC 웹캠, 이번엔 스마트폰

    에필로그는 2년 전 게임보이 카메라를 PC 데스크톱 웹캠으로 쓰는 기능을 추가했다. Zoom 화상회의에 1998년 화질로 참석하는 게 잠깐 유행이 됐고, 유튜브 테크 채널들이 앞다퉈 영상을 올렸다. 이번엔 한 단계 더 나아간 거다. iOS·안드로이드 전용 앱과 연동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GB 오퍼레이터를 스마트폰에 연결하면 게임보이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폰에서 바로 확인·저장할 수 있다. 실시간 미리보기가 되는지는 아직 상세 스펙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캡처 후 전송은 확실히 지원된다고 The Verge가 전했다.

    스펙이 얼마나 레트로였냐면

    게임보이 카메라는 출시 당시에도 경쟁 제품 대비 성능이 한참 뒤처졌다. 동시기 PC용 웹캠보다 해상도가 낮았고, 색상 표현은 아예 없었다.

    • 해상도: 128×112 픽셀 — 아이폰 16 Pro 메인 카메라(4,800만 화소)의 1/800 수준
    • 색상: 4단계 회색조(녹색 계열 틴트)
    • 저장 용량: 사진 최대 30장
    • 출시 가격: 당시 50달러 / 현재 중고 시장 3만~10만 원
    • 셔터 속도: 느린 편.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는 뭉개진다

    그런데도 이 카트리지가 레트로 수집가들 사이에서 5만~15만 원에 거래된다. 이베이에서 상태 좋은 제품은 50달러를 훌쩍 넘긴다. 솔직히 납득이 안 되는 가격인데, 그럼에도 거래가 된다는 게 이 카메라의 묘한 매력이다. 희소성과 감성이 스펙을 이긴 전형적인 사례다.

    DAZZ·구닥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얘기다

    레트로 카메라 앱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국내에서만 해도 DAZZ, 구닥, Grainy Cam이 수백만 다운로드를 기록 중이고, AI 기반 레트로 필터 앱도 계속 나오고 있다. 공통점은 실제 하드웨어의 질감을 소프트웨어로 시뮬레이션한다는 것이다. 정교하게 만든 가짜.

    GB 오퍼레이터 + 게임보이 카메라 조합은 접근 자체가 다르다. 1998년 실제 하드웨어의 이미지 센서와 프로세서가 직접 이미지를 처리한다. 고유의 노이즈 패턴, 느린 셔터 처리 방식, 렌즈 특성이 결과물에 그대로 남는다. 소프트웨어 필터로는 흉내내기 힘든 ‘진짜 결함’이 있다는 뜻이다. 요즘 크리에이터들이 찾는 ‘오리지널리티’와 정확히 맞닿는 지점이다.

    틱톡·릴스에서 통할 수 있는 이유

    숏폼 플랫폼엔 역설적인 공식이 있다. ‘최악인데 매력적인’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탄다. 128픽셀 셀카, 뭉개진 도시 풍경, 픽셀 덩어리가 된 음식 사진. 이런 결과물이 피드에서 오히려 눈에 띈다. 2년 전 웹캠 기능이 나왔을 때 유튜브에서 수십만 뷰를 기록한 영상들이 쏟아졌다. 이번에 모바일 앱 연동이 되면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찍고 바로 올리는 흐름이 가능해지니까. SNS 확산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다.

    국내 레트로 팬에게 실질적인 얘기

    한국의 레트로 게임 시장은 생각보다 탄탄하다. 번개장터와 당근마켓에서 게임보이 관련 매물은 꾸준히 올라오고, 국내 레트로 게임 유튜브 채널들은 영상당 평균 10만~50만 뷰를 기록한다. GB 오퍼레이터는 에필로그 공식 사이트에서 직구 가능하며 배송비 포함 시 약 8만~10만 원 선이다.

    문제는 게임보이 카메라 카트리지 자체다. 국내에서는 중고로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오른 상태라 처음 세팅하는 데 총 15만~25만 원은 각오해야 한다. 이건 좀 과한 진입 비용이긴 하다. 반면 이미 게임보이 카트리지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군더더기 없는 업그레이드다. 서랍 속에 잠자던 카트리지를 꺼내 스마트폰과 연결하는 새로운 활용법이 생긴 셈이니까. 레트로와 모바일의 교차점. 당분간 이 조합이 SNS에서 심심찮게 보일 것 같다.

    출처: The Verge

  • 스팀 컨트롤러 예약했더니 2027년 — 밸브 대기열, 생각보다 훨씬 길다

    스팀 컨트롤러 예약했더니 2027년 — 밸브 대기열, 생각보다 훨씬 길다

    배송 예정일이 2027년이다. 잘못 읽은 게 아니다. 밸브가 스팀 컨트롤러 예약 페이지에 배송 예상 시점을 공개했는데, 상당수 예약자들이 2027년 안내를 받고 있다.

    배송 시점, 세 구간으로 나뉜다

    밸브가 표시한 배송 구간은 세 단계다. 2026년 9월까지, 2026년 12월까지, 2027년 중. 예약 순서에 따라 어느 구간인지 확인된다.

    The Verge 보도를 보면 이미 2027년 배송 예정 안내를 받은 예약자가 적지 않다. 가장 이른 9월 구간조차 지금 기준으로 넉 달 이상 남은 셈이다. 예약 버튼을 눌렀을 때는 설마 2027년까지 기다릴 줄 몰랐을 거다.

    7년 만의 귀환, 기다리던 사람은 많았다

    오리지널 스팀 컨트롤러는 2015년 나왔다가 2019년 단종됐다. 아날로그 스틱 대신 햅틱 트랙패드 2개를 달아 마우스·키보드가 필수인 PC 게임을 컨트롤러로 즐길 수 있게 만든 물건이었다. 독특한 설계였고, 단종 이후에도 중고 거래가 꾸준히 이어질 만큼 팬이 두터웠다.

    밸브는 2024년부터 신형 개발 신호를 보내며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스팀 덱이 자리를 잡으면서 밸브 하드웨어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간 시점이었고, 수요가 한꺼번에 몰렸다. 결과가 이렇게 됐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밸브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전체 인력이 약 350명.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하드웨어 대량 생산 인프라를 갖춘 곳과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 스팀 덱 출시 때도 초반 수개월간 공급 부족에 시달렸던 게 바로 이 이유다.

    • 선예약 구조 특성상 수요 예측이 원래 어렵다
    • 부품 조달과 제조사 생산 일정 조율이 소프트웨어 배포처럼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
    • 스팀 덱 생산 라인과 자원을 나눠 써야 한다

    이 구조적 한계가 이번에도 그대로 반복되는 중이다. 솔직히 밸브 팬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했을 수도 있다. 스팀 덱 때도 똑같이 겪었으니까.

    기다리는 동안 쓸 만한 선택지

    스팀 컨트롤러만 기다릴 수는 없다면 선택지가 없는 건 아니다. 8BitDo 얼티밋 컨트롤러는 홀 이펙트 스틱과 트리거를 달아 드리프트 걱정이 없고, Xbox 무선 컨트롤러는 PC 호환성이 이미 검증됐다. 소니 DualSense는 PC에서도 햅틱 피드백을 어느 정도 쓸 수 있다.

    다만 이 중 어느 것도 트랙패드 기반 마우스 에뮬레이션은 안 된다. 스팀 컨트롤러를 기다리는 핵심 이유가 바로 그거라면, 솔직히 대안이라기보다 버티기용에 가깝다.

    직구 예약자라면 2027년 중후반까지 각오를

    밸브는 한국 공식 스토어가 없다. 스팀 컨트롤러도 글로벌 예약 기준으로 운영되고, 직구 주문이면 통관과 국제 배송 기간이 덤으로 붙는다. 2027년 배송 예정이라면 실제 손에 들어오는 건 2027년 중후반일 가능성이 높다.

    취소하고 다시 예약하면? 더 뒤로 밀린다. 밸브가 제시한 일정이 실제로 지켜질지도 확실하지 않다. 스팀 컨트롤러 하나만 바라보기보다 대안을 병행 검토하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다.

    스팀 덱 이후 국내 PC 게이머들 사이에서 밸브 생태계에 대한 기대가 꽤 높아졌는데, 이번 배송 지연이 그 기대감에 냉수를 끼얹는 모양새다. 밸브가 하드웨어 기업으로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생산 인프라 투자가 먼저라는 말이 이번에도 나오는 이유다.

    출처: The Verge

  • 전쟁에 AI를 쓰면 어떻게 되나 — 군사 AI의 실체와 킬러 로봇 논쟁

    전쟁에 AI를 쓰면 어떻게 되나 — 군사 AI의 실체와 킬러 로봇 논쟁

    미군은 현재 AI로 드론 표적을 식별하고, 물류 경로를 최적화하고, 사이버 공격을 탐지한다.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실제로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들이다. 문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AI가 ‘조언자’ 수준까지 격상되면 어떻게 되냐는 거다. 책임은 누가 지나, 국제법은 어디에 적용되나 — 전쟁의 규칙 자체를 다시 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군사 AI, 지금 어디까지 들어와 있나

    군사 분야 AI 활용은 크게 네 층위로 나뉜다.

    • 정보·감시·정찰(ISR): 위성 이미지, 드론 영상 같은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적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인간 분석가가 수백 시간을 쏟아야 할 작업을 몇 분 만에 처리한다.
    • 사이버전: 네트워크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공격 패턴을 학습해 방어 체계를 자동 조정한다.
    • 물류·유지보수: 장비 고장 시점을 예측하고 보급로를 최적화해 전투 지속력을 높인다.
    • 의사결정 지원: 수천 가지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지휘관에게 최적 선택지를 제시한다. 이 부분이 가장 논쟁적이다. 사실 이게 핵심이기도 하고.

    미국 국방부가 추진 중인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 프로젝트는 이 네 층위를 하나로 통합하는 걸 목표로 한다. 육해공 드론, 위성, 병사 착용 센서까지 연결해 AI가 전장 전체를 한눈에 조망하는 구조다. 완성되면 지휘관 한 명이 파악하는 전황의 범위가 지금과는 차원이 달라진다.

    AI가 전쟁 결정에 개입하는 세 단계

    결정적 차이는 AI가 ‘언제’ 개입하느냐다. 현재 군사 AI는 세 단계로 분류된다.

    • 인간 주도(Human-in-the-loop): AI가 분석하고 추천하지만 최종 결정은 사람이 내린다. 현재 대부분의 시스템이 여기에 해당한다.
    • 인간 감독(Human-on-the-loop): AI가 자동으로 행동하되, 인간이 개입해 중단시킬 수 있다. 일부 방공 시스템이 이 방식을 쓴다.
    • 완전 자율(Human-out-of-the-loop): AI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국제 사회에서 ‘킬러 로봇’이라 부르며 규제를 논의 중인 단계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보도를 보면, 최근 군사 AI는 단순 분석 도구를 넘어 ‘조언자’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다. 지휘관이 “이 작전의 최적 실행 방안은?”을 AI에게 묻고, AI가 구체적인 전술까지 제안하는 형태다. 인간 참모가 하던 역할을 AI가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이 지점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거다.

    미국, 중국, 이스라엘, 그리고 한국

    군사 AI 경쟁은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로 압축된다.

    미국은 팔란티어(Palantir)의 Maven Smart System을 실전 배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전 테스트를 거쳤고, 표적 식별 속도가 인간 분석가 대비 수십 배 빠르다는 평가다. 앤드루릭(Anduril)은 자율 드론 시스템을 개발 중이고, 오픈AI도 국방부와의 협력을 공식화했다.

    중국은 ‘지능화 전쟁(智能化战争)’을 공식 군사 독트린으로 채택했다. 인민해방군은 AI 기반 무인 전투체계 개발에 집중 투자하면서 민간 AI 기업과의 군민 융합을 제도화한 상태다.

    이스라엘은 가장 실전 경험이 많은 군사 AI 운용국 중 하나다. 가자 분쟁에서 AI 표적 선정 시스템 ‘라벤더(Lavender)’와 ‘복음(Gospel)’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리 논란에 불을 붙였다. 단순한 기술 논쟁이 아니라 ‘누구를 죽일지 AI가 결정했다’는 문제라 파장이 컸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AI 기반 드론 군집 운용과 자율 감시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맞물려 자율 방어 체계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제법은 이걸 어떻게 처리하나

    가장 뜨거운 논쟁은 ‘킬러 로봇’을 금지할 국제 조약이 필요하냐는 문제다.

    현재 국제인도법(IHL)은 두 가지 원칙을 요구한다. 군사 목표물과 민간인을 구별해야 한다는 ‘구별 원칙’, 과도한 피해를 금지하는 ‘비례성 원칙’이다. 문제는 AI가 이 원칙을 실시간으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낼 때 책임이 어디로 가느냐다.

    • 개발사? 알고리즘 설계 결함이라면 가능은 하다. 하지만 전시에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다.
    • 지휘관? AI의 결정을 사전에 승인했다면 책임이 있다. 수천 건의 자율 판단을 일일이 예측하기가 불가능한 게 문제지만.
    • 국가?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적인 책임 주체다. 실질적 억지력이 없다는 게 문제고.

    유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회의에서 자율무기 규제 논의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 러시아, 중국 모두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에 반대한다. 군비 경쟁을 스스로 제한할 이유가 없으니까. 이쪽은 기술보다 정치가 더 큰 벽이다.

    군사 AI가 안고 있는 구조적 위험 3가지

    1. 속도의 역설: AI는 인간보다 빠르게 결정한다. 하지만 분쟁 상황에서 너무 빠른 결정은 위기를 확대한다. AI가 오판해 공격 명령을 내리면, 인간이 개입할 시간 자체가 사라진다. 1983년 소련 핵 경보 오작동 사건에서 장교 페트로프가 직감으로 발사 명령을 거부했다. AI에게는 그 직감이 없다.

    2. 데이터 편향: AI는 학습 데이터의 편향을 그대로 흡수한다. 과거 분쟁 데이터로 훈련된 AI가 특정 인종, 복장, 지역을 위험 신호로 학습했다면? 편향된 표적 선정이 자동화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3. 해킹과 기만: 군사 AI 시스템은 적의 사이버 공격과 ‘적대적 예시(adversarial example)’ 공격에 취약하다. 정지 표지판에 스티커 하나를 붙여 자율주행 AI를 속이는 것처럼, 군사 드론의 표적 인식 AI도 같은 방식으로 교란될 수 있다. 아직 뚜렷한 해법이 없다.

    자주 나오는 질문들

    Q. AI가 핵 발사 결정을 내릴 수도 있나?
    공식적으로 핵무기 지휘통제 체계에 AI를 연결하는 국가는 없다. 그런데 핵 조기경보 시스템의 데이터 분석에 AI가 개입하는 건 별개 문제다. 잘못된 경보를 AI가 ‘위협’으로 판단해 의사결정 흐름을 가속화할 위험은 실제로 존재한다.

    Q. 민간 AI 기업은 군사 계약을 거부할 수 있나?
    구글은 2018년 ‘프로젝트 메이븐’ 참여를 직원 반발로 철회했다. 하지만 오픈AI, 팔란티어 등 많은 기업이 국방 계약을 적극 수주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사내 윤리 정책보다 시장 압력이 더 강하게 작동하는 현실이다.

    Q. 한국군은 어떤 AI를 쓰나?
    공개된 내용 기준으로는 드론 군집 제어, 영상 기반 감시 시스템, AI 기반 사이버 위협 탐지 분야에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율 방어 체계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결국 기술보다 규칙이 문제다

    군사 AI 기술은 이미 인간의 규범 논의 속도를 앞질렀다. 무기를 만드는 데는 18개월이면 되지만, 국제 조약을 체결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

    핵심은 두 가지다. AI가 ‘최종 결정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법제화하는 것. 군사 AI 오작동에 대한 명확한 책임 구조를 만드는 것. 이 두 가지 없이 기술만 발전하면, 전쟁의 문턱은 낮아지고 통제력은 약해지는 방향으로만 간다.

    이 분야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더 강력한 AI가 아니다. AI를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인간의 의지, 그리고 그 의지를 제도로 만드는 속도다.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출처: MIT Tech Review AI

  • 소프트웨어 지원 끊긴 스마트 가전, 그 뒤에 벌어지는 일들

    소프트웨어 지원 끊긴 스마트 가전, 그 뒤에 벌어지는 일들

    냉장고가 해킹당한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도 솔직히 코웃음쳤다. 근데 따지고 보면 전혀 황당한 얘기가 아니다. 인터넷에 연결된 가전이 보안 패치를 받지 못하면, 그 기기는 사실상 열린 창문이 된다. 스마트 TV, 연결형 냉장고, Wi-Fi 도어락, 스마트 세탁기. 집 안 IoT 기기 수를 세어보면 생각보다 꽤 많다. 그런데 제조사 지원이 끊긴 뒤 뭐가 달라지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스마트폰은 그나마 낫다. 삼성 갤럭시 주력 기종은 4~7년, 아이폰은 5~6년치 업데이트를 공식으로 약속한다. 냉장고는? TV는? 제조사가 가전 소프트웨어 지원 기간을 공식 명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10년 쓸 냉장고를 사면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까지 기대하기엔 현실이 너무 다르다.

    업데이트 중단,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크게 두 갈래다. 기능 업데이트는 새 기능 추가나 앱 UI 개선. 보안 패치는 발견된 취약점을 틀어막는 수정본. 지원 종료는 이 둘 다 멈춘다는 뜻이다.

    스마트 가전은 안드로이드 기반이거나 자체 RTOS(실시간 운영 체제)를 쓴다. 제조사가 손을 놓으면 기기는 마지막 펌웨어 버전에 영구 고정된다. 그 이후 발견된 취약점은 그냥 방치된다. 고쳐줄 사람이 없으니까.

    실제로 어떤 문제가 생기나

    당장은 티가 안 난다. 냉장고는 여전히 차갑고, TV는 잘 켜진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슬금슬금 드러난다.

    • 보안 취약점 노출: 지원 끊긴 기기는 해커 입장에서 만만한 타깃이다. 패치 없는 취약점을 통해 기기를 봇넷에 끌어들이거나, 같은 네트워크의 스마트폰·노트북·공유기를 공격하는 발판으로 쓴다.
    • 앱·서비스 연동 끊김: 삼성 SmartThings, LG ThinQ 같은 스마트홈 플랫폼은 계속 업데이트된다. 가전 펌웨어가 너무 낡으면 플랫폼과 통신 프로토콜이 어긋나 앱 연동이 끊겨버린다.
    • 음성 어시스턴트 지원 중단: 구글 어시스턴트나 알렉사 연동 기능이 어느 날 갑자기 먹통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시스턴트 API가 바뀌는데 가전 펌웨어가 따라가질 못해서다.
    • OTT 앱 퇴출: 스마트 TV에서 넷플릭스, 유튜브가 사라지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TV 제조사가 아니라 넷플릭스·유튜브 쪽에서 구형 TV 앱 지원을 끊으면서 벌어진다.

    제조사가 지원을 끊는 이유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 안 된다. 개발자 인력, 테스트 인프라, 취약점 탐색 — 전부 비용이다. 팔리지 않는 구형 제품에 자원을 쏟으면 신제품 경쟁력이 깎인다.

    기기마다 칩셋과 OS 버전이 달라서 구형 기기 지원에는 별도 코드 분기를 유지해야 한다. 모델 수가 많은 대형 가전사일수록 이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유럽의 사이버복원력법(CRA)처럼 IoT 기기 최소 지원 기간을 법으로 강제하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전 세계 통일 기준은 아직 없다. Engadget 보도를 보면, 미국 소비자들은 스마트 가전 구매 시 소프트웨어 지원 기간을 거의 따지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게 문제다.

    계속 써도 되는 경우 vs 교체를 고려할 때

    지원 종료 기기를 당장 다 버릴 필요는 없다. 판단 기준은 네트워크 연결 방식과 용도에 달려 있다.

    계속 사용해도 비교적 안전한 경우:

    • 인터넷에서 분리해 냉장고 온도 조절 같은 로컬 기능만 쓸 때
    • 기기에 로그인 계정, 결제 정보 같은 민감한 데이터가 없을 때
    • 스마트 기능은 쓰지 않고 가전 본연의 기능만 활용할 때

    교체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는 경우:

    • 홈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고, 같은 네트워크에 NAS·업무용 노트북 같은 민감한 기기가 붙어 있을 때
    • 스마트 도어락, 보안 카메라처럼 물리적 보안과 직결된 기기일 때
    • 의료 데이터나 건강 정보를 처리하는 웨어러블·가전일 때

    스마트 가전 살 때 꼭 확인할 것들

    이미 산 건 어쩔 수 없다. 다음 구매부터라도 다르게 접근하면 된다.

    • 소프트웨어 지원 기간 명시 여부: 제조사가 “X년간 보안 업데이트 제공”을 공식으로 약속하는지 확인한다. 아무 언급 없으면 지원이 짧다고 봐야 한다.
    • 플랫폼 종속성 확인: 특정 앱이나 클라우드 서비스 없이도 기본 기능이 돌아가는지 체크한다. 클라우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기는 서비스 종료 시 그냥 벽돌이 된다.
    • Matter / 오픈 표준 지원: 스마트홈 기기라면 Matter 프로토콜 지원 여부를 확인한다. 특정 생태계에 묶이지 않는 오픈 표준 기기는 제조사 지원이 끊겨도 서드파티 플랫폼으로 전환이 훨씬 수월하다.
    • 커뮤니티 지원 가능성: 오픈소스 펌웨어 생태계나 활성 DIY 커뮤니티가 있는 제품군은 공식 지원 종료 후에도 수명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지원 종료 기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조치

    교체가 당장 어렵다면 위험을 낮출 방법은 있다.

    1. IoT 전용 네트워크 분리: 공유기 설정에서 게스트 네트워크(Guest Network)를 만들어 스마트 가전만 연결한다. 가전이 해킹돼도 메인 네트워크의 다른 기기로 공격이 번지는 걸 막는 구조다.

    2. 불필요한 스마트 기능 비활성화: 냉장고나 TV에서 앱, 음성 인식, 카메라 기능을 안 쓴다면 설정에서 꺼둔다. 공격 표면(attack surface)을 줄이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3. 기본 비밀번호 즉시 변경: 기기 관리자 비밀번호를 반드시 교체한다. 수많은 IoT 해킹 사례가 기본 비밀번호를 그대로 둔 기기에서 시작됐다.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인데도 안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4. 공유기 펌웨어 최신 유지: 가전 펌웨어를 업데이트 못 해도 공유기 보안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면 네트워크 레벨에서 방어선을 만들 수 있다.

    스마트 가전을 산다는 건 물리적 내구성만 사는 게 아니다. 소프트웨어 지원 주기도 함께 사는 것이다. 5년 뒤에도 안전하게 쓰고 싶다면, 살 때부터 지원 기간을 따져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출처: Engadget

  • 아이폰 저장 용량 선택 완벽 가이드: 256GB vs 512GB 후회 없이 고르는 법

    아이폰 저장 용량 선택 완벽 가이드: 256GB vs 512GB 후회 없이 고르는 법

    아이폰을 새로 살 때마다 반복되는 선택지가 있다. 128GB, 256GB, 512GB, 1TB. 숫자가 커질수록 가격도 따라 오른다. 처음엔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싶었는데, 6개월이 지나면 저장 공간 부족 알림이 뜨기 시작한다. 반대로 무리해서 큰 용량을 샀는데 절반도 못 쓰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아이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문제로 제조 단가가 상승하면서, 스마트폰 가격은 앞으로도 쉽게 내려가기 어렵다. 처음부터 자신에게 맞는 용량을 정확히 고르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이유다.

    아이폰 저장 용량, 실제로 얼마나 쓰게 될까

    숫자로 먼저 보자. 사진 한 장은 평균 4~8MB다. 4K 동영상은 1분에 약 400MB를 잡아먹는다. 앱 하나가 수백 MB에서 수 GB까지 차지한다. ‘나는 많이 안 써’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빠르게 공간이 찬다.

    iOS는 기본 운영체제와 시스템 파일이 15~20GB를 기본으로 점유한다. 실제로 사용 가능한 용량은 표시 용량보다 항상 적다. 128GB 모델을 사면 실질 사용 가능 용량은 약 108GB 수준이다.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128GB, 지금도 살 만한가

    솔직히 말하면 빠듯하다. 소셜미디어 앱, 스트리밍 앱, 게임 1~2개만 깔아도 순식간에 40~50GB가 사라진다. 사진과 동영상까지 쌓이면 1년 안에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도 이런 조건이 맞는다면 128GB로 버틸 수 있다:

    • iCloud+ 구독을 이미 쓰고 있고, 사진을 클라우드에 자동 저장하는 경우
    • 스트리밍만 쓰고 음악·영상을 기기에 직접 저장하지 않는 경우
    • 2년마다 기기를 교체하고, 그때마다 마이그레이션을 꼼꼼히 정리하는 경우

    이 세 가지를 다 충족하지 못한다면, 128GB는 처음부터 제외하는 게 낫다.

    256GB가 ‘스위트 스팟’인 이유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256GB는 가장 균형 잡힌 선택이다. 128GB 대비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만, 그만큼 여유가 확보된다. 사진 약 3만 장, 4K 영상 수십 시간, 앱 수십 개를 저장해도 2~3년은 여유 있게 쓸 수 있다.

    아이폰을 3년 이상 쓸 계획이라면 256GB는 사실상 필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앱 용량은 커지고, iOS 업데이트도 점점 더 많은 공간을 요구한다. 용량을 아끼다가 2년 차에 아이폰이 버벅거리기 시작하면, 결국 돈을 더 써서 기기를 바꾸거나 클라우드 요금제를 추가하게 된다.

    512GB가 필요한 사람은 따로 있다

    512GB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용량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에게는 아깝지 않은 투자다:

    • 아이폰으로 유튜브, 릴스, 숏폼 영상을 직접 제작하는 크리에이터
    • 4K ProRes 촬영을 자주 하는 영상 작업자
    • 별도 카메라 없이 아이폰만으로 여행 사진·영상을 전부 담는 경우
    • 게임을 5~10개 이상 설치하고 정기적으로 플레이하는 헤비 게이머
    • 업무용으로 대용량 파일을 자주 다루는 경우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512GB를 선택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은 거의 없다.

    iCloud로 버티는 전략,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iCloud+ 50GB 요금제는 월 1,100원, 200GB는 3,300원이다. 이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다면 클라우드 전략이 꽤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사진 보관은 iCloud나 구글 포토로 넘기고, 기기 내에는 최근 사진만 남기는 방식이다. 음악도 스트리밍으로 해결하면 기기 내 저장 용량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이 방식으로 128GB를 2~3년 쓰는 사람도 적지 않다.

    단, 해외 여행 중 인터넷이 끊기는 상황이나 네트워크가 느린 환경에서는 클라우드 의존이 불편해진다. 오프라인에서도 콘텐츠에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 잦다면, 로컬 저장 용량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한다.

    아이폰 가격이 계속 오르는 구조적 배경

    반도체 메모리 수급은 스마트폰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DRAM과 NAND 플래시 가격은 공급망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AI 서버 수요 등에 따라 크게 출렁인다. AI 데이터센터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대량으로 흡수하면서, 일반 소비자 기기용 메모리 가격도 덩달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Engadget 보도에 의하면, 팀 쿡은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는 단기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 전 세계 AI 인프라 투자가 가속화되는 한, 메모리 수요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가격이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전략보다, 지금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게 실용적이다. 기다리는 동안 구형 모델 재고가 소진되고, 신형 모델은 더 비싸게 출시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용량별 최종 선택 기준, 한 줄 정리

    • 평범한 일반 사용자: 256GB — 가격과 공간의 균형점
    • 사진·영상을 많이 찍는 사람: 256GB (iCloud 병행) 또는 512GB
    • 크리에이터·영상 작업자: 512GB 이상, 타협 없이
    • 예산이 빠듯한 경우: 128GB + iCloud 200GB 구독 조합
    • 장기 사용 계획 (3년+): 한 단계 위 용량으로 올리는 게 장기적으로 저렴

    가격 인상 기조가 이어진다면, 용량 선택을 아끼다가 2년 후 후회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한 단계 높은 용량을 선택하는 게 낫다. 스마트폰은 한 번 사면 최소 2~3년을 써야 하는 물건이고, 나중에 용량을 늘리는 방법은 없다.

    출처: Engadget

  • 포트나이트 스킨, 다른 게임서도 쓴다 — 에픽 메타버스 구상이 이번엔 다른 이유

    포트나이트 스킨, 다른 게임서도 쓴다 — 에픽 메타버스 구상이 이번엔 다른 이유

    포트나이트에서 산 스킨을 전혀 다른 게임에서 입는다. 말이 되는 얘기처럼 들리지 않지만, 에픽게임즈는 이걸 실제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The Verge가 전한 바에 따르면, 2026 언리얼 페스트에서 공개된 이 계획은 언리얼 엔진 6(UE6)을 기술적 토대로 삼는다. 게임 업계 전체의 비즈니스 모델을 뒤흔들 수 있는 내용이다.

    UE6로 크로스게임 에셋의 문을 여는 구조

    에픽의 구상은 단순하다. UE6 위에서 개발된 게임끼리 캐릭터 스킨이나 아이템 같은 에셋을 서로 인식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A 게임에서 구매한 아이템이 B 게임에서도 그대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현재 UE5 기반 게임이 전 세계 수천 타이틀에 달하니, UE6 전환이 본격화되면 이 에코시스템 안에 있는 게임 전체가 잠재적 연동 대상이 된다.

    에픽이 이걸 단순한 기술 업데이트로 포지셔닝하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메타버스 인프라의 첫 번째 실질적 레이어’라고 표현했다. 포트나이트가 그 실험의 중심축이다.

    5억 계정 스킨이 ‘디지털 자산’이 되면

    포트나이트 등록 계정은 5억 명을 넘는다. 에픽의 인게임 화폐 ‘V-Bucks’ 기반 스킨 판매가 에픽 전체 매출에서 핵심 비중을 차지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 스킨들이 타 게임에서도 쓰인다면 소비자 심리가 달라진다. 한 번 산 아이템이 여러 게임에서 써먹히면 지갑 열기가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 기존: 스킨은 포트나이트 안에서만 유효한 소비재
    • UE6 이후: 스킨은 에픽 에코시스템 내 ‘디지털 자산’으로 기능
    • 장기적으로는 블록체인 없이도 디지털 소유권 개념 구현 가능

    NFT 기반 메타버스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무너진 건 기술 복잡성과 투기성 때문이었다. 에픽은 그 실패를 보고, 자체 인프라 위에서 같은 결과를 더 단순하게 구현하는 쪽을 선택한 셈이다. 이 판단이 맞는다면 꽤 영리한 수다.

    왜 여태 못 했나 — 세 가지 장벽

    상호운용 메타버스 얘기가 처음 나온 게 2021~2022년이다. 로블록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같은 비전을 들고 나왔다가 실현에 실패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 표준 부재: 게임마다 에셋 포맷, 스켈레탈 구조, 렌더링 방식이 달라 호환이 어렵다
    • 수익 배분 문제: A 게임에서 산 아이템을 B 게임에서 쓰면 B 개발사는 수익을 어떻게 가져가나
    • 플랫폼 이해관계: 스팀,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각 생태계가 교차 연동을 막는 구조

    에픽의 접근법은 UE6를 공통 기반으로 삼아 이 장벽을 우회하는 것. UE 기반 게임끼리만 연동하면 포맷 표준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된다. 수익 배분 모델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에픽 스토어 수수료 체계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AI 자동 변환 — 스타일이 달라도 되는 이유

    UE6에서 신경 쓰이는 또 다른 요소가 AI 통합이다. 포트나이트의 카툰 스타일 스킨을 사실적 그래픽의 RPG에 그냥 넣으면 당연히 어색하다. 에픽은 AI 기반 에셋 자동 변환 기술로 이 문제를 풀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게임의 아트 스타일에 맞게 스킨이 자동으로 리스타일링되는 구조다.

    이 기술이 제대로 구현된다면 게임 간 에셋 공유의 현실적 걸림돌이 크게 줄어든다. 솔직히 현재로선 데모 수준 공개에 그쳤고, 상용 수준의 품질까지는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대는 되는데 아직 반신반의다.

    대형사는 안 온다, 인디·AA가 먼저다

    중소 게임사 입장에선 솔깃한 제안이다. 포트나이트 유저베이스를 자기 게임으로 끌어들일 유입 채널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대형사는 다르다. 자사 스킨·아이템 판매 수익이 잠식되고, IP 아이덴티티가 흐려질 수 있다.

    라이엇게임즈(발로란트, 리그 오브 레전드), 액티비전(콜 오브 듀티) 같은 대형 퍼블리셔들이 이 구조에 참여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낮다. 에픽의 메타버스 생태계는 결국 UE 기반 인디·AA 게임사들 중심으로 먼저 형성될 공산이 크다. 이건 좀 아이러니한 그림이기도 하다.

    국내 게임사, 남의 얘기 아니다

    한국은 에픽게임즈의 핵심 시장 중 하나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NEW STATE, 넥슨의 일부 타이틀, 국내 인디 스튜디오 다수가 언리얼 엔진 기반으로 개발한다. UE6 전환이 이뤄지면 이들은 자동으로 에픽의 크로스게임 에코시스템 안에 들어온다.

    구체적 영향을 정리하면 이렇다.

    • 크래프톤·넥슨: UE6 마이그레이션 시 포트나이트 유저베이스와 접점 생성 가능 — 신규 유저 유입 채널로 활용 여지
    • 중소 개발사: 자체 마케팅 없이 에픽 에코시스템 안에서 노출 기회 확보
    • 인게임 경제: 국내 게임의 자체 재화 시스템과 에픽 V-Bucks 생태계가 경쟁·충돌하는 구조 발생 가능
    • 규제 리스크: 게임물관리위원회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크로스게임 에셋에도 적용될지 법적 검토 필요

    UE6 정식 출시 일정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실제 구현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래도 방향성만큼은 뚜렷하다. 게임 내 디지털 자산의 ‘이동성’이 다음 경쟁의 축이 될 것이고, 국내 게임사들이 이 흐름을 언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향후 몇 년의 핵심 변수다.

    출처: The Verge

  • 하늘에 황 입자를 뿌려 지구를 식힌다—태양 지구공학, 가능성과 위험 사이

    하늘에 황 입자를 뿌려 지구를 식힌다—태양 지구공학, 가능성과 위험 사이

    1.5도. 숫자 하나가 전 세계 기후 협상장을 뒤집어놓고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이 이 선을 넘는 순간—해수면 상승, 극단적 기상이변, 생태계 붕괴가 한꺼번에 가속된다는 게 수십 년치 과학 연구의 결론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건 누구나 안다. 문제는 속도다. 지금 속도로는 절대 못 따라간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등장한 발상이 ‘태양 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이다. 태양빛 자체를 줄여서 지구를 식힌다는 것. 처음 들으면 황당하다. 그런데 지금 전 세계 연구소에서 진지하게, 정말 진지하게 연구 중이다.

    지구공학, 방향이 두 가지다

    지구공학(Geoengineering)은 인간이 의도적으로 지구 시스템에 개입해 기후를 조절하려는 기술의 총칭이다.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뉜다.

    • 탄소 제거(Carbon Dioxide Removal, CDR):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걷어내는 방식. 나무 심기, 직접공기포집(DAC) 등이 여기 속한다.
    • 태양복사관리(Solar Radiation Management, SRM):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 자체를 줄이는 방식. 이게 태양 지구공학의 본체다.

    탄소 제거는 병의 원인을 없애는 것이고, 태양복사관리는 열을 내리는 해열제 같은 것이다. 결정적인 차이는 시간. 탄소 제거가 효과를 내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기후 임계점이 코앞이라는 위기감 속에서 SRM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식 세 가지, 원리는 하나

    현재 주로 연구되는 방법은 세 가지다.

    •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SAI): 황산염 입자를 성층권(고도 15~25km)에 살포해 태양빛을 반사시키는 방식.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했을 때 지구 기온이 약 0.5도 낮아진 걸 보고 착안했다. 세 방식 중 연구가 가장 깊이 쌓인 방법이다.
    • 해양 구름 밝게 하기(MCB): 바닷물을 미세 물방울로 분무해 해양 저층 구름을 두껍게 만들어 반사율을 높이는 방식. 성층권을 건드리지 않아 상대적으로 제어가 쉽다는 평가가 있다.
    • 우주 거울(Space Mirror): 지구와 태양 사이 라그랑주 포인트(L1)에 반사체를 설치해 태양빛 일부를 막는 개념. 이론상 가장 강력하다. 비용과 기술 난이도 면에서는 아직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게 솔직한 평가다.

    셋 다 핵심은 같다. 지구로 들어오는 에너지를 조금만 줄여도 기온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긴다는 것.

    숫자로 보면: 얼마나 효과가 있나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을 시뮬레이션한 연구들에 따르면, 황산염 입자를 적절히 살포할 경우 지구 평균 기온을 1~2도 낮추는 효과가 이론상 가능하다. 일부 모델에서는 피나투보급 화산 폭발에 해당하는 에어로졸을 매년 성층권에 투입했을 때, 파리협정 목표치인 1.5도 억제에 근접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다. 하버드대 추산 기준 SAI 초기 구축 비용은 연간 수십억 달러 수준—탄소포집이나 재생에너지 전환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이 ‘저비용 해결책’이라는 특성 때문에 일부 국가가 국제 합의 없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사실 이게 더 무섭다.

    반론: 만만치 않다

    과학계와 환경 단체의 반발이 거센 데는 이유가 있다.

    • 몬순 교란 위험: 성층권 에어로졸이 대기 순환을 바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우기 패턴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기후 혜택을 보는 지역과 피해를 보는 지역이 달라지는 ‘지정학적 불평등’ 문제다.
    • 종료 충격(Termination Shock): SAI를 갑자기 멈추면 억눌렸던 온난화가 급격히 되살아난다. 한 번 시작하면 수십 년간 멈출 수 없는 기술이 된다는 뜻이다.
    • 오존층 파괴: 황산염 에어로졸이 성층권 오존을 분해한다는 우려도 있다. 피나투보 이후 남극 오존 구멍이 일시적으로 악화된 사례가 근거로 자주 언급된다.
    • 도덕적 해이: 기술 해결책이 있다고 믿으면 탄소 감축 노력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논란도 빠지지 않는다.

    이 반론들이 허구가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컴퓨터 모델마다 결과가 다르고, 실제 대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 솔직히 여기서 판단이 갈린다.

    실험은 어디까지 왔나

    오랫동안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머물렀던 연구가 조금씩 밖으로 나오고 있다. 하버드대의 ‘SCoPEx(성층권 통제 교란 실험)’는 소규모 에어로졸을 실제 성층권에 살포해 반응을 관찰하려 했지만, 스웨덴 현지 환경단체와 사미족의 반대로 2021년 시험 비행이 취소됐다.

    MIT 테크 리뷰가 전한 최신 흐름을 보면, 소규모 실외 실험들이 여러 기관에서 조심스럽게 재개되고 있다. 해양 구름 밝게 하기(MCB) 실험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 해안에서 이미 소규모로 진행됐다. 대규모 성층권 실험으로 가기 위한 사전 데이터 수집 단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연구의 무게중심도 바뀌고 있다.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서 ‘어떻게 하면 덜 위험하게 할 수 있나’로.

    국제 사회: 찬반이 복잡하게 갈린다

    미국과 유럽의 일부 연구 기관은 규제 틀 안에서 연구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엔환경계획(UNEP)은 국제적 거버넌스 없이 진행되는 일방적 실험에 강하게 경고하는 쪽이다.

    2023년 유엔에서는 태양 지구공학에 대한 국제 모라토리엄(일시 중지) 선언을 촉구하는 서한에 과학자 400여 명이 서명했다. 동시에 또 다른 그룹의 과학자들은 연구 자체를 막는 건 오히려 위험하다며 반박 서한을 냈다. 과학계 내에서도 합의가 없다는 게 현실이다.

    가장 큰 걱정은 따로 있다. 부유한 소수 국가—또는 억만장자 개인—가 국제 합의 없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가동할 가능성. 멕시코에서 민간 스타트업이 허가 없이 소규모 에어로졸을 살포해 논란이 된 사례가 이미 있다. 기술 접근성이 낮아질수록 이런 ‘기후 불법 행위’의 위험은 커진다.

    결국 기술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태양 지구공학이 설령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작동해도, 그것만으로 기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기술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지 못한다.

    대기 중 CO₂가 계속 쌓이면 해양 산성화는 계속되고, 태양빛을 막아도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강수 패턴 변화는 막을 수 없다. SAI는 기후 증상의 일부를 완화할 뿐이다.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못한다.

    과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그리는 그림은 하나다. 탄소 감축이 메인, 지구공학은 비상용 보조 수단. 탈탄소 속도를 늦추는 핑계로 지구공학을 쓰는 순간, 오히려 더 위험한 미래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기후과학이 태양 지구공학에 ‘리얼리티 체크’를 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기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런데 지금 당장 해결책이라고 부르기엔 미지수가 너무 많다. 연구는 계속해야 하되, 탄소 감축의 대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이게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결론이다.

    출처: MIT Tech Review AI

  • VSCO Studio Pro 출시 — 연 67만원으로 어도비 라이트룸에 정면도전

    VSCO Studio Pro 출시 — 연 67만원으로 어도비 라이트룸에 정면도전

    VSCO가 Studio Pro를 꺼냈다. iOS 전용, 연 500달러(약 67만 원). 배치 편집에 AI 스타일 매칭까지 얹었다. 기존 VSCO의 ‘감성 필터 앱’ 이미지와는 결이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어도비 라이트룸의 영역에 발을 들인 셈인데, 과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는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기존 VSCO랑 뭐가 다른가

    기존 VSCO는 A4, G3 같은 필터 하나 탁 올리고 끝내는 앱이었다. Studio Pro는 방향이 다르다. 결혼식 사진 300장을 같은 보정값으로 처리하거나, 레퍼런스 사진 한 장을 올리면 나머지에 그 톤·색감을 자동으로 적용해주는 기능이 핵심이다.

    • 배치 편집(Batch Editing): 수백 장을 한 번에 같은 보정값으로 처리. 행사·웨딩 사진작가라면 납품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 스타일 매칭(Style Matching): 레퍼런스 이미지 한 장을 올리면 AI가 톤·색감을 분석해 다른 사진들에 적용. 수치를 일일이 맞출 필요 없이 일관성이 유지된다.
    • VSCO Galleries 공유: 편집한 결과물을 VSCO 자체 갤러리로 바로 올릴 수 있어 포트폴리오 관리와 편집이 한 앱 안에서 끝난다.

    블룸버그가 먼저 보도한 이번 출시는, VSCO가 소셜 필터 앱의 틀에서 벗어나 전문가용 워크플로우 도구로 포지션을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macOS 버전은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다.

    연 500달러 — 라이트룸보다 76% 비싸다

    가격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연 500달러, 국내 환산으로 약 67만 원. Adobe Creative Cloud 사진 플랜(포토샵+라이트룸)이 연 약 38만 원이니, Studio Pro가 약 76% 더 비싸다. 첫 반응으로 ‘이 가격에?’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단, 비교 기준을 바꾸면 얘기가 달라진다. 맥 없이 iOS만 쓰는 여행 작가, 유튜버, 인스타그래머처럼 스마트폰으로만 전문 결과물을 내야 하는 사람에겐 어도비 데스크탑 구독 없이 쓸 수 있는 대안이 생기는 셈이다. 라이트룸 모바일 대체제 용도라면 경쟁 구도가 성립한다.

    솔직히, 현재 기능만 놓고 보면 라이트룸의 기능 폭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VSCO 측은 ‘추가 기능은 계속 나온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좀 찜찜하다.

    어도비에 도전한 앱들 — 다 어떻게 됐더라

    Darkroom, Halide, Pixelmator. 모바일 친화적 편집 앱들이 라이트룸의 자리를 노린 게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결과는? 틈새는 공략했지만 메인스트림을 흔들지는 못했다.

    VSCO가 다른 건 출발선이다. 기존 유료 구독자 1,200만 명 이상. 이미 플랫폼 안에 필터 프리셋과 갤러리 데이터가 쌓인 사람들이다. Studio Pro로 업그레이드해도 그 자산이 그대로 따라온다. 어도비가 갖고 있는 앱 전환 장벽(lock-in)과 비슷한 효과를 VSCO도 자사 생태계 안에서 만들려는 전략이다. 다른 도전자들과 이 점에서 결이 다르다.

    iOS 전용, macOS는 2025년 내 예정

    지금은 iOS만 된다. macOS는 2025년 내 출시 예정이지만 정확한 시점은 미정이다. 아이패드 지원 여부는 공식 확인이 없고, 안드로이드 계획도 없다.

    모바일 퍼스트 전략은 VSCO의 정체성과 맞닿는다. 스마트폰 사진 문화에서 출발한 회사답게, 데스크탑이 아닌 손 안에서 전문 편집을 끝내는 방향을 선택했다. macOS 버전이 나오고 나면 라이트룸과의 직접 비교가 본격화될 것이다.

    한국 크리에이터 시장 — 어디서 갈리나

    국내에서 VSCO는 이미 인스타 감성 사진의 대명사다. 20~30대 크리에이터, 여행 블로거, 브랜드 인스타그램 담당자 사이에서 사용률이 높다. Studio Pro가 한국 앱스토어에 동시 출시됐는지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출시됐다면 반응은 두 방향으로 갈린다.

    • 라이트룸 모바일 대안 수요: 어도비 구독 비용이 부담인 개인 크리에이터가 스마트폰 중심 워크플로우로 전환할 유인이 생긴다.
    • 가격 저항: 연 67만 원은 국내 기준으로 싸지 않다. 스냅시드, 라이트룸 무료 버전 같은 무료·저가 앱과의 경쟁에서 ‘프로 기능’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가 관건이다.

    결정적으로, 한국 숏폼 콘텐츠 시장(릴스·틱톡·유튜브 쇼츠)이 빠르게 커지면서 사진보다 영상 편집 수요가 주류가 되고 있다. VSCO Studio Pro가 사진 전문 도구로만 남는다면 한국 시장 성장은 제한적이다. 영상 기능 추가 여부가 국내 흥행을 좌우할 변수다.

    출처: The Verge